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돈을 받아? 공수진이 원하는 대로 해줘?”
이경빈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
“당신 의사잖아.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의사잖아! 그런데 그 간사한 혀로 죄 없는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
의사는 이경빈의 호통에 깜짝 놀란 듯 몸을 웅크리며 그의 눈을 피했다.
“제가 보냈다뇨. 저... 저는 그냥 공수진 씨가 유산했다는 말밖에 안 했어요. 그 여자가 공수진 씨를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건... 이경빈 씨잖아요.”
그의 말에 이경빈은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의사 말대로 탁유미가 공수진을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였으니까.
그 어떤 증거보다 그의 한마디가 제일 크게 작용했다.
이경빈은 한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고 은이 얼어붙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경빈 씨는 그때 공수진 씨의 치마가 피로 물든 것을 봤다고 했어요. 그런데 공수진 씨는 임신하지 않았죠. 그러니 유산은 더더욱 없을 일이고요. 그렇다면 그 피는 대체 뭐였을까요?”
임유진이 이경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경빈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자마자 당시의 화면이 하나둘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임신도 아니고 유산도 아닌데 피를 흘릴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하필 유미 언니랑 얘기하다가 마침 계단에서 떨어져서요. 제 생각은 이래요. 애초에 공수진 씨는 유미 언니를 모함하기 위해 미리 피가 든 팩을 준비했고 언니를 계단으로 불러 일부러 마치 언니한테 밀쳐진 것처럼 계단에서 구른 거죠.”
임유진은 계속해서 이경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경빈 씨, 그날 정말 유미 언니가 공수진 씨를 밀었나요? 그걸 확실히 두 눈으로 보셨어요? 사실은 공수진 씨가 언니가 밀었다고 하니까 그렇겠거니 한 건 아니고요? 사실 그 사건은 조금만 제대로 조사해보면 금방 진실이 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에요. 그런데 이경빈 씨는 그때 복수심에 눈이 멀었고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