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안 죽었어.”
윤이의 질문에 대답한 건 탁유미가 아닌 이경빈이었다.
이경빈은 윤이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유진이 이모는 분명히 살아 있을 거야.”
윤이는 아직 이경빈을 용서하지 못한 것인지 그가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탁유미의 앞을 막아서며 그녀를 지켰다.
아이는 탁유미가 이경빈으로 인해 험하게 다뤄지는 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이경빈은 고작 4살짜리 아이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걸 보며 괜히 씁쓸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 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으니까.
다정했던 윤이를, 언제나 선망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던 윤이를 가차 없이 버린 건 바로 이경빈 본인이었으니까.
그가 멍청하게 행동한 탓에 간신히 붙잡을 수 있었던 아이와의 정도 이제는 완전히 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 엄마한테 상처 줄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테니까...”
이경빈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도 알고 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속죄뿐이라는 것을.
탁유미는 별다른 말 없이 윤이의 손을 잡고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경빈은 그런 두 사람의 뒤를 말없이 따라갔다.
그러다 버스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탁유미의 이름을 불렀다.
“유미야,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그 말에 탁유미가 고개를 돌려 아무런 감정도 없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유진 씨 찾아주고 있다며? 들었어. 그건 정말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네가 묻는 게 나와 너 사이에 관한 일이라면 따로 할 말 같은 거 없어.”
탁유미는 이제 완전히 그와 선을 그으려는 모양이었다.
그때 버스가 도착하고 탁유미와 윤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이경빈은 고통을 삼킨 얼굴로 두 사람을 태운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녀는 이제 그와 그 어떤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아 한다.
하지만 현재 두 사람의 상황이 어떻든 그녀가 살아 있으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