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사람이라는 워딩과 뉘앙스를 보면 그리 깨끗한 관계 같지는 않았다.만약 루카가 오늘 내게 만족스러운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 약혼은 당장 깨질 수도 있었다.곧 나는 저장만 해 두고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는 그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나는 차분하면서도 직설적으로 말했다.“루카 씨, 당신이 아끼는 사람이 내가 찜한 약혼반지를 가로챘어요. 이 일, 어떻게 할 거예요?”수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침묵하더니, 곧 루카의 차갑고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시죠? 그게 누구든지 나와 소피아 사이를 남이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어요.]내가 막 이름을 밝히려는데 루카는 이미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수화기 속 통화 종료음을 들으며 나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왔다.‘루카, 이 자식, 약혼녀 번호조차 저장을 안 해 놨다고?’인파를 뚫고 들리는 소피아의 웃음소리에는 귀에 거슬리는 득의양양함이 실려 있었다.“멍청한 거 아니에요! 어디서 주워 온 번호로 인연이라도 만들어 보려고 하는 건지. 정말 웃겨 죽겠네요.”턱을 치켜든 소피아가 손끝으로 느긋하게 머리카락을 말면서 다시 나를 훑어보았다.“본인 꼴 좀 봐요. 마리노 가문의 유모가 당신보다는 잘 차려입겠어요.”그러자 곁에 있던 똘마니 몇몇이 참지 못하고 비웃음을 터뜨렸다.나는 늘 명품보다 편안함이 중요하다고 믿어 왔지만, 휘황찬란한 경매품에 둘러싸인 이곳에서 그런 고집을 알아줄 사람은 전혀 없었다.나는 입술을 가볍게 다물었지만 가슴속에는 조금씩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직도 옷차림으로 사람을 판단해요? 참 이상하게 천박하네요. 루카 씨의 안목도 참 남다르고요.”소피아가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경매를 즐길 기분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나는 경매사를 향해 몸을 돌려 ‘영원의 별’ 반지를 가리켰다.“자동 입찰 기능을 켤게요. 저 여자가 얼마를 부르든 내가 두 배를 낼게요.”그러자 경매사는 겁먹은 눈으로 소피아를 흘끔 보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손님, 저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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