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공허해진 손아귀에 이경빈의 두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경빈 씨...”
그때 공수진의 허약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이경빈은 서둘러 공수진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공수진은 차를 뒤집어써 엉망진창이었고 얼굴을 새하얗게 질렸으며 입술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경빈 씨, 나는... 나는 그저 윤이랑 대화를 조금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앞으로는 내 아들이 될 아이니까... 그런데... 그런데 왜 이렇게 됐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정말...”
공수진은 힘겹게 입을 열며 억울하고 또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윽...”
그때 공수진이 미간을 세게 찌푸리더니 고통을 호소했다.
“나... 나 배가 너무 아파요. 윽... 경빈 씨...”
그 모습에 이경빈이 미간을 찌푸렸다.
“알았으니까 그만 말해. 지금 당장 병원에 데려다줄 테니까.”
하지만 공수진을 안으려 허리를 숙이려는데 공수진의 치마 사이로 피가 흥건하게 젖어 있는 것이 보였다.
오늘 입은 치마가 흰색 치마라 빨간색이 더더욱 눈에 띄었다.
공수진의 부모님은 그 피를 보더니 아연실색하며 말했다.
“피?! 수진아, 너 대체 어디를 다친 거야?!”
탁유미도 피가 흥건한 것을 눈치챘다.
‘피가 저 정도로 심하게 흐른다고?’
공수진은 그저 넘어진 것뿐이다. 테이블 위의 식기들에 맞았다고 해도 피까지 흘릴 정도는 아니었다.
순간 탁유미의 머릿속으로 몇 년 전의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도 공수진은 계단에서 넘어진 후 이렇게 치마를 빨갛게 적시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경빈은 그 모습을 보고 그녀를 안고 바로 병원으로 뛰어갔다.
이렇게도 똑같은 광경을 두 번이나 겪는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공수진은 정말 그때와 똑같은 수법으로 그녀를 가해자로 만들려는 걸까?
탁유미는 온몸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이경빈은 공수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더니 얼굴을 굳히고 곧바로 공수진을 안아 들고 밖으로 향했다.
룸을 나설 때 분노에 찬 얼굴로 탁유미를 향해 한마디 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