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임유진이 정말 사실을 얘기한 거라면 그때는 이경빈 스스로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이경빈이 떠난 후 병실에 남은 공씨 부부는 진이 다 빠진 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떡하지?”
한영애가 두 손을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만약 경빈이나 자기한테 골수를 기증해준 게 탁유미 그 여자라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엄마!”
그러자 공수진이 큰소리로 그녀에게 외쳤다.
“재수 없는 소리 좀 그만 해요. 경빈 씨한테 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은 나예요. 병원 기록에 그렇게 쓰여 있는데 고작 통화 녹음으로 경빈 씨가 넘어갈 것 같아요? 녹음 같은 건 얼마든지 다른 사람 목소리로 흉내 낼 수 있다는 걸 경빈 씨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이 말은 한영애에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함과 동시에 자기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 병원 기록에 내 이름이 쓰여 있는 한 상황을 뒤집기는 어려워. 누가 그깟 통화 녹음으로 내가 아니라 탁유미가 했다고 확신할 수 있겠어. 불안해하지 마, 공수진!’
한영애는 딸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경빈이한테 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은 너야. 수진이 너야!”
한편 공한철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이경빈이 쉽게 임유진의 말을 믿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말을 백 프로 믿을 거라는 생각 또한 하지 않으니까.
아마 이경빈의 성격대로라면 사람을 풀어 조사를 먼저 할 것이 분명했다.
“주원호가 해외로 나갈 거라는 건 확실한 얘기야?”
“네,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어요.”
공수진은 주원호 생각만 하면 이가 갈렸다.
그날 주원호의 꼬드김에 넘어가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임신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아이를 가진 일을 덮기 위해 이런 쇼도 벌이지 않았을 테니까.
“일단은 주원호가 해외로 뜨기 전까지 계속 주시해. 허튼짓하게 내버려 두지 말라고. 알겠어?”
주원호는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 하루빨리 해외로 보내야 했다.
“네, 알겠어요.”
“여보... 우리 수진이랑 경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