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잘 지내. 매일 사람을 살리고, 뜻이 맞는 친구들도 곁에 있어. 누구 입맛에 맞춰줄 필요도 없고,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어. 유주원, 난 이제 너 안 사랑해.”그 말이 나오는 순간 유주원은 마지막 남은 힘마저 빠져나간 듯 무너져 내렸다.그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중얼거리며, 미련을 못 버리고 만류했다.“괜찮아, 괜찮아. 서안아. 기다릴게. 네가 돌아오고 싶어질 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나는 더는 아무 의미 없는 후회를 듣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문을 밀고 나왔다.그날 이후 유주원은 캠프 근처에 머물렀다.작은 방 하나를 빌린 뒤 매일 캠프 문 앞에 와서 나를 기다렸다.아침밥을 가져다주고 물을 챙겨주며 의료 장비를 옮기는 일까지 도왔다.그는 소예원과 완전히 정리했다고 말했다.국내에 있던 집 두 채도 모두 팔았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유주원은 자신이 달라졌다는 걸 증명하려는 것처럼 끊임없이 문자를 보내왔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답하지 않았다.그 문자들은 바람처럼 내 휴대폰 안으로 스쳐 들어왔다가, 먼지처럼 가라앉았다.나는 여전히 제시간에 출근하고 수술하며, 동료들과 순회 진료를 다니며 그라딘의 노을을 함께 바라봤다.유주원은 아직 과거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하지만 나는 이미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또 한 번의 우기가 지나고 의료 구호팀의 임기가 끝났다.나는 짐을 정리하며 귀국 준비를 했다.소식을 들은 유주원이 아침 일찍 캠프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빗물이 맺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흰 장미가 들려 있었다.“서안아, 나도 너랑 같이 돌아갈게.”“네가 아직 나를 보기 싫은 거 알아. 괜찮아, 난 기다릴 수 있어. 네가 언젠가 날 용서할 마음이 생기면 그때 다시 나타날게.”나는 그의 손에 들린 흰 장미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유주원, 그럴 필요 없어. 나 다음 의료 구호 활동도 신청했어. 여기서 2년 더 있을 거야.”유주원의 손에서 장미가 툭 떨어졌다.꽃잎이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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