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임연준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나는 마트에서 딸에게 먹일 요구르트를 고르고 있었다.[누나, 그동안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잖아. 이제 회사도 자리를 잡았고 돈도 벌기 시작했으니까, 누나한테 내 지분 30%를 넘기려고 해.]나는 마트의 냉장 진열대 앞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뭐라고?”[내 지분 30%를 누나한테 넘긴다고. 서류는 이미 변호사한테 다 준비해놨으니까 와서 사인만 하면 돼.]목소리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마치 너무나 당연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안하고 진심이 담겨 있었다.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한 감정이 솟아올랐다.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뒤, 남은 건 나와 남동생 임연준뿐이었다.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임연준이 회사를 차리고 힘들게 버티던 몇 년 동안, 나는 이혼 후 어렵게 모은 돈을 전부 동생에게 빌려줬고, 그 때문에 딸 해연이의 학원도 한 학기 쉬게 해야 했다.그런데 이제 임연준이 회사를 일으켜 세웠고, 나한테 보답하려는 모양이었다.‘역시, 내가 동생을 괜히 챙긴 게 아니었어.’나는 요구르트를 내려놓고 곧장 택시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회사에 도착하자, 임연준이 직접 입구까지 나와서 나를 맞았다.웃으면서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사무실로 데려갔다.“앉아. 서류는 다 준비해 놓았어.”책상 위에는 두툼한 지분 양도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그 옆에는 검은색 펜 한 자루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내가 펜을 들고 서명할 페이지를 펼치려는 순간, 눈앞에 갑자기 몇 줄의 새빨간 글자가 떠올랐다.[서명하지 마! 이건 지분 양도가 아니라 채무 연대 보증이야!][그 회사는 이미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사인하는 순간 넌 연대 보증 책임을 지게 되고, 62억의 빚을 전부 떠안게 돼!][네 집, 예금, 심지어 네 딸의 집까지 강제집행을 당하게 될 거야!]내 손은 그대로 굳었다.펜촉은 종이에서 불과 1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 있었다.그런데도 눈앞의 붉은 글자들은 멈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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