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근은 결코 이은숙이 헛되이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이은화가 과거에 자매를 죽인 범죄를 증명해내고 그녀의 악랄한 짓들을 폭로하여 명예를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다. 그리고 이은화가 피로 물들인 손으로 빼앗은 모든 것을 다시 이은숙의 후손들에게 돌려주게 할 것이다.
이은화는 그것이 정말로 억울했다!
정말로 분했다!
도대체 그녀가 이은숙보다 뭐가 부족했단 말인가? 단지 이은숙이 그녀보다 18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가주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엄마, 후회한 적 없으세요? 엄마는 큰이모 손에서 자라지 않으셨나요? 큰이모가 엄마를 딸처럼 키워주셨는데.”
이은화와 이은경은 모두 이은숙의 손에서 자랐다. 그런데 그 이은숙은 자신이 키운 여동생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여동생들을 그렇게나 믿었는데...
이은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끔은 후회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단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길고 긴 침묵 끝에 이은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한 물 두 잔을 가져왔다. 한 잔은 딸 앞에 내려놓고 자신의 잔을 들며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이야기를 많이 하니 목이 마르네. 물이나 마시자.”
이윤미도 목이 말랐던 터라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물의 맛이 이상하다는 점을 느꼈다.
‘아니... 물 맛이...’
물잔에 무언가 약이 타져 있었다.
순간 이윤미의 손이 경련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바르르 떨렸다. 그 뒤로 잔 속의 물이 탁자 위로 쏟아지더니 물잔이 굴러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이윤미는 갑자기 현기증이 나며 천지가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이은화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끝없는 어둠에 휩싸여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의식을 잃는 순간 이윤미는 생각했다.
‘호랑이도 제 새끼는 잡아먹지 않는다는데... 친엄마가 어찌 자기 친딸까지 살려두지 못하겠다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