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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돌려줘

내 몸을 돌려줘

Por:  미래Completado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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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자궁을 이식해 주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나를 지독하게 원망하던 소꿉친구가 덫을 놓아 나를 재벌가 후계자의 침대로 밀어 넣었다. 그 남자는 잠자리를 유독 밝히는 데다, 제 발로 굴러들어 온 여자는 질색하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내 비참한 끝을 기다렸지만 뜻밖에도 그는 나를 금이야 옥이야 끼고 살며 극진히 아껴주었다. 결혼 3년 동안, 그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와 몸을 섞는 걸 즐겼다. 발코니부터 주방, 차 안, 화려하기 그지없는 각종 연회장까지. 내가 그저 화장실에 가려 했을 뿐인데도 그는 굳이 쫓아와 나를 세면대 위에 앉히곤 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피임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는 좀처럼 들어서지 않았다. 그러다 임신한 줄 알고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간 날, 나는 우연히 그와 의사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말았다. “태경아, 3년 전에는 나더러 송연주의 자궁을 몰래 언니한테 이식하게 하더니, 이제는 연주한테 선천성 불임이라고 거짓말까지 하라는 거야? 널 이토록 사랑하는 여자한테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어. 연채가 아이를 낳지 못하면 시댁에서 온갖 구박을 받을 텐데, 연주 자궁만 연채와 조직 적합성이 맞았으니까.” 익숙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낯설 만큼 서늘하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내가 구원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랑은 처음부터 나를 철저히 속여 온 잔혹한 사기극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떠나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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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제1화

병원 복도 끝, 조금 전 내게 단호하게 불임 판정을 내렸던 의사가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불쌍하게도 연주는 자신이 임신했다고 믿고 있어. 하지만 계속되는 구토는 내가 호르몬 조절제로 처방한 약의 부작용 때문이야.”

하태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부작용이 가장 적은 약으로 바꿔줘. 연주 몸에 이상이 생겨선 안 돼. 연채에게 앞으로 연주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진실을 알게 되면 연주가 널 원망할까 봐 두렵지 않아? 연주는 줄곧 네 아이를 낳고 싶어 했잖아. 그런데 평생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으니...”

의사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동정이 묻어 있었다.

“나를 원망해도 어쩔 수 없어. 연채가 고통받는 걸 차마 두고 볼 수가 없거든.”

하태경의 말투가 초조하게 변했다.

“연주야 이미 하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얻었잖아. 그 정도면 된 거 아니겠어?”

...

나는 모퉁이에 멍하니 서서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하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라니... 원래 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내가 지금껏 얻은 모든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내 자궁과 맞바꾼 것에 불과했다.

나는 온몸의 기운이 쫙 빠지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바닥에 무방비하게 내팽개쳐진 몸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몸을 일으킬 힘조차 나지 않았다.

그때 하태경이 나를 발견하고는 성큼성큼 다가와 부축했다. 그러고는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내 얼굴을 응시하며 물었다.

“어쩌다 넘어졌어?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나는 소매 속에 감춘 손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 관계를 깨뜨리는 건 내게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겼다.

“방금 왔어. 굽이 너무 높아서 발목을 삐끗했어.”

그제야 그의 얼굴에서 팽팽하게 서려 있던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는 나를 안아 들고 밖으로 걸어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굽 높은 신발은 신지 마.”

그토록 사랑했던 얼굴을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서늘한 한기가 밀려왔다.

‘대체 언제 의사를 시켜 내 자궁을 빼앗아 간 걸까? 2년 전, 내가 맹장 수술을 받았을 때였을까?’

당시 나는 가벼운 복부 통증만 느꼈을 뿐인데, 의사는 맹장염이라며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태경은 내가 조금이라도 다칠까 전전긍긍하며 병원 한 층을 통째로 빌리고, 최고급 의료진까지 불러 수술을 진행했다.

그때의 나는 그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조금이라도 다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그저 그가 우리에 가둬 키우던 양 한 마리에 불과했다. 그가 그토록 지극정성으로 나를 보살핀 것도 결국 내 장기를 도려내 언니에게 바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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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병원 복도 끝, 조금 전 내게 단호하게 불임 판정을 내렸던 의사가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불쌍하게도 연주는 자신이 임신했다고 믿고 있어. 하지만 계속되는 구토는 내가 호르몬 조절제로 처방한 약의 부작용 때문이야.”하태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부작용이 가장 적은 약으로 바꿔줘. 연주 몸에 이상이 생겨선 안 돼. 연채에게 앞으로 연주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진실을 알게 되면 연주가 널 원망할까 봐 두렵지 않아? 연주는 줄곧 네 아이를 낳고 싶어 했잖아. 그런데 평생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으니...”의사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동정이 묻어 있었다.“나를 원망해도 어쩔 수 없어. 연채가 고통받는 걸 차마 두고 볼 수가 없거든.”하태경의 말투가 초조하게 변했다.“연주야 이미 하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얻었잖아. 그 정도면 된 거 아니겠어?”...나는 모퉁이에 멍하니 서서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하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라니... 원래 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내가 지금껏 얻은 모든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내 자궁과 맞바꾼 것에 불과했다.나는 온몸의 기운이 쫙 빠지며 그대로 고꾸라졌다.바닥에 무방비하게 내팽개쳐진 몸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몸을 일으킬 힘조차 나지 않았다.그때 하태경이 나를 발견하고는 성큼성큼 다가와 부축했다. 그러고는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내 얼굴을 응시하며 물었다.“어쩌다 넘어졌어?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나는 소매 속에 감춘 손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 관계를 깨뜨리는 건 내게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겼다.“방금 왔어. 굽이 너무 높아서 발목을 삐끗했어.”그제야 그의 얼굴에서 팽팽하게 서려 있던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는 나를 안아 들고 밖으로 걸어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는 이렇게 굽 높은 신발은 신지 마.”그토록 사랑했던 얼굴을 눈앞에서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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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저녁 식사 자리, 하태경은 내가 밥 한 공기를 다 먹을 때까지 곁에서 재촉했다.그는 다정한 얼굴로 숟가락을 건네며 말했다.“밥을 제대로 안 먹는데 몸이 어떻게 좋아지겠어?”‘내 몸이 망가지면 언니에게 건강한 장기를 떼어줄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러는 거지?’맞은편에 앉은 저 위선적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또다시 구역질이 치밀었다.나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문을 안에서 잠그고는, 문밖에서 걱정스레 묻는 그의 목소리는 애써 외면한 채, 방금 먹은 것을 모조리 토해냈다.그때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갑자기 진동했다. “정말 여기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거예요?”나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며 하태경이 그 말들을 내뱉던 차가운 말투를 떠올렸다.“내, 정말이에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잠시 후, 하태경은 도우미에게 열쇠를 가져오게 해 문을 열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또 토한 거야? 저번에 지어준 보약은 먹지 말고, 새로 지은 걸로 먹어.”그는 매일같이 나를 속이고 있었다. 분명 호르몬제를 먹이면서 보약이라고 거짓말했던 것이다.예전에는 정말 그의 아이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리 쓴 약이라도 가슴에 희망을 품은 채 웃으며 삼켰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정말 바보였다.나는 고개를 들어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나 죽는 거야? 제발 솔직하게 말해줘. 나 이제 얼마나 더 살 수 있어?”언제나 차분하던 남자의 얼굴에 미세한 당황이 스쳐 지나가더니, 그는 갑자기 나를 품에 꽉 끌어안으며 굳어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소리 하지 마, 넌 앞으로도 아주 오래오래 나와 함께 있어야 해.”그의 사랑을 속삭이는 말은 언제나 듣기 좋았다. 지난 2년 동안 내가 임신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가 아이를 가지는 고통을 겪게 하기 싫다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사실 그는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매일 내가 힘겹게 몸을 추스르며 쓰고 맛없는 약을 삼키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언젠가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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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엄마는 송연채의 임신을 축하한다며 진작부터 그녀의 입맛에 맞춘 음식으로 한 상 가득 차려놓았다.송연채가 코를 틀어막으며 입맛이 통 없다며 투정을 부리자 하태경은 우리 집 전담 가사도우미를 보내 요리를 해주겠다고 나섰다.송연채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더니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됐어. 연주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데. 나 때문에 너희 부부 얼굴 붉히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거든.”그러자 엄마는 대뜸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며 닦아세웠다.“네가 임신한 것도 아니고 사지 멀쩡한데 네 몸 하나 스스로 못 돌보니? 넌 어릴 때부터 이기적이어서 뭐 하나 시키면 맨날 앓는 소리만 하더라.”애초에 엄마가 나를 낳은 건 언니의 병을 치료할 제대혈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녀에게 나는 그저 언니를 치료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그러니 내게는 단 한 치의 거역도 허락되지 않았다.나는 엄마와 더는 말싸움을 벌이고 싶지 않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예전에 쓰던 작은 방에 들어가 조용히 있고 싶었지만, 그곳은 이미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창고로 변해 있었다.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나는 손등으로 아무렇게나 훔쳐냈다.“지금 태경이한테 화풀이하는 거야? 아직도 네 분수를 모르는 모양인데, 나와 태경이가 함께한 세월은 네가 함부로 넘볼 수 있는 게 아니야.”나를 따라 들어온 송연채는 마치 본처가 첩을 훈계하듯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나는 코웃음을 쳤다.“그럼 왜 그 남자랑 결혼하지 않았어?”그녀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원래 손에 넣지 못한 게 더 탐나는 법이잖아. 난 태경이가 평생 나를 애틋하게 여기면서 내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길 바라거든.”나는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그녀의 배를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배 위에 손을 올렸다.송연채는 한층 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내 귓가에 바짝 다가와 속삭였다.“부러워? 안타깝게도 넌 평생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거야. 네 자궁은 지금 내 배 속에 있으니까.”“자궁이 없으면 엄청 고생한다더라.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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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로부터 보름이 흐른 어느 날 오후, 나는 이미 바닷가에 위치한 한적한 마을에 정착해 있었다.결혼반지를 처분해 제법 큰 돈을 마련한 나는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지냈다.이따금 온몸이 욱신거렸고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기에, 나는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갔다.선베드에 누워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듣고 있자니, 스물일곱 해의 인생을 통틀어 이토록 자유롭고 평온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그때 백사장 너머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내 이혼 전문 변호사, 엄도준이었다.업계에서 '재물신'이라 불릴 만큼 돈만 제대로 챙겨주면 어떤 사건이든 물어오는 사람이었다. 하태경을 상대로 내 이혼 소송을 맡아줄 만큼 겁 없는 변호사도 그 사람뿐이었다.여자보다 수려한 얼굴에 셔츠 단추를 늘 두어 개씩 풀어놓고 다니는 꼴이 영 불량해 보여서, 겉보기에는 그저 농땡이나 피우는 날라리 변호사 같았다.그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나를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이래저래 조율해 봤는데요. 하태경 씨는 이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네요. 연주 씨가 위자료를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해도 절대 이혼할 수 없답니다.”“그 사람 지금 회사에도 안 나가고 연주 씨를 찾느라 눈이 뒤집혀 있어요. 저도 꼬리를 따돌리고 여기까지 오느라 꽤나 고생했거든요. 연주 씨가 그 남자한테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인가 봐요.”“허 참.”나는 짧게 코웃음을 쳤다.“그 사람 원래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이에요. 속셈은 뻔하죠. 송연채가 출산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나를 보험처럼 곁에 두려는 것뿐이에요.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예비 부품처럼요.”“그럼 다음 계획은요?”“그 인간이 순순히 날 놔주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아요. 전해요. 끝까지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면 모든 진실을 세상에 폭로하겠다고.”“내가 그래도 동의 안 하겠다면?”익숙하면서도 서늘한 남자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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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하태경은 나의 냉대와 가시 돋친 말들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그는 내 손을 들어 올리더니 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어 내 네 번째 손가락에 단단히 끼워 넣으며 온화하게 말했다.“바보야, 돈이 모자라면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앞으로는 이렇게 소중한 걸 함부로 팔지 마, 알겠지?”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울분을 억누르며 힘겹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러고는 다른 쪽 손에 꽂힌 링거 바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가 억지로 끼운 반지를 빼내어 힘껏 내던졌다.“하태경, 이혼하자고. 너랑 이혼하겠다고. 내 말 못 알아들어?”손등에 꽂힌 바늘을 타고 붉은 피가 역류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 정도의 육체적 고통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지나온 긴 세월 동안 나는 늘 온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을 견디며 살아왔으니까.이 남자가 내게 마지막 치명타를 날리기 전까지도 말이다.정말이지 뼈에 사무치도록 아팠다. 이제는 죽음마저 간절히 기다려질 지경이었다.나는 손등에 꽂힌 바늘을 단숨에 뽑아 던지고 차가운 시선으로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하태경, 내가 죽어야만 날 놔줄 거야?”내 손등에서 배어 나오는 핏방울을 보자 그의 눈동자가 부서질 듯 흔들리더니, 하태경은 억눌린 목소리로 짓씹듯 말했다.“다시는 죽는다는 소리 하지 마. 넌 오래오래 살 거고, 난 절대로 널 안 보내.”‘오래오래 산다고?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나는 눈을 감고 그대로 누워버렸다. 그의 얼굴은 단 1초도 더 보고 싶지 않았다.긴 정적이 흐른 끝에 마침내 그가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나는 그제야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지금 정식으로 의뢰할게요. 그 증거들 다 공개해 주세요.”수화기 너머 남자의 목소리에 옅은 웃음기가 배어 나왔다.“좋습니다. 그럼 우리의 통쾌한 승리를 기원하죠.”원래 나는 남은 마지막 시간을 그 쓰레기 같은 년놈들과 얽히는 데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죽은 뒤 엄도준을 통해 그들이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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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는 화면 밖에서 이 한 편의 막장극을 유쾌하게 감상하고 있었다.그때 엄도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런데 어쩐지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조금 빠져 있었다.“제가 더 처리해 드릴 일이 남았습니까? 이혼 서비스에 포함해서 추가 비용은 받지 않을 테니 말씀해 보시죠.”나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뭐가 더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글쎄요, 내가 죽고 나면 내 뼛가루를 바다에 좀 뿌려줄래요? 하태경이 날 옭아매지 못하게요. 그 집안 납골당에는 묻히기 싫어요.”수화기 너머에서 몇 초간 정적이 흐르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건 장담 못 하겠네요. 제가 연주 씨보다 먼저 죽을지도 몰라서요.”“왜요?”‘이 사람 참 이상한 소리를 하네, 어떻게 나보다 먼저 죽는다는 거지.’“심장병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면서 사는 거죠.”남자의 말투는 마치 내일이라도 죽음을 맞이할 시한부 환자처럼 나른하고 담담했다.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며칠만 더 버텨봐요. 내가 죽는 날, 내 심장을 변호사님한테 기증할 테니까.”지금 내 몸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건 심장 하나뿐이었다. 기꺼이 내 사건을 맡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치면 될 터였다.수화기 너머에서는 한참 동안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더니 죽은 사람처럼 잿빛 얼굴을 한 하태경이 걸어 들어왔다.나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내가 그 모든 진실을 폭로했으니 당연히 그가 길길이 날뛰며 분노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와 마주칠 일은 없으리라 여겼다.하지만 그는 별다른 동요조차 없이, 늘 그랬던 것처럼 내 침대 곁에 주저앉아 담담히 말했다.“나한테 복수해서 네 마음이 편해지고 울화가 풀린다면, 세상 사람들이 날 손가락질해도 상관없어.”말을 마치자 그는 내 앞에 도시락통을 하나씩 늘어놓더니 숟가락을 들어 밥을 떠먹여 주려 했다.“뭐라도 좀 먹어, 응? 아무것도 안 먹는데 몸이 어떻게 낫겠어.”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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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하태경의 곁에 갇히게 되자, 나는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애초에 깨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혼수상태는 하태경의 집요한 구속에 맞설 수 있는 나의 유일한 저항 수단이었다.내 영혼은 허공에 떠 있는 채 매일같이 내 텅 빈 몸을 붙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그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생기를 잃고 잿빛으로 굳어갔다.그는 의사를 향해 무력하게 화를 내며 대체 언제쯤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느냐고 집요하게 재촉했다.“연주의 주요 수치가 안정돼야 해. 지금 상태에서 수술을 감행하면 위험이 너무 커서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수도 있어.”하태경은 또다시 불같이 화를 내며, 누구의 입에서도 ‘죽음’을 암시하는 불길한 말이 나오지 못하도록 엄금했다.마치 그 단어들을 입에 올리지 않으면 내가 정말 죽지 않기라도 할 것처럼.곁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송연채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그럼 며칠 더 몸보신시켜요. 저 애 수치가 안 좋다면서요. 나중에 나까지 피해 보면 안 되잖아요. 태경아, 걱정 마. 나 수술대에서 무사히 멀쩡하게 내려올 테니까.”전에 내 수술을 집도했던 그 무자비한 의사는 송연채와 병상에 누워 있는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곧 모든 장기를 빼앗긴 채 비참하게 죽을 내가 가엾기라도 했던 모양이었다.일주일 뒤, 나는 수술실로 밀려 들어갔고 마취 주사 한 방과 함께 의식은 완전히 끊어졌다.정신이 어스름하게 돌아왔을 때, 손끝이 찌릿하게 저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심장을 도려내져 죽은 몸이 아니었던가, 어째서 아직도 감각이 남아 있는 거지?몽롱한 눈을 힘겹게 떠보니, 그 지긋지긋한 악연의 남자가 내 침대 곁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내 손을 꼭 움켜쥔 채 잠들어 있었다.내가 미세하게 움직이자 남자는 곧바로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점점 붉어지는 눈시울로 낮게 중얼거렸다.“드디어 깨어났구나. 고마워, 마침내 눈을 떠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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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하태경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더니 순식간에 병원 전체가 전쟁터라도 된 듯 아수라장이 벌어졌다.몇몇 간호사들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오더니 내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장 나를 휠체어에 태웠다.“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하 대표님이 위독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사모님을 꼭 보고 싶어 하세요. 사모님, 제발 가셔서 얼굴이라도 한번 봐주세요.”“말도 안 돼.”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니, 나는 본능적으로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간호사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방금 송연채 씨가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이성을 잃고 눈이 뒤집혀서는, 과도를 들고 하 대표님을 무참히 찔렀대요.”응급실 안, 하태경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있었다. 아랫배에서는 멈출 줄 모르고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그는 곧바로 나를 응시하며 피로 물든 손을 힘겹게 내밀었다.나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결국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그의 입가로 핏물이 끊임없이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그는 쉰 목소리를 겨우 쥐어짜 내며 물었다.“내가 죽으면, 내 죄가 조금은 씻겨질까.”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내 몸에 남은 장기는 전부 기증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좋은 일 하나 했다고 생각하고, 매년 묘지에 와서 나 한 번씩 봐주면 안 될까?”나는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그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곧 내 손을 꼭 쥐고 있던 그의 손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갔다.두 달 뒤의 청명절, 나는 엄도준과 함께 하태경의 묘소를 찾았다.하태경의 심장은 결국 엄도준에게 이식되었다.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그 남자가 엄도준에게 기증하도록 지정해 둔 것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엄도준은 그의 묘비 앞에 꽃다발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연주 씨를 볼 때마다 제 심장이 자꾸 빨리 뛰어요. 이게 이 녀석 심장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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