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아는 박영숙의 팔짱을 낀 채 기자들 사이로 걸어왔다.카메라가 자신에게 집중되자 그녀는 금세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어머, 이설 언니. 이분들이 언니 가족이에요?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졌어요?”박영숙은 바닥에 주저앉은 김미란 모자를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다.“내가 진작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친정 식구들까지 회사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다니, 권씨 집안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김미란은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기자 양반들, 똑똑히 들으세요! 시어머니라는 사람까지 우리를 가난하다고 무시하잖아요! 한이설, 당장 50억 원 내놔! 안 그러면 여기서 머리 박고 죽어 버릴 테니까!”유세아는 이설을 향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언니, 그래도 가족이잖아요. 어머니와 동생이 조금 지나치게 행동한 건 맞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잖아요. 아버지도 병원에 계신데 모른 척하기는 어렵죠.”그녀는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방에서 수표책을 꺼냈다.“언니가 평소 검소하게 지내는 건 알아요. 어젯밤 제하 오빠가 200억 원짜리 반지를 선물했다고 해도 당장 큰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겠죠. 제가 우선 5천만 원을 드릴게요. 가족분들 병원비와 생활비에 보태세요. 그룹 앞에서 더 큰 소란이 벌어지는 건 저도 원치 않으니까요.”유세아는 선심을 쓰듯 수표를 내밀었다.그녀의 의도는 뻔했다. 이설을 가족조차 외면하는 냉정한 딸로 몰아가고, 자신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선량한 사람으로 보이려는 것이었다.기자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수표를 향했다.하지만 이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유 이사님은 참 너그러우시네요.”그녀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저분들이 원하는 건 50억 원이에요. 고작 5천만 원으로 생색내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요?”이설은 유세아를 똑바로 바라봤다.“의료재벌 유씨 집안의 따님이시잖아요. 이왕 좋은 일 하시는 김에 50억 원 전부 대신 내주시죠. 계모 부양에 동생 도박 빚까지 해결해 주시면, 여기 계신 기자분들도 유 이사님의 선행을 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