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혁이 널 지켜줄 거야.”
임유진은 강지혁을 꼭 끌어안으며 말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 진씨 가문에서 네가 진가원 프로젝트를 방해하려고 한다는 걸 알게 된 거 아닐까? 한때 약혼녀였던 자기 딸을 생각해서라도 좀 봐달라고.”
강지혁은 그 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진씨 가문에서 진애령의 사진을 보낸 건 봐달라고 부탁하려는 것이 아닌 그때의 일을 잊지 말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
공항 VIP 라운지.
백연신은 라운지 소파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수중에 들린 티켓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몇 분 뒤면 S 시를 떠나게 된다.
이미 확정된 일이지만 머릿속으로 자꾸 그날 흰색 붕대를 감은 채 창백하고도 또 평온한 얼굴로 헤어져 주겠다고, 원하는 것을 이루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던 한지영의 얼굴이 떠오른다.
원하는 것을 이루길 바라겠다라...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만약 한지영이 치료에 전념하고 무사히 퇴원해 앞으로 행복하게만 살아간다면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백연신이 바라는 건 오직 한지영의 행복뿐이니까.
“설마 아직도 전 여자친구 생각해요?”
그때 고은채가 다가와 그의 팔짱을 끼며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우리가 했던 약속을 잊은 건 아니죠?”
“안 잊었어.”
백연신이 차가운 말투로 대꾸했다.
“아니면 됐어요. 한지영 씨가 무사히 살 수 있었던 게 다 내 덕이라는 거, 평생 잊어버리면 안 돼요. 연신 씨가 내 옆에 있는 게 그것 때문이라는 것도요.”
고은채는 백연신의 얼굴이 어두워져 가는 걸 보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이해가 안 가요. 여자친구로나 아내로나 한지영 씨보다는 내가 훨씬 낫잖아요. 나랑 결혼하면 연신 씨는 고씨 가문을 등에 업을 수 있고 회사를 더 크게 키울 수 있어요. 나는 그 과정에서 연신 씨랑 권력 다툼도 하지 않을 거고요. 연신 씨가 줄곧 원하던 게 이런 거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