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는 금방 연결됐다. 서이준이 내 신원 정보를 불러 주고, 도착 시간과 공항 위치를 물었다.상대는 30 초쯤 조회한 뒤 대답했다.[대표님, 최예원 씨가 변경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 시간입니다.][원래 어젯밤 출발 예정이었는데 오후 편으로 앞당기셨습니다. 어젯밤 8 시에 이미 하온시에 도착하셨습니다.]서이준의 눈이 커졌다. 화를 터뜨리기도 전에 비서가 급히 달려왔다."대표님, 재무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최예원 씨가 돈을 보내셨다고 합니다.""송금 메모에 '결혼 준비금 반환, 파혼 통보'라고 적혀 있습니다!"마지막으로 외할머니 댁에 온 건 반년 전이었다.막 서이준의 청혼을 받아들였을 때였다. 우리는 서둘러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외할머니의 영정 앞에 이마를 바닥에 대고 세 번 절했다.서이준은 두 손을 모으고 한참이나 외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할머니, 예원이 아프지 않게 지켜 주세요. 너무 무리하지 않게 해 주시고요.""반년 뒤에 다시 올게요. 예원이 시집가는 모습 보여 드릴 테니까, 꼭 집에 돌아와 계셔야 해요."그 말을 한 지 겨우 2 달 만에 이태린이 귀국했다.서이준은 조금씩 외할머니와의 약속도, 청혼하며 했던 맹세도 잊었다. 돌아가시기 전, 외할머니가 결혼 선물을 내 손에 쥐여 주셨을 때 울며 외쳤던 말까지도."할머니, 약속할게요. 예원이가 꼭 이거 끼고 행복하게 저한테 시집오게 할게요!"결국 그 선물들은 이태린의 목걸이와 펜던트가 되었다.서이준 자신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임유건이 골라 준 웨딩드레스로 갈아입는데, 사촌 오빠의 아이가 부겐빌레아 한 송이를 들고 달려왔다."고모, 고모부가 이거 전해 주래요!"받아 보니 쪽지도 함께 있었다.[예원아, 네가 지금 할머니 댁 방에서 내 신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 알아.][그런데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꼭 꿈같아서. 눈을 뜨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것 같아. 대학 운동장에서 너랑 이준이가 나란히 걷는 모습을 몰래 바라보던 임유건으로.]대학 시절, 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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