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나는 새 병원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기본기도 탄탄했고, 마을에서 5년 동안 수많은 환자를 직접 진료한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처음에는 수술 보조부터 다시 시작했지만 금세 실력을 인정받았다.그리고 3개월 뒤.복잡한 관상동맥 우회술 도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급박한 순간, 내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대처하면서 수술은 무사히 마무리됐다.그 일을 계기로 병원에서도 내 실력을 확실히 인정하기 시작했다.원장은 나를 주요 수술팀에 정식으로 합류시켰고, 급여도 두 배로 인상했다. 성과에 따라서 병원의 지분도 일부 받을 수 있게 됐다.이곳에서는 누구도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희생을 요구하지 않았다.환자들도 의료진의 판단과 치료를 존중했다.“강 선생님, 고생 많으셨습니다.”진심으로 건네는 그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내가 왜 의사가 됐는지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그 마을 사람들과 다시 마주칠 일은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왔다.마을 이장을 앞세운 사람들이 건물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창밖을 보니 울면서 자기 뺨까지 때리는 사람도 있었다.“강 선생, 우리가 잘못했어!”“그때는 우리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한 번만 용서해 줘!”나는 커튼 뒤에서 그저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어머니가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한숨을 쉬셨다.“이제 와서 안됐다고 하기도 그렇구나.”“내가 그 마을에서 40년 동안 사람들 치료했고, 네가 또 5년을 했잖니.”“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들 때 사람들이 우리를 조금 도와준 건 고마운 일이지만, 우리도 45년이면 충분히 갚았어.”나는 더 이상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았다.대신 어머니를 보며 웃었다.“어머니, 우리 여행이나 갈까요?”“바다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마침 저도 아직 못 쓴 휴가가 있으니까 같이 다녀와요.”어머니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웃으셨다.어머니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그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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