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네. 보통 처음 이런 연회에 오면 다들 긴장하는데, 너 얼굴에는 긴장한 티가 전혀 안 보이거든.”
“저는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요.”
윤태호가 웃으며 받아쳤다. 사실 그의 속은 콩알만 해졌다. 몇백 쌍의 눈빛이 자신에게 박혀 있었고, 중년 여성들 눈에 번뜩이는 빛은 호랑이라도 주저앉게 할 기세였다.
“태호야, 아는 얼굴들이 보여서 잠깐 인사 좀 하고 올게. 이따 다시 보자.”
용천후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용천후와 조은성이 떠나자, 윤태호와 백아윤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용왕님이 너를 대하는 태도 심상치 않던데. 두 사람 진짜 형제야?”
백아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윤태호가 웃었다.
“어르신이 저를 좋게 봐주신 거예요. 예전에 병을 고쳐드린 적이 있을 뿐이거든요.”
“그렇구나. 다행히 형제는 아니네.”
백아윤은 목소리를 낮췄다.
“용왕님은 이 바닥 큰손이야. 너무 끈끈하면 괜히 낭패 볼 수도 있어.”
“알겠어요.”
백아윤은 윤태호를 한 번 훑어보고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이런 줄 알았으면 오늘 안 왔을 거고, 너도 안 불렀을 텐데.”
“이미 왔으니 괜히 신경 쓰지 마세요.”
윤태호는 애써 미소 지었다. 속으로는 연회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예감은 금세 맞아떨어졌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천우진 일행이 들어섰다. 윤태호는 주성훈의 팔에 팔짱을 낀 전희원을 보자마자 속으로 탄식했다.
‘세상에... 저 여자가 여기까지 왔어?’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누나, 자리 옮길까요? 여기 조명이 좀 눈부셔서요.”
전희원을 피하고 싶었던 윤태호가 얼른 핑계를 댔다.
“눈부셔?”
백아윤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조명은 부드럽기만 했다.
“제가 빛에 좀 예민해서요.”
“그랬구나. 진작 말하지.”
두 사람은 어두운 모퉁이로 자리를 옮겼고, 윤태호는 겨우 숨을 돌렸다.
바로 그때 천우진이 무대로 올라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연회장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