주석훈은 출장비가 부족하다는 한마디로 나를 집에 남겨 두고, 자신들이 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출장이라면서도 심유진의 SNS는 꽤 화려했다.어느 때는 핫한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어느 때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귀찮은 일을 질색하던 주석훈이 공방에서 무려 세 시간이나 심유진과 도자기를 만들기도 했다.그러다 동행한 직원 한 명이 실수로 업무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잘못 올렸다.[대박 뉴스! 방금 호텔에서 갑자기 객실이 없다고 연락 왔대. 대표님이랑 심유진 변호사님 같은 방 쓰게 됐다네?]메시지는 몇 초 만에 삭제됐고, 곧바로 주석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호텔에 진짜 방이 없어. 또 네 친구 제대로 안 챙겼다고 뭐라 할까 봐, 어쩔 수 없이 같은 방 쓰기로 한 거야.”수화기 너머로 심유진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주석훈, 내 클렌징폼 어디에다 뒀어?”“아, 내 머리카락 누르지 말라니까!”그러더니 심유진이 아예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내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혜린아, 네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 고지식한 사람이랑 있으니까 수다도 못 떨잖아.”“걱정하지 마. 오늘 밤 내가 석훈이 단단히 감시할게. 다른 여자한테 한눈 못 팔게 할 테니까!”두 사람은 늘 나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선을 넘는 짓을 너무 많이 해 왔다.주석훈은 내 친구에게 들러붙는 남자들을 떼어 준다는 명목으로 회식 자리에서 심유진의 ‘하루 남자친구'를 자처한 적도 있었다.심유진은 주석훈이 다른 여자와 대화하는 게 싫다며 무려 여덟 시간 동안 그와 통화를 한 적도 있었다.그 바람에 내가 급하게 도움을 청하려고 건 전화까지 놓쳤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걱정할까 봐서라며 두 사람은 아예 같은 방에서, 같은 침대를 쓰게 됐다.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마음속으로 수없이 연습했던 말이 마침내 입 밖으로 나왔다.“주석훈, 우리 헤어지자.”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잠시 후, 주석훈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진혜린, 너 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