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6년간의 연애 끝에, 강도겸은 새로운 연인과 함께하며 소정은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소정은은 싸우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 오히려 짐가방을 차분히 정리하고, 도겸이 마련해준 천문학적인 이별 수당을 받아든 채 과감히 떠났다. 도겸의 친구들은 익숙한 내기를 걸었다. 과연 이번에는 소정은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J시에서 소정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가 강도겸을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존심도, 분노도 없는 사랑, 그들이 알고 있는 소정은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생각했다. 사흘 안에 돌아와 사과할 거라고. 하지만 사흘이 지나고, 또다시 사흘이 지나도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결국 도겸이 먼저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그가 처음으로 누그러진 태도로 말했다. “넌 이제 그만 장난칠 때가 되지 않았어? 그만하면 돌아와...” 그러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뜻밖의 낮은 남자의 웃음소리였다. “대표님,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습니다. 이별을 후회해도 어쩔 수 없죠.” “정은을 바꿔줘, 걔랑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죄송하지만, 제 여자친구는 지쳐서 방금 잠들었어요.”
もっと見る문 두드리는 소리도 제법 컸고, 말하는 목소리도 일부러 낮추지 않았다.그런데도 정은은 깊이 자느라 끝내 깨지 않았다.재석은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엄마... 정은이가 애 낳을 때...”재석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잠깐 목이 메었다.강서원이 재석을 봤다.“응? 낳을 때 왜?”재석은 어렵게 말을 이었다.“아파서 토하기까지 했어요. 대체 얼마나 아픈 거예요?”강서원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은은 그 잠을 그대로 정오까지 잤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강서원이 돌아가고 병실에 없었다.결국 아침밥이 그대로 점심이 됐다.재석은 정은이 눈을 뜨자마자 바로 움직였다. 뜨거운 물을 받아오고, 컵을 건네고, 직접 세수를 시켜주고 손까지 닦아줬다.그 사이 정은이 몇 번이나 자기가 하겠다고 했지만, 재석은 단호하게 다 막았다.정은은 속으로 생각했다.‘나는 애만 낳았지, 생활 능력을 잃은 건 아닌데. 정말.’씻는 걸 마친 뒤에는 재석이 세심하게 정은의 얼굴에 세심하게 크림까지 발랐다.정은이 물었다.“당신, 크림도 챙겨왔어?”정은이 그렇게 묻는 것도 당연했다. 출산 가방은 전부 재석 혼자 챙겼으니까.커다란 가방 하나가 꽉 차 있었는데,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정은은 아예 묻지도 않았고, 전혀 알지도 못했다.재석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그럼. 우리 여보 얼굴도 소중한데 대충할 수 있나.”“말은 참 잘해...” 정은은 웃으면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가, 시간이 벌써 점심이라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이렇게 오래 잤다고?”“말소리도 안 들리고, 문 두드려도 안 깼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정은은 하품했다.“진짜 너무 졸렸어...”아이를 낳아내던 그때, 정은은 마치 천근만근 짓누르던 짐이 마침내 어깨에서 내려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그저 홀가분했다.하지만 그 뒤를 따라온 건 극심한 피로였다.‘한숨 자고 싶다...’그런데 회복실에서는 의사가 잠들지 못하게 했고, 관찰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와서는 정은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
현빈은 윤우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다 이야기해 줬다.물론 임시호의 죽음에 관한 얘기도 포함해서였다.이야기를 마친 뒤 현빈은 고개를 들어 정은을 봤다. 그런데 정은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현빈만 바라보고 있었다.현빈은 정은이 왜 이제야 말했냐고 서운해하는 줄 알고, 급히 입을 열었다.“그동안 너 임신 중이었고, 그것도 쌍둥이였잖아. 괜히 이 얘기 듣고 마음 복잡해질까 봐 일부러 말 안 했다...”“감사해요.”정은이 현빈의 말을 끊었다.현빈은 잠시 멍해졌다.“뭐?”“임시호가 얼마나 교활하고,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저는 알아요. 그런데 저 때문에 오빠가 그런 사람을 건드렸잖아요. 만약 그 사람이 안 죽었으면, 오빠는...”“근데 죽었잖아, 그렇지?”정은은 그 말에 잠깐 말을 잃었다.정은은 정말 묻고 싶었다.‘그게 정말 오빠 손에 피를 묻힐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어?’하지만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현빈이 그럴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원래는 정은이 짊어져야 할 일이었는데, 그걸 현빈이 대신 감당하게 됐다.이 큰 빚은, 어쩌면 정은이 평생을 두고도 다 갚지 못할 것이다...현빈은 마치 정은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살짝 웃었다.“부담 가질 필요 없어. 전부 내가 원해서 한 일이니까. 그냥...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돼.”“보상이요?” 정은은 미간을 좁혔다. “오빠는 저한테 빚진 거 없어요.”“누가 없대?”현빈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때 나는 네가 강도겸과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것도 봤고, 도겸이가 너한테 상처 주는 것도 여러 번 봤어. 그런데도 나는 한 번도 나서서 널 지켜주지 않았지.”“나중에 가만히 생각해 봤어. 내가 못 지킨 게 아니더라. 그냥...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거야.”“네가 강도겸의 본모습을 똑똑히 보고 완전히 마음을 접길 바랐어. 그래서 도겸이 너한테 상처를 주고, 배신하고, 또 너를 울리고 무너지게 하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대로 놔뒀어.
“조심해!”현빈이 곧바로 앞으로 다가와 정은의 몸을 붙잡아 안정시켰다.다행히 큰일은 아니었다.“감사해요, 오빠.”현빈은 웃으며 숟가락을 건넸다.“천천히 먹어.”“네네.”정은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달걀프라이를 세 개나 먹어 치웠다.봉수진은 그 모습을 보다가 눈가가 금세 젖었다.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고, 얼마나 고생했으면 저렇게 허기진 채 먹을까 싶어서였다.그래도 많이 부쳐오길 잘했다.정은이 말했다.“배불러요.”봉수진이 물었다.“하나 더 있는데, 그것도 먹을래?”정은은 얼른 손을 내저었다.“정말 더는 못 먹겠어요, 외할머니...”“그래, 그럼 그만 먹자.”현빈이 컵을 건넸다.“물 좀 마실래?”“네네.”정은이 손을 뻗으려 하자, 현빈은 빨대를 직접 잡고 정은 입가에 가져다줬다.“감사해요, 오빠.”현빈은 입가를 살짝 올렸다. 자신이 뭔가라도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괜히 기뻤다.그때는 이미 새벽 다섯 시였다.밤새 이렇게 정신없이 지냈으니, 정은은 다들 몹시 지쳤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저 이제 괜찮아요. 아버님, 어머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오빠, 형님과 아주버님도 먼저 들어가서 쉬세요.”가장 먼저 지언과 리아가 인사를 하고 나섰다.나가기 전, 리아가 말했다.“이틀쯤 뒤에 다시 보러 올게.”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봉수진과 이춘재도 돌아가기로 했다.봉수진이 말했다.“정은아, 외할머니가 조금 있다가 아침밥 가져다줄게.”정은이 막 뭐라고 말하려던 때, 강서원이 웃으며 끼어들었다.“어머님, 좀 쉬세요. 아침에는 제가 가져올게요. 어머님 마음은 알겠는데, 저녁밥을 어머님이 가져오시는 걸로 할까요?”봉수진은 잠깐 생각하더니 그 제안이 괜찮다고 여겼다.이춘재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봉수진은 이제 나이가 적지 않았다. 지금이 새벽 다섯 시인데, 아침밥을 일곱 시나 여덟 시에 다시 가져오려면 집에 가서 제대로 잠도 잘 수 없을 것이다.이춘재는 아내가 그렇게 무리하다가 버티지
“오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정은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봉수진과 이춘재가 걱정할까 봐, 정은은 연락할 때 두 사람만은 일부러 피했었다. 그런데도 결국...봉수진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눈으로 정은을 바라봤다. 속상하고 화도 나고, 마음도 아픈 기색이 그대로 묻어났다.“이렇게 큰일을 우리한테 숨겨? 몸 회복하고 나면 그때는 내가 그냥 안 넘어가.”정은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이춘재도 한마디 보탰다.“네 엄마가 전화 안 했으면 우리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겠다. 정은아, 너는 정말...”이춘재도 알고 있었다. 외손녀가 자신과 봉수진을 배려해서 그런 거라는 걸.하지만 분명 전부터 약속했었다. 출산할 때가 되면 꼭 가장 먼저 알려주기로.그런데 일이 이렇게 됐으니, 두 사람이 조금 서운하고 화가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봉수진이 목이 메어 말을 이었다.“다행히 네가 무사해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내가 정말...”이미숙과 소진헌은 다른 도시에 있어 바로 달려올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봉수진과 이춘재마저 자리에 없었다면, 정은 쪽 식구는 사실상 아무도 정은의 출산 현장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봉수진이 사돈댁을 못 믿는 것도 아니었고, 재석을 못 믿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사람 마음이라는 걸 믿지 못할 뿐이었다.정말 중요한 때에 자기 식구를 제일 걱정하고 돕는 건 결국 자기 식구뿐이니까.현빈은 제자리에 선 채, 이춘재와 봉수진 너머로 막 출산을 마친 정은을 가만히 바라봤다.정은은 안색이 조금 지쳐 보였고, 머리카락도 흐트러져 있었다. 그래도 눈빛만은 또렷하고 환했다.원래는 높이 불러 무서울 정도로 커 보이던 배도 이제는 푹 꺼져 넉넉한 병원복 안에 가려져 있었다.그 모습을 보면 정은이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그런데도 살짝 올라간 입가에는 처음 엄마가 된 사람의 기쁨이 분명히 어려 있었다.고생은 했지만, 정은은 그마저 기꺼이 받아들인 듯했다.정은을 병실까지 데려가는 내내,
정은은 행정동에 들러 서류를 제출했다.교무처에도 몇 장의 양식을 더 작성해 넘겼다.용무를 마치고 나오다가 총장실 앞을 지나치며 잠시 걸음을 늦췄다.‘인사만 하고 갈까?’그렇게 생각하고 문을 열었는데, 총장과 부총장들이 TV 앞에 모여 있었다.분위기는 지나치게 들떠 있었고, 마치 다들 각성제라도 맞은 사람들 같았다.정은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화면에는 과학 채널에서 방영 중인 자신의 인터뷰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어?”그 순간,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마침 인터뷰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고, 화면 속 정은이 마
현빈이 주머니 근처를 더듬었다.한순간 몸 전체에서 긴장감이 번졌다.두리가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셋까지 셀게요. 안 나오면, 정말 가만두지 않습니다! 하나... 둘... 셋!”그러나 그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두리는 비웃듯 코끝을 올리더니, 놀라울 만큼 빠르게 움직여 그 방향으로 돌진했다.어두운 틈새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아끌었다.그리고 가볍게 바닥으로 내리꽂듯 던졌다.하지만 땅에 나동그라진 존재를 확인한 순간, 두리도 잠시 말을 잃었다.아이였다.새까맣게 그을은 피부, 찢어진 옷, 코를 찌르는 악취.겨우
정확히 말하자면, 정말 편했다.정은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마침 재석도 같은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시선이 마주쳤고, 서로의 숨결이 아주 가까이 느껴졌다.“여보...”“나, 나 씻고 올게!”재석은 반사적으로 몸을 튕기듯 일어나 욕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정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렇게 급하게?”...호주, 항구.해가 뜨기 전부터 이미 부두에는 분주한 움직임이 가득했다.배를 타는 선원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대부분 검은 머리에 누런 피부, 상반신을 훤히 드러낸
논문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됐다.보통은 트집 잡는 순서였다.목표는 단 하나.대학원생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발표실에 앉은 교수들은 서로 눈치만 주고받았다.누가 먼저 할까?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봐주려는 게 아니었다.정은의 이 논문은... 이미 학술지 ‘네이쳐’에 실린 논문이었다.그렇게 권위 있는 학술지, 그렇게 까다로운 심사위원단, 전 세계 연구자들의 공개 검증까지 거친 결과물이다.그 모든 과정을 거치고도 흠을 못 찾았는데,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무슨 수로 대단한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총장 송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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