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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의사가 호구를 그만두었다

시골 의사가 호구를 그만두었다

By:  대왕생강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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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평생 작은 병원을 운영하셨다. 감기약을 한 번 처방해 주고도 단돈 1,000원밖에 받지 않으셨다. 병원을 물려받은 뒤에도 나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지키며 동네 사람들을 정성껏 치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인플루언서에게 약값 6,000원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악덕 병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돈에 눈이 멀어서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사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병원 앞을 막아섰고, 그동안 부당하게 받은 돈을 전부 돌려 달라고 몰아붙였다.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했다. 그동안 받은 진료비를 모두 돌려준 뒤, 내 손으로 병원 문을 닫았다. “원하신 대로 병원은 문을 닫겠습니다. 앞으로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나면 시내 종합병원에 직접 가서 접수하세요.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이 또다시 내 집 앞을 막아섰다. 다만 이번에는 병원 문을 다시 열어 달라고 애원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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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6,000원이라고요? 이거 완전 사기잖아요!”

목소리를 높인 젊은 여자는 얼마 전 마을로 돌아온 인플루언서 정유아였다.

가벼운 배탈로 설사를 조금 하는 정도라서 최대한 순한 위장약만 처방해 줬을 뿐이었다.

“약값만 5,000원이에요. 진료비는 1,000원만 받은 거라 비싼 편이 아닙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정유아가 핸드폰 화면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방금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똑같은 약이 5,000원이잖아요. 배송비도 무료고요!”

그러더니 따지듯 말을 이었다.

“진료비를 1,000원밖에 안 받았다고요? 이런 동네 병원은 나라에서 약값 지원도 해 주잖아요. 그 돈까지 혼자 챙기는 거 아니에요?”

지원금이라니.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지원을 받으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지원 금액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줄곧 아는 제약업체를 통해서 직접 약을 공급받아 왔다. 약효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제품을 쓰기 위해서였다.

명문 의대를 졸업했을 당시만 해도 여러 병원에서 나를 데려가려고 했다.

그때 마을 이장이 직접 찾아왔다.

마을이 시내와 너무 멀어서 노인들과 아이들이 병원에 다니기 힘들다며, 고향으로 돌아와 줄 수 없겠냐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마을 사람들이 어머니와 나를 도와줬던 일을 떠올린 나는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마을에서 환자를 진료한 지도 벌써 5년이었다.

이렇게 막무가내인 환자가 처음도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벽에 붙어 있는 진료비와 약값 안내표를 가리켰다.

“약값은 전부 공개되어 있고 저도 돈을 주고 약을 들여옵니다. 정유아 씨한테 더 받은 돈은 한 푼도 없어요.”

“어머, 제법 그럴듯하게 해 놨네요.”

정유아가 팔짱을 끼고 비웃었다.

“그래 봤자 이런 식으로 돈 뜯어내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 사람들한테나 통하죠.”

정유아는 눈을 흘기더니 병원 안팎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이 사람 진료비를 제멋대로 받아요!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먹고 있다고요!”

순식간에 주변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사람들의 눈에는 의심과 경계의 기색이 묻어 있었다.

그때 이웃집 별이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정유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유아 언니, 거짓말하지 마세요! 강 선생님은 좋은 분이에요!”

“내가 지난번에 열이 났을 때도 강 선생님이 치료해 주고 사탕도 줬어요. 엄청 친절하셨단 말이에요!”

그 모습을 보자 나는 별이를 향해 살짝 웃어 보였다.

그런데 정유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정유아는 핸드폰으로 내가 처방한 약을 검색하더니 화면을 별이 눈앞에 들이밀었다.

“잘 봐. 인터넷에서는 5,000원인데 여기서는 6,000원을 받았잖아. 무려 1,000원이나 더 받은 거라고!”

“꼬맹이가 사탕 하나 받았다고 홀랑 넘어갔네. 그렇게 순진해서 커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그래?”

“언니!”

별이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내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

“말조심하세요.”

나는 정유아의 핸드폰 화면을 가리켰다.

“잘 보세요. 서로 다른 제약회사 제품입니다.”

“제가 처방한 약은 정제 공정부터 달라요. 부작용도 적은 제품이라 원가 자체가 더 비쌉니다.”

그러자 정유아는 마치 꼬투리라도 잡았다는 듯 더욱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그런 말은 인터넷의 전문가들이 진작에 다 틀렸다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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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6,000원이라고요? 이거 완전 사기잖아요!”목소리를 높인 젊은 여자는 얼마 전 마을로 돌아온 인플루언서 정유아였다.가벼운 배탈로 설사를 조금 하는 정도라서 최대한 순한 위장약만 처방해 줬을 뿐이었다.“약값만 5,000원이에요. 진료비는 1,000원만 받은 거라 비싼 편이 아닙니다.”“거짓말하지 마세요!”정유아가 핸드폰 화면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방금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똑같은 약이 5,000원이잖아요. 배송비도 무료고요!”그러더니 따지듯 말을 이었다.“진료비를 1,000원밖에 안 받았다고요? 이런 동네 병원은 나라에서 약값 지원도 해 주잖아요. 그 돈까지 혼자 챙기는 거 아니에요?”지원금이라니.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헛웃음을 지었다.그런 지원을 받으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지원 금액도 얼마 되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줄곧 아는 제약업체를 통해서 직접 약을 공급받아 왔다. 약효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제품을 쓰기 위해서였다.명문 의대를 졸업했을 당시만 해도 여러 병원에서 나를 데려가려고 했다.그때 마을 이장이 직접 찾아왔다.마을이 시내와 너무 멀어서 노인들과 아이들이 병원에 다니기 힘들다며, 고향으로 돌아와 줄 수 없겠냐고 간곡하게 부탁했다.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마을 사람들이 어머니와 나를 도와줬던 일을 떠올린 나는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그렇게 마을에서 환자를 진료한 지도 벌써 5년이었다.이렇게 막무가내인 환자가 처음도 아니었다.나는 곧바로 벽에 붙어 있는 진료비와 약값 안내표를 가리켰다.“약값은 전부 공개되어 있고 저도 돈을 주고 약을 들여옵니다. 정유아 씨한테 더 받은 돈은 한 푼도 없어요.”“어머, 제법 그럴듯하게 해 놨네요.”정유아가 팔짱을 끼고 비웃었다.“그래 봤자 이런 식으로 돈 뜯어내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 사람들한테나 통하죠.”정유아는 눈을 흘기더니 병원 안팎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이 사람 진료비를 제멋대로 받아요! 동네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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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성분이 똑같은데 약효가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르겠어요? 결국 돈 더 벌려고 그러는 거잖아요?”정유아는 숏폼 영상 하나를 틀었다.영상 속에서는 ‘전문가’라는 사람이 비싼 약은 돈 낭비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사람들에게 의심받는 건 정말이지 불쾌했다.하지만 정유아와는 더 이야기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알았다.뒤에는 아직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았다.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다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인터넷에서 직접 사세요.”“정유아 씨는 더 이상 진료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병원에 오지 마세요.”나는 약을 돌려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정유아는 약 상자를 꽉 쥔 채 내놓지 않았다.“왜요? 찔리는 게 있으니까 증거를 없애려고요? 싫은데요? 이건 증거로 가지고 있을 거예요!”정말 막무가내였다.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그때 뒤에서 기다리던 환자 한 명이 고개를 내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강 선생님, 이제 제 차례죠? 아직도 머리가 아파서요.”나는 더 이상 정유아와 실랑이하지 않고 병원 밖으로 내보냈다.“나가세요!”결국 정유아는 돈 한 푼 내지 않은 채 약까지 들고 가 버렸다.나는 이 일도 그렇게 끝날 줄 알았다.하지만 다음 날.병원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병원 앞은 사람들로 빼곡했다.마을 사람들이 거의 다 나온 듯했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있었다.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예전과 달랐다.늘 보이던 친근함과 믿음은 사라지고 분노와 경멸만 가득했다.“돈 돌려줘!”누군가 먼저 외치자, 사람들이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했다.“강지훈! 우리한테 더 받아 간 돈 전부 돌려줘!”“우리가 그렇게 믿었는데 뒤로는 우리 돈을 뜯어먹고 있었어?”나는 눈앞에 몰려든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봤다.머릿속이 새하얘졌다.“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무슨 돈을 돌려 달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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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정유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평소 내 병원에서 무료로 물리치료를 받던 미숙 할머니까지 앞으로 나섰다.“내가 지난번에 허리가 아파서 왔을 때 보름이나 치료받았잖아. 일부러 약한 약을 써 가면서 오래 끈 거 아니야? 돈 더 받으려고?”순간 할 말을 잃었다.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상태에 맞춰 치료했을 뿐이었다.그때만 해도 내 손을 꼭 잡고 몇 번이나 고맙다고 했던 사람이었다.이번에는 이정재가 아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왔다.“우리 애 다리 부러졌을 때도 네가 치료했잖아. 그때도 돈 더 받아먹은 거지?”“당장 돈 돌려줘! 안 그러면 이 병원 다 때려 부술 거야!”그날 일은 아직도 생생했다.한밤중에 아이가 다쳤다는 연락을 받고, 자다가 뛰쳐나와서 날이 밝을 때까지 치료했다.그렇게 하고도 재료비 6만 원밖에 받지 않았다.내가 가까스로 손을 살려줬던 이철수도 있었다.정유아의 라이브 방송 카메라 앞에 바짝 붙어서는 웃으며 나를 손가락질했다.“여러분, 이 사람이 바로 저한테 불법 수술을 한 의사예요! 아직도 상처가 아파요. 실력이 없어서 후유증까지 남은 거 아니겠어요?”공장 기계에 손이 심하게 말려 들어갔던 날, 손을 살리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그래서 현장에서 급히 상처를 씻어 내고 봉합까지 했다.그때는 사람 하나 살렸다고 생각했다.지금은 그 일이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증거처럼 둔갑해 있었다.“어떻게 다들 이럴 수가 있어요!”어머니가 병원 안에서 뛰어나와 내 앞을 막아섰다.화가 난 탓에 어머니의 작은 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내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요!”“당신들 때문에 큰 병원 자리까지 포기하고 여기로 돌아온 애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이미 사람들은 정유아의 말에 완전히 휩쓸려 있었다.그때 마을 입구에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관계 기관 직원 몇 명이 곧장 병원으로 들어왔다.“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무면허 의료 행위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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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정유아의 말에 주변이 잠시 조용해졌다.곧 정유아가 사람들 사이에 있던 김수진을 앞으로 끌어냈다.김수진은 내 쪽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번에 제가 허리를 다쳐서 치료받았을 때... 마사지한다면서 자꾸 몸을 만졌어요...”잠잠했던 사람들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마을 이장도 기다렸다는 듯 나섰다.“그리고 저 서류에 적힌 금액이 진짜라는 보장은 있어? 듣기로는 진작부터 제약회사 직원이랑 짜고 약값을 부풀려서 뒷돈을 챙겼다던데.”그 말이 끝나자, 곧바로 처음 보는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자신을 제약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곧바로 말을 보탰다.“제가 증언할 수 있습니다. 저 서류에 적힌 금액은 전부 가짜예요. 저 사람, 저희 회사 사장이랑 짜고 계속 돈을 빼돌렸습니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사팀 담당자가 단호하게 말했다.“사실로 확인되면 사기 혐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사안입니다.”정말 어이가 없었다.사람을 치료하고 살려 온 게 죄라도 된다는 건가?나는 병원 구석에 설치된 CCTV를 가리켰다.“제가 성희롱을 했는지는 CCTV를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그리고 저분은 저는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제가 거래하는 제약회사와도 아무 관계가 없어요. 제 통화 내역과 송금 기록까지 전부 확인하셔도 됩니다.”조사팀은 곧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그러자 정유아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제일 큰 문제는 불법 진료라고요!”정유아가 이철수를 가리켰다.“이철수 씨 손도 저 사람이 멋대로 수술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이철수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팔을 감싸 쥐고 통증을 호소했다.“맞아요! 시설도 제대로 안 된 데서 저한테 불법 수술을 했어요! 지금도 상처가 매일 아파요. 분명 그때 잘못 건드려서 후유증이 남은 겁니다.”조사팀 담당자의 표정이 굳어졌다.“무면허 의료 행위와 신체 손상 사실까지 확인될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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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병원 문을 닫았다.밖에서는 사람들이 여전히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느라 소란스러웠고, 안에는 의식을 겨우 붙잡고 있는 어머니와 나만 남았다.더는 바깥소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곧바로 119에 신고한 뒤 어머니를 안고 계속 말을 걸었다.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하며 버텼다.잠시 뒤 구급차가 도착했다.나는 어머니를 부축해 곧장 차에 올라탔다.차가 마을을 빠져나갈 때까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었지만, 이제 이곳과는 끝이었다.시내 종합병원에 도착한 어머니는 곧바로 응급처치를 받았다.다행히 고비는 넘겼다.담당 의사는 심한 스트레스로 심근허혈이 온 상태였다고 설명했다.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병상에 누운 어머니의 안색이 조금씩 돌아오는 걸 확인한 뒤에야 나도 겨우 긴장을 풀 수 있었다.잠시 쉴 틈이 생겨서 핸드폰을 켰다.그런데 추천 영상에 하필 정유아의 라이브 방송이 떠 있었다.화면에는 익숙한 마을 입구가 보였다.돈을 챙긴 사람들은 무슨 큰일이라도 해낸 듯 들떠 있었다.정유아는 그중에서도 가장 신이 나 보였다.카메라를 향해 자신이 악덕 의사를 밝혀냈다며 한참 떠들어 대고 있었다.뒤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음식을 차려 놓고 술까지 마시며 웃고 떠들었다.[나 아까 돈 주울 때 12만 원 넘게 챙겼잖아! 강지훈이 맨날 손해 보면서 진료했다고 하더니 돈을 꽤 벌었나 봐.][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다 동네 사람이라고 해 놓고 뒤에서는 다 받아 챙긴 거지.][이번엔 유아가 제대로 한 건 했어. 아니었으면 우리 아직도 속고 있었을걸?][그 인간 얘기는 그만해. 술이나 마셔!]방송에서는 웃음소리와 욕설이 계속 들려왔다.나는 아무 표정 없이 핸드폰 화면을 껐다.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며 인사하던 사람들이 불과 하루 만에 나를 원수처럼 대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제대로 깨달았다.그래도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지금이라도 본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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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교수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제 마을을 떠났고 병원도 문을 닫았습니다.”[잘했어. 진작 그랬어야지.]교수님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이제 거기서 나왔으니 그쪽 일은 그만 생각해. 인터넷에서 뭐라고 떠들든 실력만 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마침 내 제자 하나가 시내에서 병원을 운영하는데 요즘 사람을 구하고 있어. 네 얘기를 해 봤더니 한번 와 보라고 하더구나.]잠시 뜸을 들인 교수님이 다시 말을 이었다.[다만 지훈아, 네가 기본기는 탄탄해도 시골 마을에서 5년이나 있었잖아. 요즘 큰 병원 시스템하고는 조금 멀어졌을 테고, 인터넷 여론도 좋지 않고.][그래서 당장 주요 수술을 맡기기는 어렵대. 우선 레지던트로 들어가 수술 보조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는데 괜찮겠어?]“네. 하겠습니다.”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감사합니다, 교수님. 이런 상황에서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지금 내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고 불편한 시선도 감수해야 하겠지만 상관없었다.실력으로 다시 인정받으면 됐다.그 뒤로 이틀 동안 쉴 틈 없이 움직였다.낮에는 시내를 오가며 살 집을 알아보고 병원 면접을 준비했다.저녁이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챙겼다. 몸을 닦아 드리고 식사도 도왔다.며칠 사이 잠도 제대로 못 잔 내 얼굴을 보던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보이셨다.“지훈아, 엄마 때문에 네가 고생만 하는구나. 나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왔다 갔다 할 일도 없을 텐데...”나는 웃으며 이불을 정리해 드렸다.“어머니,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저는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요. 좀 바빠도 괜찮아요.”“면접에 붙으면 우리 시내로 이사 가요. 집도 새로 구하고요. 이제 저 사람들 때문에 속 끓일 일도 없을 거예요.”병실을 나와 수납하러 가던 중 로비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정유아와 미숙 할머니, 이정재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안내 데스크 앞에 몰려 있었다.“아니, CT 한 번 찍는데 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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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 말에 사람들이 돌아봤다.“강 선생 맞네!”“아이고, 잘됐다. 강 선생, 이것 좀 봐 줘. 여기 병원은 너무 비싸!”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내 앞을 막았다.며칠 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정유아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마침 잘 만났네요. 이정재 씨 아들부터 좀 봐 주세요. 애가 열이 심한데 여기선 한참 기다리게만 하잖아요.”이정재가 곧바로 아이를 내 쪽으로 데려왔다.“강 선생, 우리 애가 이틀째 열이 안 떨어져. 여기서는 계속 검사부터 하자고 하고 아직 약도 안 줬어.”“강 선생이 제일 잘 알잖아. 한번 보고 약 좀 처방해 줘.”미숙 할머니도 구겨진 CT 결과지를 내밀었다.“나도 이것 좀 봐 줘. 의사가 뼈에 뭐가 자랐다면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괜히 돈 받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예전처럼 몇 번만 치료해 주면 되는 거 아냐?”나는 한 걸음 물러섰다.“저는 지금 의사가 아니라 어머니 보호자로 여기 와 있습니다. 진료가 필요하시면 이 병원 의료진한테 받으세요.”지나쳐 가려는데 정유아가 앞을 막았다.“강지훈 씨, 사람들이 좋게 부탁하잖아요. 마을 사람들 진료해 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예전에 우리한테 돈도 그렇게 받아 갔으면서 이 정도도 못 해 줘요? 이건 당신이 해 줘야 하는 거잖아요.”이영자까지 내 소매를 붙잡았다.“아니, 강 선생. 우리가 남도 아니고 다 한동네 사람이잖아. 잠깐 봐 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그래?”“놓으세요.”나는 붙잡힌 팔을 빼냈다.이영자가 휘청거리며 정유아 쪽으로 한 발 물러났다.더 이상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제 병원의 문을 닫게 만든 건 여러분입니다. 인터넷에 악덕 의사라고 올리고, 환자 볼 자격도 없다고 한 것도 여러분이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왜 저한테 진료를 부탁하시는 겁니까?”“여기는 병원이고 정해진 절차가 있습니다. 비싸다고 생각하든, 번거롭다고 생각하든 그건 여러분 사정입니다.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지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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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하지만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일주일쯤 지나자 지역 커뮤니티와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오민수 선생님은 왜 종합병원보다 더 비싸요? 진료비만 해도 만 원부터잖아요.][그러니까요. 약도 너무 비싼데 먹어도 아무 효과가 없어요. 우리 애는 열이 더 심해졌어요.][그래도 강 선생이 있을 때가 좋았지. 약값도 얼마 안 들었는데...]이런 댓글은 올라오는 족족 정유아의 방송 관리자에게 삭제됐다.그날 저녁, 정유아는 라이브 방송에서 울먹이며 말했다.[여러분, 오민수 선생님한테 들었어요. 지금 다들 쉽게 낫지 않는 건 강지훈이 그동안 질 낮은 약을 써서 몸을 망쳐 놨기 때문이래요.] [지금 비싼 약을 쓰는 건 몸에 쌓인 나쁜 걸 빼내는 과정이라고요.]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마을 사람들은 또다시 그 말을 믿었다.결국 화살은 다시 나를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에 협조해 달라는 연락에 이어 법원에서 소장까지 날아왔다.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나를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한 것이었다.내가 질 낮은 약을 사용해서 몸을 상하게 했다며 거액의 배상금까지 요구했다.서류를 보고도 화조차 나지 않았다.그저 어이가 없었다.나 역시 그동안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오민수가 처음 방송에 나온 뒤 사람을 통해 그의 이력을 알아봤다.마을 사람들에게 처방한 ‘특효약’도 몇 상자 구해 전문 검사기관에 보냈다.결과는 이미 모두 받아 둔 상태였다.재판 당일, 정유아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선임한 변호사는 내가 얼마나 악질적인 의사였는지 한참을 주장했다.이철수와 미숙 할머니도 피해자라며 나서서 자신들이 당한 일을 호소했다.오민수와 다른 마을 사람들은 방청석에 앉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나는 준비해 온 자료를 그대로 제출했다.“첫 번째는 약품 검사 결과입니다.”서류를 들어 보이며 차분히 설명했다.“오민수 씨가 특효약이라고 판매한 제품의 주성분은 밀가루와 소량의 비타민입니다. 원가는 200원도 되지 않습니다.”“그런 제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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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 사이 나는 새 병원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기본기도 탄탄했고, 마을에서 5년 동안 수많은 환자를 직접 진료한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처음에는 수술 보조부터 다시 시작했지만 금세 실력을 인정받았다.그리고 3개월 뒤.복잡한 관상동맥 우회술 도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급박한 순간, 내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대처하면서 수술은 무사히 마무리됐다.그 일을 계기로 병원에서도 내 실력을 확실히 인정하기 시작했다.원장은 나를 주요 수술팀에 정식으로 합류시켰고, 급여도 두 배로 인상했다. 성과에 따라서 병원의 지분도 일부 받을 수 있게 됐다.이곳에서는 누구도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희생을 요구하지 않았다.환자들도 의료진의 판단과 치료를 존중했다.“강 선생님, 고생 많으셨습니다.”진심으로 건네는 그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내가 왜 의사가 됐는지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그 마을 사람들과 다시 마주칠 일은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왔다.마을 이장을 앞세운 사람들이 건물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창밖을 보니 울면서 자기 뺨까지 때리는 사람도 있었다.“강 선생, 우리가 잘못했어!”“그때는 우리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한 번만 용서해 줘!”나는 커튼 뒤에서 그저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어머니가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한숨을 쉬셨다.“이제 와서 안됐다고 하기도 그렇구나.”“내가 그 마을에서 40년 동안 사람들 치료했고, 네가 또 5년을 했잖니.”“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들 때 사람들이 우리를 조금 도와준 건 고마운 일이지만, 우리도 45년이면 충분히 갚았어.”나는 더 이상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았다.대신 어머니를 보며 웃었다.“어머니, 우리 여행이나 갈까요?”“바다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마침 저도 아직 못 쓴 휴가가 있으니까 같이 다녀와요.”어머니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웃으셨다.어머니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그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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