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경빈은 누군가를 배신했다는 죄책감 같은 것이 들어 바로 눈을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배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는 곧 있으면 공수진과 부부가 되고 부부 사이에 잠자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미 탁유미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공수진과 잠자리를 한 적도 있었고 말이다.
물론 탁유미가 감옥에 들어간 뒤로는 계속해서 혼자 잠들었다.
공수진과는 연인 사이를 넘어 결혼 얘기까지 오가던 상태였는데도 이상하게 공수진과 잠자리를 하려고 하면 이상한 죄책감이 들었다.
그조차도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탁유미 때문일까? 말도 안 된다.
탁유미의 존재가 이토록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재판장에서 증인으로 나서 증언까지 했는데 아직 그 여자에게 마음이 남아 있을 리 없다.
“아이고, 이걸 어째! 우리 수진이가 또다시 아이를...!”
한영애는 공수진의 손을 잡고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 빌어먹을 것이 또다시 우리 수진이 아이를 사라지게 했어! 두 아이 모두 탁유미 그것 때문에! 우리 수진이 불쌍해서 어째...!”
“엄마... 흡... 그만 해요...”
공수진은 가뜩이나 수술을 막 하고 난 뒤라 얼굴이 창백한데 거기에 눈물까지 범벅이 되니 가엽기 그지없어 보였다.
“임신이 힘든 몸이 된 후로 찾아온 기적적인 아이를 또다시 탁유미 때문에 잃어버렸는데 내가 어떻게 그만해! 분명히 일부러 그랬을 거야! 네가 아이를 낳으면 자기 아들이 나중에 이씨 가문을 물려받지 못할까 봐, 그래서 미리 수를 쓴 게 분명해!”
이경빈은 그 말에 몸을 휘청였다.
“탁유미도 알고 있었습니까? 수진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수진이가 윤이한테 이제 곧 있으면 네 동생이 생긴다고 했어. 오늘 수진이가 윤이를 데리고 우리를 만나러 온 것도 앞으로 자기 아들이 될 아이니까 잘 봐달라고 데리고 온 거였어. 그런데 탁유미 그게... 우리 수진이를...!”
한영애는 마치 이 자리에 탁유미가 있었다면 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