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지나자 더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니 마음 한구석이 시큰했다.그때 아빠는 해외에서 치료받고 있었는데, 하필 배강수가 송지아를 데리고 태아를 안정시키기 위해 찾아온 모습을 마주쳤다.나는 눈시울을 붉힌 채 배강수에게 달려가 따져 물었다.하지만 배강수는 내가 송지아를 해칠까 봐 나와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그렇게 다투는 사이, 내가 무서워 도망치려던 송지아는 아빠의 휠체어에 부딪혀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결국 뜻하지 않게 유산했다.아빠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뒤, 내게 배강수를 떠나라고 몇 번이나 타일렀다.[청아야, 아빠가 그때 잘못해서 네가 어릴 때부터 엄마를 잃게 만든 게 지금까지도 너무 후회가 된단다.][아빠가 너한테도 말했잖아. 무슨 일을 겪든 아빠가 다 책임져 주겠다고.][걔가 널 그렇게 오랫동안 괴롭혔는데, 왜 이제야 떠나겠다는 거냐?]나는 잠시 침묵했다.“사람이 다 그렇잖아. 벽에 부딪혀 봐야 돌아설 줄 아는 거지.”“아빠는 엄마가 처음부터 죽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 엄마도 마음이 완전히 죽어 버리고 나서야 그 길을 택한 거야.”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나와 아빠 모두 마음이 아팠다.그리고 엄마가 떠난 뒤, 아빠는 다시는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가진 것을 모두 쏟아부어 내게 보상하려고 했다고, 무엇이든 가장 좋은 것만 내게 주었다.가장 좋은 음식과 옷, 가장 좋은 학교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 항상 좋은 걸 누렸다.배강수와의 결혼 역시 아빠가 여러 방면으로 꼼꼼하게 알아보고 따져 본 뒤에야 비로소 허락했다.아빠도 분명 밤마다 수없이 후회했을 테지만, 어떤 일은 후회한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어떤 상처는 마음에 남고, 아무리 애써도 보상할 수 없는 게 확실했다.긴 비행 끝에 나는 마침내 일 년 내내 따뜻한 햇볕이 비치는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다.의사는 이곳이 아빠의 병과 내 병을 요양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눈부신 햇살에 눈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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