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건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미국에서 혼자 돈을 벌며, 국내에 있는 아내, 자식, 손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지만 그의 가족들은 한국에서 그리 부유한 축에 들지는 않았다. 그는 수년간 집으로 송금한 돈이 대략 20억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가족들이 넉넉하게 살 수는 있었지만, 김미희처럼 눈에 띄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는 않았기에 설령 김미희의 가족들이 체포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가족들은 분명 안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는 더욱 우쭐해졌고 속으로 비웃었다. ‘김미희, 꼴이 참 우습군! 평소에 날 개처럼 부려먹더니, 이제 꼴이 말이 아니지? 그 잘난 척하던 기세는 다 어디 갔어? 내가 너랑 잠시 커플이 되어 서로의 욕구라도 해결해 보려고 했더니, 네가 날 무시했지? 그래, 날 업신여기더니 이제 와서 왜 그렇게 풀이 죽었냐?’
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민건산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줄곧 김미희가 자신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버는 것을 질투해 왔다. 그런데 지금, 김미희의 재산이 한순간에 제로가 되어버렸으니 그는 자신이 김미희를 압도적으로 추월했다고 느꼈다.
속으로 의기양양해진 민건산은, 겉으로는 일부러 걱정스러운 척하며 말했다. "누님, 돈은 몸에 속하지 않은 물건 아니겠어? 목숨만 살아 있으면, 다시 일어설 기회는 있는 법이잖아요. 누님은 지금 미국에 있으니, 한국 경찰은 못 건드리잖아요. 차라리 여기서 몇 년 더 버티면서 다시 돈을 모으는 게 어떻습니까?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 아니에요!"
김미희는 두 눈이 초점 없이 흐릿해진 채,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흐느꼈다. "말은 쉽지... 하지만 내 20년 노력이 한순간에 제로가 됐어! 이 말은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게 다 헛수고가 되었다는 뜻이라고! 만약 이 돈을 다시 벌려면 최소 20년은 더 필요해. 그런데 내가 지금 몇 살이야?! 이제 50이 넘었어. 원래라면 은퇴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편히 살려고 했는데, 이제 남은 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