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별은 용태호와 몇 마디만 통화하고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단지 용태호가 그녀에게 어디에 갔고 언제 집에 돌아가냐고 물었을 뿐이다.
전화를 끊은 여운별은 더는 서점에 남아 있지 않고 당장 떠나고 싶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카운터 앞에 앉아있는 세 명의 여인과 서 있는 몇몇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
여운별은 마음속으로 너무 질투 났다.
이 작은 서점에 여섯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 하예정 일행이 각자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다녔다.
여운별도 지금 외출할 때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지만, 그 경호원들은 그녀 앞에서는 공손하게 대하고 뒤에서는 그녀를 통제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과 행동은 모두 경호원의 요구에 따라 행동해야 했기에 하예정 일행의 경호원들과는 성질이 달랐다.
여운별이 얼굴을 바꾸자 하예정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여운초는 여운별의 친언니이지만 여운초는 10년 동안 눈이 멀었고 지금은 시력을 되찾았다고 해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눈앞의 사물을 잘 볼 수 있을 뿐, 조금만 멀어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도수 높은 근시 사람들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각해보니 여운초도 그녀의 현재 모습에 대해 너무 많은 기억이 없을 것이다.
여운초가 익숙한 것은 여운별의 목소리뿐이다. 여운별은 이따가 말할 때 일부러 목소리를 바꾸기만 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여운별은 다시 책장으로 돌아가 연습 책 세트를 들고 실수로 한 페이지를 찢은 책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여운별은 그 책들을 카운터에 올려놓고 며칠 동안 배운 음성 변경 능력으로 일부러 말투를 바꾸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모두 얼마죠?”
여운초는 여운별이 다가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여운별을 쳐다보았다. 몸매도 목소리도 익숙해서 항상 이 소리가 여운별의 목소리 같다고 느꼈지만, 막상 얼굴을 똑똑히 보니 또 잘못 본 듯했다.
여운초는 시력을 되찾은 뒤 여운별과 여러 차례 맞붙어 여운별의 모습을 기억했다.
하예정은 가격을 알려주었고 여운별이 결제했다. 그리고 하예정이 그 책들을 주머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