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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캐슬
이태린이 숨도 못 쉴 듯 겁에 질렸다.

"서이준, 미쳤어? 놔!"

결국 드레스는 벗겨지지 않았다. 누군가 소식 하나를 발견하면서 주위가 술렁였기 때문이다.

비서도 그걸 보고 급히 서이준에게 보여 주었다.

결혼을 축하하는 공지였다.

[유강그룹 경사 안내: 임유건 대표가 오랜 사랑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오늘, 10 년 동안 마음에 품어 온 최예원 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오늘 날짜가 적힌 혼인신고 확인서가 첨부돼 있었다.

임유건과 최예원. 오늘 결혼.

서이준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몸이 꼿꼿한 채 뒤로 넘어갔다.

악몽이든 달콤한 꿈이든, 스스로를 속이며 꾸는 꿈이든. 깨어나는 데는 한순간이면 충분했다.

결혼하고 2 일이 지난 날, 임유건과 나란히 침대에서 눈을 뜨며 그런 생각을 했다.

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서 쓰던 내 방이었다.

예전에는 이 침대가 참 컸다. 뒹굴며 한참을 놀다 보면, 외할머니가 웃으며 아침밥을 들고 와 일어나라고 하셨다.

그런데 지난 두 밤, 임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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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은 그대로, 당신만 빼고   제10화

    "예원이만 아니었으면, 너 같은 놈이랑 친구 할 생각도 없었어."서이준이 이를 악물고 임유건을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처음부터 너한테 딴마음 품었던 놈이야. 어떻게 그런 놈이랑 결혼을 해?""내 말 좀 들어 봐. 태린이는 거기 두고 왔어. 평생 돌아오지도 못할 거야. 네 복수 내가 해 줬다고!""예원아, 아직 늦지 않았어. 이혼해. 나랑 결혼하면 돼. 할머니 앞에서 맹세했던 거 잊었어?"그 뻔뻔함에 헛웃음이 나왔다."먼저 잊은 건 너 아니야?""서이준, 내 복수를 해 줬다며. 할머니 선물도 되찾아 줬다며. 그런데 이태린 때문에 날 몇 번이고 힘들게 하고, 그 물건을 줘 버린 사람이 너잖아.""맞다, 이건 알아야겠네. 우리 집안 사업은 이미 회복됐어. 네 청혼을 받아들인 건 널 사랑했기 때문이야. 우리 집안 사정하고는 상관없어.""그 마음을 저버린 건 너야."서이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다급히 용서를 구하려 했다.나는 하품을 하며 임유건의 어깨에 기댔다."여보, 너무 졸려. 어젯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잖아... 좀 더 자자.""그러자, 여보."임유건이 서이준을 향해 눈썹을 까딱했다. 나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기 전, 두 마디를 더 보탰다."그래도 고맙긴 하네. 네가 청혼했다는 걸 알고 나서 거의 매일 예원이한테 연락했어. 다시 생각해 보라고.""처음에는 대꾸도 안 하더라. 네가 태린이한테만 정신이 팔린 덕분에 나한테도 기회가 온 거지. 결국 바라던 대로 됐고."서이준이 어떤 표정일지 돌아보지 않았다. 하품만 한 번 더 했다.'오늘 밤에는 또 유건이 마음대로 하게 두면 안 되는데.'결혼 휴가는 5 일뿐이었다. 밀린 일도 많았고, 집안 사업도 돌봐야 했다...게다가 임유건은 사들인 서림그룹 지분을 내게 주겠다고 고집했다. 오롯이 내 명의의 재산으로 만들겠다면서.'넘겨받으면 서이준네 사람들을 전부 내보낼까? 쓸 만한 사람 몇은 남겨 둘까... 제대로 생각해 봐야겠네.'다시 눈을 떴을 때 서이준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임유건이

  • 결혼은 그대로, 당신만 빼고   제9화

    이태린이 숨도 못 쉴 듯 겁에 질렸다."서이준, 미쳤어? 놔!"결국 드레스는 벗겨지지 않았다. 누군가 소식 하나를 발견하면서 주위가 술렁였기 때문이다.비서도 그걸 보고 급히 서이준에게 보여 주었다.결혼을 축하하는 공지였다.[유강그룹 경사 안내: 임유건 대표가 오랜 사랑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오늘, 10 년 동안 마음에 품어 온 최예원 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그 아래에는 오늘 날짜가 적힌 혼인신고 확인서가 첨부돼 있었다.임유건과 최예원. 오늘 결혼.서이준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몸이 꼿꼿한 채 뒤로 넘어갔다.악몽이든 달콤한 꿈이든, 스스로를 속이며 꾸는 꿈이든. 깨어나는 데는 한순간이면 충분했다.결혼하고 2 일이 지난 날, 임유건과 나란히 침대에서 눈을 뜨며 그런 생각을 했다.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서 쓰던 내 방이었다.예전에는 이 침대가 참 컸다. 뒹굴며 한참을 놀다 보면, 외할머니가 웃으며 아침밥을 들고 와 일어나라고 하셨다.그런데 지난 두 밤, 임유건과 몇 번이고 몸을 겹치고 나서야 알았다. 목이 쉬어 달아나려 해도 돌아서기 무섭게 발목을 잡혀 끌려왔던 이 침대가, 실은 참 작다는 걸.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다.결혼을 했고 남편이 생겼다. 머지않아 아이도 생길지 모른다.변하지 않은 건 하나였다. 이곳은 언제까지나 외할머니가 남겨 주신 내 보금자리라는 것."목말라?"임유건이 머리맡 보온병의 뚜껑을 돌려 열고 내밀었다. 뻔뻔한 웃음까지 지으면서.그제야 매일 밤 자기 전에 꼭 물 한 잔을 준비해 두던 이유를 알았다.한 잔을 단숨에 비우자 타들어 가던 목에서 겨우 소리가 나왔다. 그때 임유건이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서이준한테 왜 말 안 했어? 집안 사업이 다시 살아나서 이제 파산할 일은 없다고.""일찍 말했으면 집안 때문에 결혼하려는 게 아니란 걸 알았을지도 모르잖아."목을 가다듬고 잔을 내려놓았다."말했어. 그런데 그날 태린이가 술에 취했거든. 돌봐 주러 간다고 제대로 듣지도 않고 가 버렸어."말을 마치

  • 결혼은 그대로, 당신만 빼고   제8화

    한편, 해외의 고성에서 서이준은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아무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서정호와 박미경도 몇 번이나 달래 보려다가 험악한 기세에 물러섰다.이태린은 손가락을 꼬며 서이준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수십 통이나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다가, 이를 악물고 다가갔다."이준아, 진정해. 예원이랑 알고 지낸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렇게 억지 부릴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아직도 분이 안 가셨나 봐.""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아직 1 시간이나 남았잖아."예전에는 무슨 말이든 이태린이 입만 열면 서이준은 모든 걸 멈추고 대답해 주었다.이번에는 달랐다. 못 들은 사람처럼 휴대전화만 보며, 자신과 나를 모두 아는 친구 중 연락이 닿을 만한 사람들에게 거듭 전화했다.10 분이 더 흘러도 나와 연락이 닿았다는 사람은 없었다.메신저에 뜬, 메시지 전송 실패를 알리는 빨간 느낌표. 서이준이 주먹을 꽉 쥐고 돌아서서 고함쳤다."대체 언제 뜰 수 있다는 거야? 당장 하온시로 가야 한다고!"한쪽에서 계속 전화를 돌리던 비서가 뛰어왔다. 그러다 이태린을 보자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대표님, 그게...""말해! 계속 입 다물고 있을 거면 회사에서 나가!"이태린이 경고하듯 비서를 노려봤다. 잠깐 망설이던 비서가 결국 입을 열었다."본사에 확인해 보니 이태린 씨가 비행기 두 대를 먼저 귀국시켰다고 합니다. 3 일 뒤에 다시 데리러 오라고 하셨답니다.""현재 관제 구역에 진입해 있어서 임의로 회항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서이준이 홱 돌아봤다. 마침 이태린이 비서에게 경고하는 눈빛을 고스란히 보았다.이태린이 당황했다."아니야... 이준아, 내 말 좀 들어 봐. 조종사들 묵을 데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랬어. 객실 다 찼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내가..."서이준이 분노로 굳은 얼굴로 한 걸음씩 다가섰다."공항에서 대기하라고 한 건 나야. 당연히 조종사들 방도 잡아 뒀고.""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회사 직원들한테 지시를 해?"이태린이 허둥대며 비서를

  • 결혼은 그대로, 당신만 빼고   제7화

    전화는 금방 연결됐다. 서이준이 내 신원 정보를 불러 주고, 도착 시간과 공항 위치를 물었다.상대는 30 초쯤 조회한 뒤 대답했다.[대표님, 최예원 씨가 변경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 시간입니다.][원래 어젯밤 출발 예정이었는데 오후 편으로 앞당기셨습니다. 어젯밤 8 시에 이미 하온시에 도착하셨습니다.]서이준의 눈이 커졌다. 화를 터뜨리기도 전에 비서가 급히 달려왔다."대표님, 재무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최예원 씨가 돈을 보내셨다고 합니다.""송금 메모에 '결혼 준비금 반환, 파혼 통보'라고 적혀 있습니다!"마지막으로 외할머니 댁에 온 건 반년 전이었다.막 서이준의 청혼을 받아들였을 때였다. 우리는 서둘러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외할머니의 영정 앞에 이마를 바닥에 대고 세 번 절했다.서이준은 두 손을 모으고 한참이나 외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할머니, 예원이 아프지 않게 지켜 주세요. 너무 무리하지 않게 해 주시고요.""반년 뒤에 다시 올게요. 예원이 시집가는 모습 보여 드릴 테니까, 꼭 집에 돌아와 계셔야 해요."그 말을 한 지 겨우 2 달 만에 이태린이 귀국했다.서이준은 조금씩 외할머니와의 약속도, 청혼하며 했던 맹세도 잊었다. 돌아가시기 전, 외할머니가 결혼 선물을 내 손에 쥐여 주셨을 때 울며 외쳤던 말까지도."할머니, 약속할게요. 예원이가 꼭 이거 끼고 행복하게 저한테 시집오게 할게요!"결국 그 선물들은 이태린의 목걸이와 펜던트가 되었다.서이준 자신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임유건이 골라 준 웨딩드레스로 갈아입는데, 사촌 오빠의 아이가 부겐빌레아 한 송이를 들고 달려왔다."고모, 고모부가 이거 전해 주래요!"받아 보니 쪽지도 함께 있었다.[예원아, 네가 지금 할머니 댁 방에서 내 신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 알아.][그런데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꼭 꿈같아서. 눈을 뜨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것 같아. 대학 운동장에서 너랑 이준이가 나란히 걷는 모습을 몰래 바라보던 임유건으로.]대학 시절, 서이

  • 결혼은 그대로, 당신만 빼고   제6화

    결혼식 당일 오후, 해외 고성이 있는 곳은 조금 후텁지근했다.그래도 고성에 도착한 사람들은 들떠서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서정호와 박미경까지 기분 좋게 이태린을 끌어당겨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서이준만 텅 빈 메시지 창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며칠 전 고성 주소와, 이태린이 여행 때 고성 앞에서 찍은 셀카를 보냈을 때도 나는 답이 없었다. 어제 오전에 이태린에게 사과하라며 가족 모임에는 이태린을 먼저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도. 어제 이태린이 용서했다는 메시지를 세 개나 보냈는데도 마찬가지였다.서이준은 볼수록 짜증이 나 대화창을 위로 쓸어 올렸다. 그러다 멈칫했다. 예전 메시지는 온통 내가 보낸 것들이었다.[이 드레스 세 개 중에 뭐가 제일 마음에 들어?][결혼식 답례용 사탕 종류가 너무 많아.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 언제 집에 와? 같이 고르자.][이준아, 오늘도 집에 안 와? 안 들어온 지 한참 됐잖아.][우리 부모님은 할머니 댁 옆에 자리 잡으셨어. 어떤 말린 과일 좋아하냐고 물으시더라. 말려 놨다가 너 오면 주신대.]...서이준은 어느 것에도 답하지 않았다.더 위로 올라가 보니, 마지막으로 답한 게 무려 4 개월 전이었다.[태린이는 좀 괜찮아? 내가 얘기해 볼까? 같은 여자끼리는 말이 통할 수도 있잖아.]그때 서이준은 이태린의 귀국을 축하할 삼 단짜리 큰 케이크를 직접 준비하느라 바빴다. 1 주일이 지나서야 답했다.[태린이는 너랑 달라. 너랑은 말 안 통해.]가슴을 얻어맞은 듯했다. 서이준은 멍하니 스스로에게 물었다.'뭐가 다르다는 거지? 왜 말이 안 통한다는 건데?'서이준은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었다. 내가 혼자 보내 온 메시지를 몇 번이고 읽었다.내 메시지는 결혼 준비 이야기 아니면 언제 집에 오느냐는 물음이었다.반면 서이준이 드문드문 보낸 답에는 온통 이태린 이야기만 있었다.'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됐지?'"이준아! 사진 좀 찍어 줘!"이태린이 불쑥 달려 나왔다. 흐린 날씨 속에서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데, 서이

  • 결혼은 그대로, 당신만 빼고   제5화

    "서이준, 그게 나한테 어떤 물건인지 네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그 오래된 마당을 빼면, 외할머니를 추억할 마지막 물건이었다.서이준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곧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잘못 봤어. 네 할머니 다이아몬드 아니야.""내가 못 알아볼 리 없어. 할머니 거 맞아. 늘 금팔찌랑 같이 보관했단 말이야!""우리 가족들 다 있는 자리야. 망신시키지 말고 일단 돌아가!"믿을 수 없어 서이준을 바라봤다. 내 눈물이 흘러내리자 서이준이 당황했다.이태린 때문에 마음을 짓밟힌 게 몇 번인데도 나는 울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 눈물을 보니 서이준은 가슴이 철렁했다.막 나를 향해 손을 뻗으려던 순간, 이태린이 울음을 터뜨렸다."예원아, 내가 예쁘다고 달라고 졸랐어. 이준이한테 그러지 마..."서이준이 미간을 찌푸렸다."태린아, 내가 주고 싶어서 준 거야. 왜 네 잘못이라고 해?"서이준은 몸을 굽혀 이태린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서이준, 할머니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무슨 권리로 할머니 물건을 줘 버려?"이태린이 한 걸음 다가와 내 손목을 잡고 큰 소리로 울었다."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금목걸이가 예쁘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이준이도 팔찌를 녹여서 목걸이를 만들어 주지는 않았을 거야.""예원아, 때리려면 나를 때려. 너희 내일 결혼하잖아. 싸우면 안 돼..."숨을 크게 들이마셔도 치미는 분이 가라앉지 않았다.외할머니가 내 결혼 선물로 남겨 주신 금팔찌를 녹여 이태린의 목걸이로 만들었다니.짝!온 힘을 다해 이태린의 뺨을 때렸다."내놔!"이태린의 뺨에 붉은 자국이 번졌다. 서이준은 곧바로 발끈해 내 뺨을 후려쳤다."그깟 팔찌랑 다이아몬드 때문에 태린이를 때려? 이렇게 막돼먹은 여자랑 어떻게 결혼을 해?""태린이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파혼이야!"맞은 충격에 몇 걸음 비틀거리다 겨우 멈춰 섰다.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이태린을 달래는 서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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