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연락처 줬어?”
정은이 대답했다.
“아니요.”
“둘 다?”
“네.”
교수님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이 여자애는 그 두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데, 두 사람이 착각을 하고 싸우기 시작했던 거구나.’
지도원도 도리를 따지는 사람이었기에, 이 일은 정은과 무관하며 본교 학생이 잘못한 거라 매듭을 지었다.
“이제 별일 없으니까 그만 가봐.”
그 후로 정은은 점심에 식당에 가서 먹지 않았고, 배달을 시키거나 민지에게 포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제야 겨우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 일은 이웃 대학에서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스캔들이 되었다.
하지만 모두 정은과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문을 닫고 실험에 몰두하며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논문을 썼다.
그 외에 외부의 어떤 소리도, 좋든 나쁘든, 선악을 막론하고 정은은 일절 듣지 않고 묻지 않았다.
...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과학자 표창 대회가 J시 시청에서 거행되었다.
재석은 두 개의 최고급 상장을 수여 받으며 장내의 주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전공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둔 거물이었지만, 거물과 거물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다.
재석은 의심할 여지 없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최고의 거물이었다.
“축하한다, 재석아, 벌써 3년 연속 상을 받았지?”
“마 교수님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 당시 교수님은 5년 연속 상을 받으셨고, 그 기록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잖아요. 제 작은 성과는 언급할 가치도 없죠.”
“하하... 재석아, 넌 여전히 이렇게 겸손하구나!”
마정일이 그때 받은 상은 재석에 비하면 훨씬 못했다.
그러나 재석은 말을 예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듣기에도 편안했다.
“시대도 부단히 앞서가고 있으니, 앞으로 학술계는 너희 젊은이들의 천하가 될 거야.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그저 너희들에게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는 것 같군. 그래야 우리도 큰 공을 세운 셈이지.”
“저희들의 천하가 된다 하더라도, 구관이 명관 아니겠어요?”
“하하하... 난 말주변이 없어서 널 이길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