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내역에는 심도윤이 직접 답장한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임유라 씨 의견대로 수정할 것. 성과는 공동으로 처리.]“공동이라고?”헛웃음이 나왔다.조민호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지아 씨, 저희도 정말 억울했어요. 죽어라 고생해서 만든 건 지아 씨인데, 결국 성과는 유라 씨가 다 가져갔잖아요.”나는 메일 내용을 빠짐없이 복사했다.밖으로 나오자 조민호가 뒤따라 나왔다.“지아 씨, 조심해요. 심씨 집안은 생각보다 훨씬 힘이 있는 사람들이에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조사하면 할수록 기가 막힌 사실이 계속 나왔다.임유라는 둘째를 임신한 뒤에도 다른 남자와 몰래 만나고 있었다.X국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의 아내가 임유라가 다니던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그녀는 주변을 한번 살핀 뒤 목소리를 낮췄다.“임유라 씨가 임신했을 때 자주 찾아오던 남자가 있었어요. 안경을 썼는데 인상이 꽤 점잖았어요.” “둘이 얘기하는 걸 우연히 들은 적도 있고요. 심씨 집안에서 돈을 받으면 같이 떠나자고 하더라고요.”그녀가 흐릿한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주차장 CCTV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었다.남자는 옆모습만 찍혀 있었지만 누군지 알아보기에는 충분했다.나도 아는 사람이었다.SY그룹의 최대 경쟁사인 HS그룹의 영업팀장 최건우였다.나는 원룸으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모은 자료를 하나씩 펼쳐 놓았다.학력 위조, 프로젝트 성과 가로채기, 조작된 친자확인 결과,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진행된 장기 파견, 그리고 불륜까지.책상 위에 펼쳐진 증거마다 내가 빼앗긴 지난 5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증거를 모두 정리해서 여러 부를 복사했다.한 부는 익명으로 SY그룹 이사회에 보냈다.한 부는 관련 기관에 보냈고, 나머지는 주요 언론사 세 곳에 보냈다.자료를 발송한 날, 나는 우체국 앞에 서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모든 걸 끝냈는데도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통쾌하지도 않았고 후련하지도 않았다.그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일주일 뒤, 내가 보낸 자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