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더니 순식간에 병원 전체가 전쟁터라도 된 듯 아수라장이 벌어졌다.몇몇 간호사들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오더니 내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장 나를 휠체어에 태웠다.“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하 대표님이 위독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사모님을 꼭 보고 싶어 하세요. 사모님, 제발 가셔서 얼굴이라도 한번 봐주세요.”“말도 안 돼.”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니, 나는 본능적으로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간호사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방금 송연채 씨가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이성을 잃고 눈이 뒤집혀서는, 과도를 들고 하 대표님을 무참히 찔렀대요.”응급실 안, 하태경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있었다. 아랫배에서는 멈출 줄 모르고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그는 곧바로 나를 응시하며 피로 물든 손을 힘겹게 내밀었다.나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결국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그의 입가로 핏물이 끊임없이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그는 쉰 목소리를 겨우 쥐어짜 내며 물었다.“내가 죽으면, 내 죄가 조금은 씻겨질까.”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내 몸에 남은 장기는 전부 기증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좋은 일 하나 했다고 생각하고, 매년 묘지에 와서 나 한 번씩 봐주면 안 될까?”나는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그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곧 내 손을 꼭 쥐고 있던 그의 손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갔다.두 달 뒤의 청명절, 나는 엄도준과 함께 하태경의 묘소를 찾았다.하태경의 심장은 결국 엄도준에게 이식되었다.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그 남자가 엄도준에게 기증하도록 지정해 둔 것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엄도준은 그의 묘비 앞에 꽃다발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연주 씨를 볼 때마다 제 심장이 자꾸 빨리 뛰어요. 이게 이 녀석 심장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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