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빈은 이제야 그날 탁유미가 웃으며 고맙다고 했던 말의 의미가 뭔지 알아챘다.
아주 조금의 감정마저 남지 않게 만든 그에게 철저하게 실망하고 그로 인해 그를 완전히 내려놓게 된 게 틀림없었다.
정말 그는 너무나도 멍청한 사람이었다!
차량이 멈춘 후 기사는 이경빈에게 도착했다고 하려다가 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표님, 입술에 피가...!”
이경빈은 그 말에 천천히 눈을 뜨더니 기사의 시선을 따라 손으로 입술을 매만졌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던 건지 입술에 피가 흥건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으로 피를 닦아내더니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입원 병동으로 들어가려는 그때 탁유미와 김수영, 그리고 일전 그녀의 병실을 지켰던 경호원 두 명이 함께 병동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경호원들의 손에 짐이 들려있는 것으로 보아 퇴원하려는 것 같았다.
이경빈은 서둘러 그들 앞으로 다가가 탁유미에게 물었다.
“퇴원하려고? 벌써?”
탁유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경호원들이 빠르게 그를 제지했다.
탁유미는 이경빈의 얼굴을 보고는 금방 미간을 찌푸렸다.
‘그날 알아듣게 얘기한 것 같은데 왜 또 여기 있는 거야?’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비켜.”
“하지만 네 몸은 아직 입원해있는 게...!”
이경빈은 말을 끝까지 하려다가 멈칫했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안색이 갑자기 안 좋아진 것이 이 이상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가 아프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며칠 더 입원해있는 게 좋지 않을까? 치료도 안 끝났을 것 같은데.”
이경빈은 억지로 말을 끝마쳤다.
“필요 없어. 내 몸이 어떤지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
탁유미는 싸늘하게 말을 내뱉은 후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잘 안다고? 그런 사람이 이렇게 빨리 퇴원하려고 해? 너 정말 이대로 죽고 싶기라도 한 거야?!”
이경빈이 다급하게 그녀의 팔을 잡으려 하자 경호원들이 더 빨리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았다.
탁유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조금 의아한 눈으로 이경빈을 바라보더니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