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었지만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나는 것만큼은 허락할 수 없었다.
임유진이 강씨 저택에 돌아가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그를 싫어하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뭐가 됐든 그는 그녀를 자신의 감시망 안에서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녀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순간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으니까.
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그녀의 대답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병실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요 며칠 그녀를 돌봐줬던 간호사가 들어와 그녀에게 말을 전했다.
“대표님께서 더는 병실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시라고 하셨습니다.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세요.”
임유진은 그 말에 아무런 대꾸 없이 천천히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리고 두 손을 복부에 살포시 올려놓으며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려면 감정의 기복이 있어서는 안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눈을 감은지 10분 정도나 지났지만 마음이 진정되기는커녕 점점 더 복잡해지기만 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과거의 고통 같은 건 전부 다 깨끗이 지워버리고 강지혁이 그녀의 고통에 일조한 것을 마치 몰랐던 일인 것처럼 세뇌하며 살아야 하나?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까?
그때 문득 그녀의 머릿속으로 일전 강지혁이 했던 만약 조금만 더 일찍 그녀를 만났으면 그런 고통은 겪게 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연인의 과거를 안타까워하는 말인 줄 알았다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완전히 다른 의도로 한 말이었다.
아마 강지혁은 조금 더 일찍 그녀를 만났으면, 조금 더 일찍 그녀를 사랑했으면 그녀가 그런 고통을 겪도록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고 온 힘을 다해 그런 일이 없게 그녀를 지켜줬을 것이다.
왜, 왜 그와 그녀는 이렇게도 늦게서야 서로를 만나게 된 걸까? 왜 그녀가 감옥에 가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까?
임유진의 닫힌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와 이내 그녀의 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