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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포도빙수
송지아의 방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수십 명의 경호원이 몰려왔다. 내 모습을 보자 경호원들은 곧바로 잔뜩 경계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송지아 씨에게 절대 접근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두꺼운 벽 너머로도 나는 문에 붙어 있는 배강수와 송지아의 스티커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분홍색 하트 테두리로 둘러싼 스티커였고, 그 아래에는 만화체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수지성]

배강수와 송지아에서 이름 하나씩 따와서 지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억지로 비웃음을 지어 보였다.

“유치하네.”

이런 스티커 사진은 나도 예전에 배강수에게 졸라 함께 찍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배강수는 늘 자신은 상장기업 대표라며 이런 유치한 짓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근데 지금 와서 보니 못 하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하기 싫었던 것이었다.

나는 아직 욱신거리는 가슴을 어루만지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다 비켜요. 당신들도 알잖아요. 내가 미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걸요.”

말을 마친 나는 품에서 휴대용 커터칼을 꺼냈다.

원래는 그저 겁을 주려던 것뿐이었지만, 곧바로 한 경호원이 갑자기 몸을 날리더니 나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나머지 경호원들도 달려들어 내 몸을 꼼짝도 못 하게 짓눌렀다.

“죄송해요, 사모님. 대표님께서 사모님이 발작할 조짐만 보여도 즉시 제압하라고 하셨어요.”

곧 다른 경호원이 곧바로 무전기를 꺼냈다.

“대표님, 사모님이 오셨어요! 칼까지 가지고 오셨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전기 너머에서 배강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빨리 제압해! 이따가 지아한테 상처라도 나면 어떡해?]

방금까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던 나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제압했어요. 별장으로 돌려보낼까요? 아니면 일단 가둬둘까요?”

무전기는 잠시 조용해졌다가 배강수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됐어. 데리고 들어와.”

손에 들고 있던 커터칼을 빼앗겼지만,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손목을 베이고 말았다.

방 안으로 끌려 들어갈 때도 손목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런데 문을 들어서는 순간, 나는 완전히 굳어 버렸다.

석양이 얇은 레이스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발코니의 흔들의자 위로 내려앉아 있었다.

그 옆의 작은 탁자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펼쳐진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구석에 놓인 빈티지 턴테이블에서는 배강수가 좋아하는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병실이 아니라 분명 집이었다.

게다가 내가 직접 설계한 집이었다.

결혼하기 전, 나는 우리 둘의 취향에 맞춰서 직접 설계도를 그렸다.

하지만 배강수는 내가 너무 고생하는 건 싫다며, 디자인 업체를 따로 찾아서 별장을 전혀 다른 분위기로 꾸몄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는 꿈에 그리던 집이 있었고, 그 집은 배강수와 다른 여자의 집이 되어 있었다.

“왔네?”

등 뒤에서 배강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멍하니 뒤를 돌아봤다.

눈에 어린 충격이 아직 가시기도 전에 배강수가 말했다.

“지아가 계속 이 디자인이 좋다고 하길래, 그냥 지아한테 줬어. 신경 쓰이는 건 아니지?”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배강수에게 물었다.

“강수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배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숴. 청아야, 네 속이 시원하면 됐어.”

배강수의 시선이 아직도 피가 떨어지고 있는 내 손목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시선에는 희미한 혐오감만 남아 있었다.

“나는 익숙해졌어. 지아도 익숙해졌고.”

곧 배강수의 시선은 창밖으로 향했다.

마치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말하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이었다.

“청아야, 저거 봐. 오늘 석양 참 예쁘지?”

나는 배강수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바라봤다. 비가 그친 하늘에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내리는 비는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 같았다.

“나쁜 대표님, 빨리 와서 나랑 같이 ‘잇 테이크 투’ 해요...”

송지아는 나를 보는 순간 말을 뚝 멈췄다. 손에 들고 있던 게임기도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송지아가 갑자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더니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싫어요! 싫어요! 내 옷 벗기지 마요! 내 아이 죽이지 마요!”

“내가 나쁜 년이에요! 내가 내연녀라고요!”

“잘못했어요. 제발... 다시는 안 그럴게요...”

배강수는 단숨에 달려가서 송지아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가슴이 아픈 듯 눈시울까지 붉어지면서 배강수가 달랬다.

“괜찮아,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내가 여기 있어. 이제 아무도 널 함부로 다치게 못 해.”

그 말을 하는 동안 배강수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그 눈에 담긴 증오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나오면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릴 정도로 웃었다.

어느 순간에는 송지아에게 달려가 함께 발코니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이성이 그럴 가치가 없다고 내게 말해 주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고, 나는 가까스로 송지아와 함께 죽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그리고 차갑게 비웃었다.

“송지아, 그만 연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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