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친구가 앞으로는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간절하게 기도했으니 부처님도 분명히 들어주실 거야.”
“친구? 친구 누구?”
“나도 아직 본 적 없는 친구야. 아마 기회가 되면 그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겠다.”
탁유미가 환하게 웃었다.
“친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뭐 인터넷으로만 아는 친구야?”
“비밀. 나중에 얘기해줄게.”
탁유미는 그날 미소를 지으며 끝내 친구에 관해서 얘기해주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녀가 말한 친구는 바로 그였다.
탁유미는 기증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이름도 모르는 그 젊은이를 위해 건강해지기를 빌어주고 있었다.
정작 그 기도 덕에 살아난 그는 그녀의 인생을 처참하게 무너트렸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날 그녀에게 친구가 누군지 조금만 더 자세하게 물어봤더라면 기증 사실에 대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경빈은 당시 그녀를 그저 복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와는 미래를 꿈 꿀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 친구에 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때 이경빈의 경호원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대표님, 괜찮으십...”
경호원은 말을 하다 말고 조금 벙찐 얼굴로 이경빈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경빈의 모습이 꼭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한 사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
임유진이 탁유미를 보러 찾아왔을 때도 이경빈은 여전히 병실 앞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이 꼭 죽은 사람 같았다.
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공수진을 의심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
하지만 그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이경빈은 정말 탁유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테니까.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어요?”
임유진이 병실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물었다.
“어젯밤부터 줄곧 이곳에 있으셨습니다.”
임유진은 이경빈을 힐끔 보더니 별말 없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병실 안에는 탁유미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