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렇게도 싫어?”
이경빈은 속으로 그녀가 아니라고 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의 귓가에 들려온 말은...
“응. 더 이상 네 얼굴 보고 싶지 않아.”
“만약... 그날 내가 너를 병원으로 끌고 가지 않고 너를 공수진 앞에서 무릎을 꿇리고 머리를 조아리게 시키지 않았으면 나에게도 기회가 있었을까? 너한테 용서를 빌 기회가 있었을까...?”
잔뜩 잠긴 그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들려왔다.
하지만 탁유미의 얼굴은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네가 겪은 수모와 고통... 내가 돌려받을게. 내가 다 돌려받을 테니까 한 번만 용서해줘... 아니, 최소한 내 간을 거절하지는 말아줘!”
이경빈은 말을 마친 후 차가운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탁유미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설마 이경빈이 이렇게도 쉽게 무릎을 꿇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사람들이 언제 지나갈지도 모르는 밖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내 그녀를 더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경빈이 무릎을 꿇은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기 때문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주민들은 두 사람 근처를 지나가다가 이경빈이 머리를 조아린 것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추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탁유미는 아직도 머리를 조아리는 이경빈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솔직히 놀랍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경빈처럼 자존심이 강한 남자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는 아니니까.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것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얼마나 세게 머리를 박은 건지 처음에는 그저 이마 쪽에 스치듯 껍질이 까지기만 했는데 이제는 슬슬 피가 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바닥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기까지 했다.
탁유미는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이런다고 내 마음이 달라지지는 않아. 나한테 정말 미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