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시 오게 된 지금, 그런 감정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임유진은 강지혁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다가가 보니 상당히 많은 서류가 이곳저곳 흐트러져있었다.
강지혁이 이 책상에서 회사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멋대로 그려지는 듯했다.
그때 흐트러진 서류 속 유난히 눈에 띄는 [진가원]이라고 적혀 있는 서류 봉투가 보였다.
진가원은 진씨 가문에서 주관하고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로 듣기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땅 부지를 사는 데만 천억 원도 넘게 들었다고 하며 근 2년간 대외홍보에도 역시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서류가 왜 강지혁의 책상 위에 있는 거지?
임유진이 의문을 가진 그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고 이에 깜짝 놀란 임유진은 손에 든 서류 봉투를 그만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봉투가 열리고 안에 든 것들이 하나둘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임유진은 그것들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봉투 안에서 나온 것들이 전부 진애령의 사진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지혁의 유일한 약혼녀였던 진애령 말이다.
진애령의 사진이 왜 봉투 안에 들어있는 거지? 그것도 엄청 많이?
진애령은 강지혁의 약혼녀로 안타깝게도 차 사고로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사고로 임유진은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하나의 교통사고로 두 사람의 운명은 한순간에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임유진이 멍하니 사진을 구경하고 있을 그때, 강지혁이 다가와 사진을 주웠다.
임유진은 허리를 숙인 채 바닥에 떨어진 사진과 서류 봉투를 줍는 그의 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어...”
그녀는 어쩐지 목이 말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영이 보러 병원에 갔다가 너 보고 싶어서 왔어.”
“한지영은 좀 어때?”
강지혁이 물었다.
“괜찮아.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있어.”
임유진은 사진들을 아무렇게나 서류 봉투에 넣어버리는 강지혁을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진들은 뭐야?”
“신경 쓰여?”
“그거 진애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