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얼른 답했다.
“알겠어요.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갈게요!”
“임유진 씨...”
전화를 끊으려던 그때 기어들어 갈 듯한 이경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웬만하면 이런 부탁을 하지 않는데 지금은 임유진 씨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부탁 좀 할게요. 제발... 제발 유미 좀 설득해주세요. 유미가 내 간을 받고 수술할 수 있게 제발 도와주세요...”
임유진은 그의 간절한 부탁에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그간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경빈과는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 그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 남자인지 임유진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지금 탁유미의 목숨 때문에 제발이라는 말까지 하며 그녀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탁유미가 죽게 되면 이경빈은 어쩌면 평생 지옥 속에서 살지도 모른다.
“알겠어요.”
“무슨 일이야?”
전화를 끊자마자 옆에 있던 강지혁이 물었다.
“유미 언니 지금 병원에 있대. 지금 바로 간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언니가 위험하대.”
임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투를 챙겼다.
“언니가 수술받을 수 있게 설득하러 가야겠어.”
“같이 가.”
“너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저녁에 다시 하면 돼. 너 혼자 보내는 게 걱정돼서 그래.”
“내가 왜 혼자야. 네가 붙여둔 경호원분들이 있는데. 걱정하지 마.”
“그래도 걱정돼.”
강지혁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그는 마음 같아서는 외딴 섬을 하나 사들여 임유진을 그 섬에 데리고 가 자신의 시야 안에서만 있게 하고 싶었다.
임유진은 그의 고집스러운 말에 결국 알겠다며 같이 밖으로 향했다.
병원.
탁유미가 있는 병실 앞으로 뛰어와 보니 문밖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리를 꽉 쥐고 있는 이경빈의 모습이 보였다.
“언니는 어떻게 됐어요?”
임유진이 다가와 물었다.
이경빈은 그 말에 고개를 번쩍 들고 임유진을 쳐다보았다.
임유진은 이경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몸이 움찔했다.
이경빈이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