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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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우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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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우 35세 조용한 성격. 배우. 연기파 배우, 출연한 영화마다 흥행. 주연보다 뛰어난 연기력과 반듯한, 매력적인 외모로 탑급 조연에 오른다. 왠만한 주연보다 높은 몸값. 자신이 출연한 세번 째 영화 시사회에서 만난 팬 다현에게 첫 눈에 반함. 오직 연기에만 집중, 팬이라면 치떨린다던 그는 다현이 생각나 미칠것 같다. 하다현 25세 부흥이란 깡촌에 사는 천진난만한 소녀. 친구가 유현우 팬이라 보러 간 영화 시사회에서 대신 인터뷰 하다 입덕. 그러다 우연찮게 현우와 조우한다. #나이차커플 #남주가절륜남 #BDSM #대디돔 #sm #능글여주 #사이다여주 #양아치여주 #순진한척쩌는여주 #소유욕 #질투 의식의 흐름대로 씁니다. 생각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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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이른 오후의 볕이 드는 방, 다현이는 책상에 걸터 앉아 있었다. 

그 앞에 놓인 컴퓨터 의자가 손잡이를 스을 밀고 당기는 엄지 발가락을 따라 아주 천천히 반원을 그리며 회전했다.

모든게 꿈결 같았던 그 날, 현우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다현이의 다리 사이에 갇혀 있었다. 

그때 현우는 나른한 오후의 빛을 받으며 샛노란 열기에 물든 피부를, 저를 가둔 두 다리 사이를 손으로 쓸고, 조심스럽게 매만졌었다. 부드럽게 오금 위를 더듬던 손바닥이 허벅지 안을 파고 들었을 때였다.

그러자 현우의 수척한 얼굴에 곧 시름이 사라졌다.

길게 늘어진 눈매 아래, 몽롱하지만 깊은 눈은 오래 된 정원 속 처럼 은밀한 구석을 훑을 때 마다 빛이 났다.

며칠을 방치해 둔 탓에 피어 오른 거슬한 턱수염이, 관리 조차 잊어 푸석해진 피부가 무색할만큼 그의 낯은 다현의 치마자락으로 손을 깊이 드밀수록 희열로 물들었다. 또한 머릿속을 수 놓은 자막들은 금새 빛먼지로 변했다.

그것들은 극단시절서부터 서른둘의 지금까지 유현우의 멱살을 쥐어잡고 흔들던 겁박같은 것들이었다.

가령 제 이름이 걸린 엔딩 크레딧, 수 많은 주연들 사이 눈길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조연,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연기의 신이란 글자가 무른 복숭아처럼 으깨어지고 흩어졌다.

다현의 앞에서, 다현을 만지고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었다.

"오빠는,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때 다현이 물어왔다. 천천히 등을 젖히며 그의 손길에 몸을 내맡기듯 내리 감은 눈이 푸르르 떨렸다. 

현우는 옅은 숨을 내쉬며 나른하게 좌, 우로 돌고 있는 의자 손잡이 위를 부여잡았다. 어느덧 앙상한 발목을 그러 쥔 손이 그녀의 발목 뒤를 애타게 쓰다듬었다.

"글쎄, 네가 원한다면."

오빠, 팬이에요.

오빠 시사회 보려고 부흥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어제 새벽부터 출발했어요.

현우는 감은 눈 너머, 그날의 다현을 상기하며 대답했다.

영화관 F열 25번, 붉은 좌석에서 몸을 벌떡 일으켜선 관계자가 내민 마이크를 꼭 쥐고 대답하던 조막만한 얼굴, 무대 위에 서 있는 저를 향해 보이던 흥분과 설렘

그때, 너 참 예뻤는데.

시사회 갈 때마다, 네가 앉은 좌석 볼 때마다 생각 날 만큼.

저가 출연한 세번 째 영화 '죄인' 의 시사회 때 다현과의 첫만남을 회상하던 얼굴에 옅은 웃음이 서렸다.

"오빠를 부흥에서 만날거란 건 꿈에서도 생각 못 했어요"

발목을 쓸 던 손이 지나간 자리, 현우의 입술이 닿자 다현이 슬그머니 허리를 숙여 그의 이마에 입맞췄다.

"3년만에 만난 것도 모자라, 우리 펜션에 묶는다는 건 더더욱."

제 이마 위에서 달싹이는 입술에 현우가 의자에서 급히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 든 몸이 일순 불길이 번진 산처럼 열기에 휩싸였다.

"그러게. 나도 상상조차 못했어. 이런 기적이 생길 줄은."

현우가 그녀의 볼을 두 손으로 움켜 잡았다. 양 코 끝이 닿은 거리, 그 좁은 간극에 뒤엉킨 숨이 8월 초의 무더운 공기처럼 눅눅했다.

**

"형, 무대인사 준비는 잘 했어요?"

벤 안, 운전석에서 들려 온 기웅의 음성에 대사를 달싹이던 입술이 곧 멈췄다. 차창에 기댄 체 졸음 가득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뜬 현우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며 대답했다.

"준비가.. 꼭 필요할까."

1년 6개월 꼬박 지방과 서울 외곽을 오가며 찍었던 영화 죄인의 무대인사 날. 현우는 쉴 틈도 없이 바로 다음 달부터 찍게 될 영화에 컨디션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가 형사로 출연한 '죄인' 은 액션씬이 많았다. 덤으로 현우가 등장하는 씬은 주로 늦은 밤, 새벽이었다.

막판엔 짧으면 2시간, 길면 4-5시간이 훌쩍 넘는 특수분장을 하고 온갖 논과 밭을 뒹굴었더니 그 여파가 쫑파티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됐다. 

온 몸이 쑤시고, 스턴트맨 없이 직접 격투씬을 소화한 탓에 파열 된 인대 부근이 치료 후에도 아리고 아팠다. 그랬기에 무대인사를 공들여 준비할 시간에 곧 쪽잠을 자두는것이 현명한 처사였다.

안 그랬다간 무대인사 원정은 이번 메가리움 영화관에서 종지부를 찍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게, 다음부턴 그냥 스턴트 써요. 형 그러다 진짜 몸 아작나요."

어느새 대본을 얼굴에 덮고 골아떨어진 현우에 기웅이 소리쳤다.

막 선잠에 든 눈이, 아쉬움을 뒤로 한 체 번쩍 떠졌다.

유 현우는 매사가 그랬다. 

스물셋에 들어 간 극단 마침표에서도 제가 맡은 역에 고집스러울정도로 최선을 다 했고, 영화판에서 조차 그 습관은 주홍글씨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한번 제 손에 넘어 온 시나리오는 캐릭터 분석, 대사 분석이 완벽해질 때까지 손에서 놓는 법이 없었고 영화 촬영을 한 달 정도 남겨 둔 때에는 아예 그 역할에 젖어 들어 생활하기도 했다.

그 덕에 영화계의 거물이라 불리는 감독들은 유 현우라면 무조건 서로 당겨 오기 바빴다.

실감나는 연기, 보는 관객들 조차 혀를 내두르는 사실감 넘치는 캐릭터가 그의 눈빛과 대사에서 완성됐고 그가 출현한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표가 동나기 일쑤였다.

그렇게 유현우는 스스로를 배우란 틀에 완벽히 맞춰 살아가고 있었다.

팬덤은 또 어떻고. 연기도 잘해 인물도 나름 출중해, 서른이 넘은 나이때에도 어린 팬들이 꽤 따를 정도였다.

길고 나른한 눈매에 깊은 눈, 단정하지만 어딘가 피폐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묘하게 공존하는 마스크,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은 20-30 나이때의 여성들의 팬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다만, 조심스럽고 말수가 적은 탓에 낯을 많이 가리는 배우 1위에 등극하기도 했지만 유현우에겐 그런건 문제 축에도 끼지 못했다.

기웅아. 내가 연기하려고 배우 했지.

저런 애들 관심 받자고 연기한건 아니야.

쟤네도 나중되면 나 같은건 금방 잊을 걸.

간혹 거리에서 마주 친 극성팬에 모른 척 인사도 없이 벤에 올라 탄 현우에 어쩜 그리 정 없이 구냐, 서비스 정신이 없다 꿍얼거리던 귀웅이 늘 듣던 말이었다.

나는 오직 연기 하나만을 위해 산다.

다 필요없고 연기. 그것 딱 하나가 내 삶의 유일한 원동력이다.

"얼른 내리세요. 생수 챙기셨죠? 휴대폰은요?"

촬영이 끝난 후 회식자리에서 취기 오른 얼굴로 내뱉은 말을 상기하던 귀웅은 활짝 열린 벤 문 앞에서 어기적거리는 현우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칠칠맞은 그가 또 깜빡하고 챙겨가지 못한 것들이 있을까 노파심이 일어서였다.

"다 챙겼어 인마. "

현우는 두 손으로 니트 위를 툭툭 털며 뒤따라 내린 매니저 기웅에게 생수를 건내 받았다. 뒤이어 기웅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지하주차장 가득 울려퍼졌다.

"그래요. 잘도 챙기셨네요. 물 없으면 못 사는 양반이."

**

"자! 죄인의 세 배우가 지금 막 도착했네요. 우리 관객 분들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투명한 이어링을 낀 가드들 속, 무대 위 리포터의 명랑한 소개 멘트가 울렸다.

현우는 저 앞의 주연 배우를 뒤따라 관객석으로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하곤 계단 위를 올랐다.

무대에 선 현우는 어느새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에 공손히 모은 손을 꽉 부여잡았다. 이번 영화도 곧 성공의 가도에 오를 징조였다.

그러다 한참동안 객석 위를 무심히 떠돌던 그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멈췄다.

무던한 얼굴로 입만 웃고 있던 그가 돌연 굳은 표정으로 뚫어져라 응시한 그 곳은 F열 25번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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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열 25번. 한 곳만 응시하던 그는 별안간 울린 제 이름에 관객석의 중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옅은 웃음을 띈 체 가볍게 목례를 하고 돌아 온 얼굴은 금새 처음 시선을 멈춘 그 자리로 돌아 가 있었다. 그 곳엔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제 곁에서 무어라 쫑알거리는 아이에 간지럼을 탄 듯 웃어보였다.작고 하얀 얼굴이 입을 활짝 벌리고 웃는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는 탓에 짧은 단발 머리가 헝클어지고,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옆 아이를 제 어깨로 지그시 밀며 이번엔 꽤 짓궂은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하고. 그러다 귓가에 붙어 속삭인다. 은근슬쩍 무대 위로 눈길을 주면서.현우는 그 모습이 마치 하나의 컷 같았다. 그리고 제 눈은 그 컷을 담는 카메라 앵글이 된 것 같았다. 예컨데, 녹음이 우거진 숲 속, 빗물을 머금고 아주 작게 살랑이는 들꽃에 인포커스를 맞춘 것 같달까. "현우씨.""아. 네."현우는 옆에 서 있던 배우에게 마이크를 건네 받았다. 소녀에게서 자연스레 시선을 거둔 눈길이 곧 제 소개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돌아갔다. 여린 얼굴을 담던 멍한 눈은 또렷하게 빛났고, 일순 온 몸에 피어오른 미열은 곧 차갑게 식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죄인에서 오재원 형사 역을 맡은 배우 유 현우 입니다."- 나 국밥 좋아한다악!! 두 손으로 마이크를 쥔 체 덤덤히 자기 소개를 읊던 중 박수소리 너머 함성과도 같은 울림이 일었다.관객의 함성이 영화 속, 현우가 자백을 망설이는 범인에 밥이나 먹자. 국밥 좋아하냐 묻는 대사를 떠올리게 함에 영화관은 금새 웃음바다로 변했다. 현우 역시 소리가 일어난 쪽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소리가 일어난 쪽은 26번 석이었다. 굳세게 플랜카드를 흔드는 여자아이. 들꽃 같은 애, 마음 같아선 톡 꺾어 제 주머니에 간직하고 싶은 그 애, 바로 옆자리. "자, 이번에는 간단한 관객과의 스몰토크로 넘어가 볼게요. 자, 우리 관객분들 질문을 한번 받아 볼까요?"현우는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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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땠어?""뭐가.""유현우."시끌벅적한 주점 안, 다현의 빈 소주잔을 채우던 알바애가 물어왔다. 냉기가 서려 부연 소주잔 안이 일순 맑은 술로 차 올랐다."걍, 영화에서 보던거랑 똑같던데."다현은 소주를 홀짝이며 대답했다. 푹 눌러 쓴 볼캡 속, 화장기 하나 없는 하얀 얼굴이 씁쓸한 알콜 맛에 일그러졌다."그래? 임지수 완전 개꼴받았던데. ""왜?""니한테 유현우 뺏겼다고 이지랄."친구는 배를 부여잡고 넘어가듯 학학 웃었다. 일주일 전 영화 시사회 일이 있은 후 지수는 다현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었다.'야, 박다! 네가 손들어주면 안돼..?''뭐래. 나 저 사람 안 좋아하는데? 여기도 네가 하도 졸라서 온 거 아니야. 니가 손들어.''아 한번만. 씨발 심장 쪼려서 못하겠어. 응? 그냥 옆에 친구가 팬이라고 대신 말만 해줘 제발. 에쎄 한 보루 건다. 제발.'"씨발년이 진짜 가지가지하네.."다현은 시사회 때를 상기하다 욕설을 뇌까렸다. 생각 할 수록 열이 받았다. 갑자기 잠수 탄 이유가 고작 유현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 얘길 지금 쟤가 나한테 대신 전달해 주는거고.흘끔 앞을 노리는 눈길이 언짢았다.눈앞의 여자애는 지수가 한달 일하고 쨌던 고기집의 알바생이었다. 가끔 지수와 퇴근길을 같이 하기 위해 가게를 들릴 때 몇 번 마주친 것이 다였다. 하지만,알바애는 성격이 활발하고 처음보는 저에게도 조잘조잘 말을 잘 거는 탓에 다현 역시 싫지만은 않아 그냥저냥 안면 트고 지내다가 지금은 가끔 술 한잔 하는 사이가 됐다.그래도 그렇지. 5년지기 절친의 토라진 이유를 고작 한달 같이 일했다는 알바애한테 듣다니.다현은 눈치 없이 여즉 웃고 있는 알바애 앞의 소주병을 집었다. 빈 소주 잔에 자작을 하고, 그걸 마시는 낯은 담담했으나 내리 깐 시선은 한 없이 차가웠다.저를 위해 알바까지 다 빼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 멀미 까지 참아가며 유현우 보러 가 줬는데.친구 좋다는게 뭐냐, 간만에 절친 찬스 한번 쓰자는 애원에 좋아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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