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오후의 볕이 드는 방, 다현이는 책상에 걸터 앉아 있었다. 그 앞에 놓인 컴퓨터 의자가 손잡이를 스을 밀고 당기는 엄지 발가락을 따라 아주 천천히 반원을 그리며 회전했다.모든게 꿈결 같았던 그 날, 현우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다현이의 다리 사이에 갇혀 있었다. 그때 현우는 나른한 오후의 빛을 받으며 샛노란 열기에 물든 피부를, 저를 가둔 두 다리 사이를 손으로 쓸고, 조심스럽게 매만졌었다. 부드럽게 오금 위를 더듬던 손바닥이 허벅지 안을 파고 들었을 때였다.그러자 현우의 수척한 얼굴에 곧 시름이 사라졌다.길게 늘어진 눈매 아래, 몽롱하지만 깊은 눈은 오래 된 정원 속 처럼 은밀한 구석을 훑을 때 마다 빛이 났다.며칠을 방치해 둔 탓에 피어 오른 거슬한 턱수염이, 관리 조차 잊어 푸석해진 피부가 무색할만큼 그의 낯은 다현의 치마자락으로 손을 깊이 드밀수록 희열로 물들었다. 또한 머릿속을 수 놓은 자막들은 금새 빛먼지로 변했다.그것들은 극단시절서부터 서른둘의 지금까지 유현우의 멱살을 쥐어잡고 흔들던 겁박같은 것들이었다.가령 제 이름이 걸린 엔딩 크레딧, 수 많은 주연들 사이 눈길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조연,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연기의 신이란 글자가 무른 복숭아처럼 으깨어지고 흩어졌다.다현의 앞에서, 다현을 만지고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었다."오빠는,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요?"그때 다현이 물어왔다. 천천히 등을 젖히며 그의 손길에 몸을 내맡기듯 내리 감은 눈이 푸르르 떨렸다. 현우는 옅은 숨을 내쉬며 나른하게 좌, 우로 돌고 있는 의자 손잡이 위를 부여잡았다. 어느덧 앙상한 발목을 그러 쥔 손이 그녀의 발목 뒤를 애타게 쓰다듬었다."글쎄, 네가 원한다면."오빠, 팬이에요.오빠 시사회 보려고 부흥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어제 새벽부터 출발했어요.현우는 감은 눈 너머, 그날의 다현을 상기하며 대답했다.영화관 F열 25번, 붉은 좌석에서 몸을 벌떡 일으켜선 관계자가 내민 마이크를 꼭 쥐고 대답하던 조막만한 얼굴, 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