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대회가 끝난 후에도 정은과 팀원들은 쉴 틈이 없었다.
오히려 실험실에 머무는 시간이 예전보다 더 길어졌다.
물론 학교 측도 약속을 지켰다.
정은, 서준, 민지, 세 사람의 석박사 통합과정 자격이 공식 확정되어 전교에 공지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교내 경시대회 수상 혜택에 ‘석박사 통합 진학 우선권’ 조항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공지가 뜨자, 학과별 경시대회 열기는 사상 최고조에 달했다.
“듣자 하니까 내년 국제 학술대회 참가 자리, 지금 완전 경쟁 과열이래.”
민지가 실험 노트를 정리하며 말했다.
“각 학과 지도교수가 자기 제자들 추천하려고 총장실에 줄 섰다던데?”
정은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진짜 그렇게까지 해?”
“언니, 그 이상이에요. 우리 학교, 바이오 유닛이랑 화학 분야만 대표팀 파견할 수 있잖아요. 근데 벌써 다른 학과들도 자리 좀 내달라고 학교에 건의 들어갔어요.”
‘다른 명문대들은 다 들러리냐...’
정은은 입꼬리를 씰룩였다.
바로 그때 민지가 말을 이었다.
“근데 뭐, 다른 곳에서 자리 뺏어오긴 힘들 테고... 결국 핵심 경쟁은 바이오 유닛이랑 화학, 그리고 관련된 기초 분야에 집중될 것 같아요.”
“총장님 말씀으로는, 앞으로는 각 학과끼리 자체 경쟁으로 대표를 뽑겠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경쟁하는데?”
정은이 물었다.
“당연히 실력으로 밀어붙이는 거죠. 국제수학 경시대회처럼, 단계별 예선에 여름과 겨울 집중 캠프까지. 거기서 살아남은 애들만 본선 가는 식으로요.”
민지는 말을 마치며 혀를 찼다.
“진짜, 우리가 이번에 참가해서 다행이에요! 아니었으면, 그 예선 뚫고 또 캠프 가고... 그랬어야 하잖아요.”
서준이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이번에 참가해서... 분위기 띄운 거 아닐까? 그전까진 아무도 관심 없었는데, 우리가 우승하니까 갑자기 핫해졌잖아.”
“그렇게 따지면, 사람들 너무 현실적이다.”
민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4년 연속 탈락할 땐 아무도 안 가려고 하더니...’
‘이제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