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20이 되었다.
아주 급한 상황에 백아윤은 빠르게 판단을 내린 뒤 특진 의사에게 말했다.
“당장 환자에게 아드레날린을 주사해요. 인공호흡기도 준비하고 산소량을 최대치로 늘려요. 그리고 어서 심장 충격기를...”
삑삑...
백아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심전도 모니터에 직선이 나타났다.
환자의 심장이 멈춘 것이다.
“백 교수님, 환자는 이미 사망했습니다. 보호자에게 이 사실을 알릴 준비를 하세요.”
특진 의사가 말했다.
백아윤은 당황했지만 이내 호통을 치며 말했다.
“어서 내가 말한 대로 해요.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몰라요.”
특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수도 없이 봐왔었기에 무슨 짓을 하든 환자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는 백아윤이 시킨 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결과는 그의 예상대로였다.
응급조치를 모두 취했음에도 환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백아윤의 안색이 창백했다. 그녀는 환자를 구하고 싶었지만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상황이 생길 줄은 몰랐다. 백아윤은 자책하며 말했다.
“내가 조금 더 일찍 왔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나는 왜 일찍 오지 않았을까요?”
특진 의사가 위로했다.
“백 교수님, 이건 백 교수님 탓이 아니에요. 저희는 최선을 다했어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곧 환자의 죽음을 의미했다.
그것은 마치 저주 같았다. 환자의 보호자들이 그 말을 듣는 걸 두려워하는 것처럼 백아윤도 그 말이 두려웠다.
그러나 백아윤은 외과 교수였기에 빠르게 감정을 갈무리한 뒤 냉정한 모습으로 특진 의사에게 분부했다.
“보호자에게 알릴 준비 해요.”
“네.”
특진 의사는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누군가 빠르게 병상으로 다가갔다. 특진 의사는 뒤늦게 한 청년이 환자의 머리에 은침을 놓는 걸 보았다.
그 청년은 바로 윤태호였다.
“윤태호, 지금 뭐 하는 거야?”
백아윤이 호통을 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