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의 입에서 진세령의 이름이 나온 순간, 김재호의 몸이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찰나의 움직임일 뿐이었지만 강지혁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겸이를 유괴한 사람은 진세령이 틀림없었다. 그나 임유진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 복수를 다질만한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로써 진세령이 이제껏 경찰들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도 확실해졌다. 김재호가 밖에 있는 심복을 이용해 줄곧 진세령을 숨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강지혁은 멱살을 풀어주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재호를 바라보았다.
“내 아들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때는 내가 직접 네 목숨을 끊어버릴 줄 알아.”
김재호는 한기가 서린 그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방금은 마치 한순간에 임유진을 만나기 전의 강지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강문철이 늘 마음속에 그리던 잔인하고 무정한 이상적인 후계자의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모습은 아이 때문에 내비친 모습일 뿐 가문이나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게 과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김재호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존재가 임유진처럼 강지혁의 약점이 될지 아니면 훌륭한 후계자가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될지 역시 알 수 없었다.
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한치의 미련도 없이 교도소를 벗어났고 김재호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어르신, 회장님의 약점이 한 명에서 네 명으로 늘었습니다.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차라리 그때 임유진과 아이들을 구하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그랬다면 지금쯤 어르신께서 원하시던 회장님이 되어 있었을까요?”
김재호는 허공을 바라보며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답변을 한참이나 기다렸다.
...
강씨 저택.
임유진은 강지혁이 돌아온 것을 보더니 얼른 그의 곁으로 달려가 다급하게 물었다.
“뭐래? 겸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대?”
“자기 입으로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진세령인 것 같아.”
“진세령...?”
실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자신과 관련된 일 중 그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