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여자가 연신 신음을 흘렸다.[백연우 진짜 대단해.]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백연우의 억눌린 숨소리는 유난히 거칠었다.나는 황급히 화면을 꺼버렸다.새까만 화면에 눈물로 젖은 내 얼굴이 비쳤다.나와 백연우는 교복에서 웨딩드레스까지, 15년 동안 변함없이 서로 사랑해 온, 모두가 부러워하는 금슬 좋은 잉꼬부부였다.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백연우의 마음이 변한 지 이미 오래였고, 대신 내가 직접 골라준 비서를 사랑하게 됐다는 것을.백연우는 우리가 나눴던 사랑의 말들을 비서에게 들려주었고, 나는 그것을 알고도 모르는 척했다.백연우가 나 몰래 비서와 아이까지 낳았을 때도 나는 울지도, 따지지도 않았다.백연우는 자신이 완벽하게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을 접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래서 백연우의 생일날, 내가 준비한 선물은 ‘영원히 서로의 삶에서 사라져 준다’라는 이별이었다.휴대폰을 다시 켜자, 영상은 여전히 재생되고 있었다.남자의 거친 숨소리와 여자의 가느다란 신음이 뒤섞여 공간 전체가 뜨거운 기운으로 물들었다.나는 화면 속에서 땀을 흘리는 백연우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이것이 내가 15년을 사랑한 남편의 진실이었다.내 생일에 다른 여자와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는 남편.그때 휴대폰에서 연달아 알림음이 울렸다.확인해 보니 모두 그 여자에게서 온 메시지였다.글자만 봐도 노골적으로 나를 도발하는 임서현의 표정이 상상됐다.[하연지, 놀랍지? 아무리 너를 사랑하는 남자라도 참을 수 없는 법이야.][나는 네 외모나 학력에는 못 미치지만, 침대 위에서는 자신 있거든.]임서현의 메시지는 쉴 새 없이 이어졌지만, 나는 이미 읽을 마음이 없어서 캡처만 하고 휴대폰을 껐다.임서현은 내가 직접 백연우를 위해 고른 비서였다.1년 전, 백연우와 오래 일한 비서가 그만두면서 그는 새 비서를 뽑으려 했다.인사팀에서 추린 이력서가 백연우의 손을 거쳐 내게 넘어왔고, 그때 그는 나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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