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화

Author: 손이영
한참 후, 유강후는 다시 염지훈을 쳐다봤다. 그의 매서운 눈빛은 염지훈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염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혹시 제가 도련님 집 아이를 훔쳤다고 의심하는 건 아니죠?”

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차갑게 쳐다보기만 했다. 두 사람은 키가 비슷하고 모두 카리스마가 넘쳤지만 유강후는 염지훈보다 몇 살 연상이고 비즈니스와 정치계에서 몇 년 있다 보니 남다른 기세가 있었다.

순간 염지훈은 기 싸움에서 뒤처진 느낌이 들었다. 그는 유강후의 눈빛만 봐도 숨이 막혀왔다.

비록 두 가문의 재력은 비슷했지만 유씨 가문은 정치계에서 더 잘나갔다. 그 때문에 염지훈은 유강후와 적이 되기 싫었다.

이때 염지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강후 도련님, 제가 같이 찾아드릴까요?”

유강후는 염지훈의 뒤에 있는 캄캄한 반사 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필요 없어.”

그리고 그는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유강후의 차는 주차장을 떠났다. 그제야 염지훈은 문을 열며 말했다.

“나와.”

문에 웅크리고 앉아 엿듣던 온다연은 문이 열리자마자 차에서 떨어지면서 이상한 자세로 착지했다. 그러자 염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녀를 부축했다.

온다연은 머리가 아까보다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팔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차 문에 기대어 염지훈을 멍하니 쳐다봤다.

염지훈은 차 문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초라한 모습에 술 냄새까지 풍기는 온다연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온다연은 예쁘게 생겼고 피부도 하얗고 눈도 초롱초롱했다. 나이가 많지 않았지만 배짱이 좋은 것 같았다.

염지훈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온다연은 사정없이 훑어보았다.

“유강후랑 무슨 사이야? 왜 피해 다녀?”

온다연은 염지훈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난 그쪽을 모르는데요.”

그녀는 술에 많이 취해서 염지훈의 생김새를 잘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더운 날에 두꺼운 옷차림을 한 것을 보니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유강후처럼 키가 크고 카리스마가 넘쳐 위에서 아래로 그녀를 내려다볼 때 자꾸 유강후가 떠올랐다.

온다연은 한 걸음 물러서면서 말했다.

“당신...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 저리... 저리 가...”

염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온다연에게 담배 연기를 뿜어대며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참, 요즘 시대는 좋은 일을 하고도 칭찬을 못 받네. 너를 구해줬더니 고맙다는 말도 없이...”

온다연은 담배 연기에 기침을 심하게 했다. 하마터면 똑바로 서지 못할 뻔했다. 그녀는 서둘러 차 문을 붙잡고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염지훈은 그녀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불러 세웠다.

“저기,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데려다줘?”

그러자 온다연은 손을 흔들며 비틀거리며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그녀가 점점 멀어져가며 보이지 않자 염지훈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유강후를 무서워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염지훈은 큰 흥미를 느꼈다. 온다연은 교학동 건물 앞에 앉아 한참을 쉬다가 정신을 차렸다.

손발에 힘이 조금 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위는 아까보다 더 아팠고 심한 통증으로 위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임혜림에게 전화하려다가 배터리가 없어 핸드폰이 꺼진 것을 발견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아픈 배를 움켜쥐고 천천히 교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몇 걸음 걷자 빨간 페라리 한 대가 돌진해 오는 것을 보았다. 온다연은 재빨리 몸을 돌려 화단 뒤편 그늘 속으로 숨었다.

차는 온다연과 4, 5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 섰고 젊은 여자 두 명이 차에서 걸어 내려왔다.

키 큰 여자는 예쁘게 생겼고 크롭탑을 입고 최신 샤넬 백을 들고 있었다. 키 작은 여자는 흰색 원피스에 검은 머리였고 청순하고 여린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키 큰 여자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키 큰 여자의 이름은 유하령이였고 그녀는 유강후의 친조카였다. 키 작은 여자는 유하령 보모의 딸 진설아였다. 진설아는 어릴 때부터 유하령의 껌딱지였다.

온다연은 그들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유하령은 내년에 귀국한다고 했는데 왜 지금 왔을까?

이때 진설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드디어 돌아왔네요. 언니가 없는 이 2년 동안 온다연 그 계집애가 제멋대로 날뛰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했어요. 며칠 전에 집에 갔을 때 자기가 진짜 유씨 가문 아가씨라고 했어요.”

유하령은 그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라 핸드백을 차 문에 내리쳤다.

“계집애!”

진설아는 청순한 비주얼을 가졌지만 질투심이 가득한 여자였다.

“그리고 대학원 입학시험 면제를 받았는데 그 자격을 갖기 위해 책임 선생님과 잤다고 하던데요. 정말 더러워!”

그 말을 듣자 온다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설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처럼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능력은 청출어람이었다.

유하령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웃었다.

“언제까지 잘난 척하나 보자. 한 달만 지나면 주한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이 출소할 거야. 그 자식들은 거지야. 그때 돈을 좀 주고 온다연이랑 침대에서 자는 사진을 몇 장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걔는 끝장이야. 어느 학교에서 이런 학생을 받아들일까? 하하하.”

진설아는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었다.

“역시 언니. 다 생각이 있었네요.”

유하령은 차갑게 웃었다.

“그 계집애는 주한이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은 줄 알았을 거야. 그렇게 주한이를 좋아하는데 그의 진짜 사인을 안다면 충격받을 거야. 그 계집애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온다연은 그 말을 듣자 유하령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주한이는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은 게 아니라고? 그럼 진짜 사인은 뭘까?

온다연의 가슴과 위는 마치 찢어지는 듯 아파져 왔다. 괴로워 토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

왜 유하령은 그녀와 나이가 같은데 이렇게 지독할까? 그리고 진설아도 온다연처럼 모두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인데 왜 그녀를 짓밟고 죽음으로 몰아넣으려고 할까? 단지 온다연이 심미진의 조카라는 이유 때문일까?

유하령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먼 곳을 차갑게 바라봤다.

“심미진 이 천한 년이 아들을 낳고 싶어 한대. 아빠 말로는 임신 준비를 하고 있고 약을 먹고 심지어 주사까지 맞고 있대. 아들을 낳아 유씨 가문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걸까? 그래. 낳으라고 해. 괴물이나 불구가 나왔으면 좋겠다. 하하.”

그러자 진설아가 말했다.

“이 일은 제가 어머니랑 잘 상의해 볼게요. 별문제 없을 거예요.”

유하령은 담배를 집어 던지고 진설아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네가 말을 잘 듣기만 한다면 내가 너를 잘 대해줄 거야.”

그러자 진설아가 얼른 말했다.

“언니, 빨리 갑시다. 염지훈이 도착했을 거예요. 이 학교에 미친년이 너무 많아요. 빨리 갑시다.”

그 말을 듣자 유하령이 미간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누가 감히 내 남자를 건드려. 죽여버릴 거야.”

두 사람은 점점 멀어져갔고 온다연은 그늘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염지훈? 아까 그 남자?

온다연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살랑살랑 부는 저녁 바람에 그녀의 앞머리가 흩날렸다. 마침 그녀의 미간에 그늘이 지면서 그녀가 무슨 표정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위가 다시 심하게 아파져 오자 온다연은 그제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경원시의 저녁은 낮보다 더 번화했고 경원 사대는 비록 교외에 위치했지만 교문 밖은 차들로 붐볐고 불빛 때문에 대낮처럼 밝았다.

온다연은 눈앞의 불빛 때문에 더 위가 아파져 왔다. 그녀는 조금 걷다가 오동나무에 기대 휴식을 취했다. 이때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차창을 내리자 그윽한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그녀를 쳐다봤다.

바로 유강후였다.

그는 초췌한 온다연을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올라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33화

    송지원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가장 빠른 시간 내로 차우민의 재무 문제를 모두 찾아내. 그리고 차우민 같은 쓰레기라면 그동안 뒤가 꿀리는 일을 한두 가지 한 게 아닐 거야. 차우민과 그 옆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콩밥 먹여버릴 거니까 제대로 준비해 줘.”“차우민 부인과 그 가족들, 딸, 아들, 사위 모두 샅샅이 뒤져!”양 비서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이 유강후 대표님한테 연락하면 3일 내로 차우민 회사 같은 건 바로 부도 처리가 날 텐데요.”송지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유강후까지 나설 필요 없어. 부도 처리 맞고 자살하면 어떡해? 이번 생엔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할 거야.”양 비서는 또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어르신께서 시장님이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막으라고 지시하셨어요. 그러다가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는 건 너무 과분하지 않을까요?”“과분? 그건 차우민이 응당 치러야 할 벌이야. 그 사람 딸과 아들도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고 들었어. 약에 취해 산다던데 그런 사람들을 처리하는 게 여러모로 사회적으로도 이롭지 않겠어?”“그리고 무고하다니. 양심 팔아 벌어들인 돈을 아무렇지 않게 펑펑 쓸 때는 언제고. 이런 아버지를 둔 자식이라면 응당 받아 들여야 할 결과야. 그리고 두 사람은 당해도 싼 사람이고.”“차우민 경쟁사도 찾아줘. 정씨 가문의 명의로 협력할 거고 차우민이 감히 누굴 건드린 건지 똑똑히 보여주겠어.”송지원의 벤은 차도에 30분가량 멈춰있다가 다시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다른 한편, 성상 인터내셔널 최고층에 위치한 프라이빗 고급 레스토랑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언뜻 보면 평범한 식사 자리로 보이지만 평소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거물들의 등장에 연회보다도 더 북적거리게 되었다.경원시에 이름 좀 날린 상업계 거물들의 얼굴도 보이고 잘 나가는 그룹 대표님들도 가족들과 함께 자리를 찾았다.게다가 요즘 잘 나간다는 연예인들도 보였는데 다들 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32화

    벤에 탄 송지원은 어느새 맞춤 제작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짙은 남색 고급 원단은 차분하면서도 고귀한 분위기를 더해주었고, 같은 계열의 넥타이에는 작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어 고급스러우면서도 너무 과하지는 않은 인상을 주었다.양 비서는 참지 못하고 감탄을 늘려놨다.“시장님 오늘 정말 멋지세요. 정아 씨가 한눈에 반할 정도로 완벽해요. 시장님이 계신데 현장에 다른 남자들이 눈에 차겠어요?”양 비서의 입 발린 소리에 송지원은 기분이 조금 풀렸다.“내 직업 특성상 이런 차림은 어울리지 않아.”“나랏일을 한다고 좋은 옷 입지 말란 법 있어요?”“평소에 너무 단정한 옷차림만 고집하셔서 나이보다 더 성숙해 보이고 정아 씨와 같이 서면 나이 차가 커 보였는데 오늘은 참 잘 어울리겠어요.”송지원은 인상을 팍 쓰며 한마디 하려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임정아에게서 보내온 메시지인 줄 알았지만 처음 보는 연락처였으며 본인이 임정아의 매니저라 칭하고 있었다.[정아 옆에 있던 단발머리 여자?]송지원이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윤정희가 계속 문자를 보내왔다.[안녕하세요. 저는 정아의 매니저인데 한 가지 아셔야 할 사실이 있어 고민 끝에 문자를 보냅니다.]이어 영상 하나가 전송되고 송지원은 고민도 하지 않고 클릭했다.그런데 영상 속 차우민이 감히 임정아에게 손을 대고 있지 않은가?2분가량 되는 영상을 모두 확인한 송지원은 너무 화가 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임정아의 모습에 송지원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이어 머릿속엔 오직 단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차우민, 죽여버릴 거야!’운전하던 양 비서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서둘러 물었다.“혹시 중요한 약속이라도 생기셨나요? 오늘 자선회 참석이 어려울까요?”송지원이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차 당장 옆으로 세워!”양 비서는 깜짝 놀라 차도에 차를 세웠다.“무슨 일이에요?”송지원은 핸드폰을 부여잡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제야 임정아 목에 남은 상처가 어떻게 생긴 건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31화

    [그러니 이젠 보내지 마요. 남은 돈으로 지원 씨가 아끼는 모녀 케이크나 사줘요.][그리고 할아버지가 저한테 넘겨주신 지분은 그대로 지원 씨 돌려줄게요. 시간 되는 대로 바로 이혼 도장 찍으러 가자고요. 더 이상 미룰 필요 뭐 있어요?][나 좀 놔줘요. 나도 좀 편하게 살고 싶어요.][우리가 함께 지내는 동안 주고받은 선물도 모두 돌려받죠. 지원 씨가 나한테 준 선물 모두 정리해 둘 테니 지원 씨도 미리 정리해요.]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임정아는 핸드폰을 아예 꺼버려 송지원의 답장을 받지 않았다.촬영을 마치고 임정아는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었고 윤정희는 진작 대기실에서 임정아를 기다리고 있었다.굽 낮은 신발에 큼지막한 옷을 걸친 임정아를 보고 윤정희는 다가가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 정아는 뭘 입어도 참 예뻐. 평범한 옷인데도 얼굴에서 빛이 나는걸. 그러니 곧 태어날 아기가 얼마나 예쁠지 너무 기대돼.”임정아도 배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아직 한참 멀었어. 이제 한 달인 걸. 성별, 외모 막론하고 내 아기니까 사랑만 줄 거야.”“참, 오늘 저녁 약속은 그냥 평범한 술자리이긴 한데 누가 술을 권해도 절대 마시면 안 돼. 아니면 차라리 약속 취소할까?”“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그동안 술자리에서 잘만 피해 다닌걸. 오늘엔 대부분 자선회 하는 대표님들이라며? 우리 아기에게 좋은 분들 소개해 줘야지.”“그래. 나도 갈 거니까 여차하면 내가 대신 마셔줄게.”“아, 맞다!”윤정희는 핸드폰을 꺼내며 발을 굴렀다.“영상도 받아왔어. 그 차우민이라는 사람 정말 쓰레기더라? 외모 반반한 여자만 보면 앞뒤 가리지도 않고 덤벼. 친구가 그러는데 엘리베이터에서 그런 짓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래. 여기 근처 대학생도 성희롱했대!”“그 친구가 차우민 손 보려고 아주 이를 갈고 여러 피해자에게도 연락을 돌렸어. 아주 제대로 한 방 먹이려고 작정한 모양이야.”임정아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런 인성으로 지금의 재부와 명예를 계속 누리게 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30화

    양 비서가 대답했다.“성상 그룹 대표 진세찬입니다. 술자리가 시끌벅적한 게 좋다면서...”“이런 빌어먹을!”송지원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졌다.“진세찬의 최근 몇 해 동안 거래 내역 조사하고 정씨 가문과 진세찬의 협력을 중단시켜.”양 비서가 대답했다.“진 대표님은 정아 씨가 시장님의 아내분이라는 걸 모르고 계세요. 경원시에서 시장님이 정씨 가문의 최대 주주라는 걸 알고 계신 분도 몇 명 없는데 너무 갑작스럽지 않을까요?”송지원은 옷매무시를 정리하며 무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시답잖은 술자리 문화를 재정돈할 필요가 있겠어. 연예인을 술자리로 부르는 그 의도가 뭐지?”굳은 표정의 송지원을 보며 양 비서도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네네. 바로 말씀하신 대로 움직이겠습니다.”“잠깐.”“정씨 가문이 해외 투자로 지난 분기 이윤이 얼마나 되지?”양 비서가 잠시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확인한 후 대답했다.“2조 5천억 좀 되지 않을 겁니다.”송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모두 내 개인 계좌로 돌려놔.”양 비서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투자를 중단시킬 건가요?”“그래. 용돈 주게 현금이 좀 있어야겠어. 그리고 작년 배당금도 전부 빼놔. 올해 남은 분기 배당금도 추가 투자하지 말고. 이번에 선물도 사고 용돈도 줘야 하거든.”양 비서의 얼굴을 이미 하얗게 질려버렸다.‘용돈 스케일 한 번 크네. 용돈 두 번 받다가는 갑부 되겠어.’송지원이 송금받고 바로 어플로 이체하려고 하자 양 비서가 말렸다.“어플로는 한도가 있어요.”송지원이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그래?”“계좌 이체는?”“그것도 있지 않을까요?”“다른 방법은? 번거롭네. 차라리 정아 계좌 두어 개 보내줘.”양 비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서둘러. 당장 보내야 하니까.”“네. 빨리 보내드릴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세트장에 앉아 있던 임정아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OO은행 입금 100,000,000원 / 입금자: 송지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29화

    임정아는 지금 이 상황이 서글프기만 했다.송지원과 한평생을 기약하고 믿고 살았는데 왜 이렇게 상황이 꼬여버린 걸까?그래서 송지원의 손을 뿌리치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화장실을 나섰다.송지원은 말없이 멀어지는 임정아의 뒷모습을 보다가 서서히 표정을 굳혔다.이어 물을 틀어 피가 나는 손등을 대충 씻어내고 손수건으로 지압하며 양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비서는 피가 멎지 않는 송지원의 손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고 무슨 일이 묻기도 전에 송지원이 명령했다.“아까 정아 옆에 나타난 남자 정보를 알아내.”“예천우 말씀인가요? 관련 정보는 이미 가지고 계시지 않은가요?”“그 사람이 아니라 피어싱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 말이야.”“남자요?”“정아 씨 옆에 다른 남성분은 보지 못했는데요?”양 비서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러자 송지원이 방금 촬영한 사진을 꺼내 조성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남자가 누군지 당장 알아내.”양 비서는 상대를 알아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시장님 촉이 좋으신 줄 알았는데 오늘엔 제대로 헛다리 짚으셨어요.”송지원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딴 헛소리 할 거면 당장 사직서 내!”양 비서는 빠르게 표정을 지우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시장님, 이 사람은 여성분이에요. 그리고 마침 인적 사항도 가지고 있긴 해요.”‘여자?’송지원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여자라고?”양 비서는 핸드폰을 꺼내 방금 전해 받은 프로필을 눌러 송지원에게 보였다.“정아 씨 주변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요청하셔서 이번에도 미리 알아보고 있었어요.”“이름은 조성현이고 정아 씨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새로운 걸그룹 후보입니다. 중성적인 이미지에 목소리도 저음에 최적화 되어 있어 데뷔 전부터 여성 팬 몰이를 하고 있으며 회사에서 많은 기대를 품고 있다고 합니다.”송지원은 프로필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굳은 얼굴을 서서히 풀었다.“확실해?”“당연하죠! 뭐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프로필을 조작할 이유가 없잖아요.”송지원은 턱 끝까지 차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28화

    임정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일부러 그런 거예요.”“나도 지원 씨처럼 우린 아무런 일도 없었고 아무 사이 아니라고 얼마든지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정말 믿을 수 있겠어요?”송지원은 눈시울이 빨개지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오랜 세월 함께해온 믿음이 있는 만큼 임정아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까 그 사람과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게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방금 느꼈던 그 애매한 분위기에 송지원은 가슴이 찢겼다.고통, 분노, 두려움... 그 모든 부정적인 감각이 송지원을 자극했다.임정아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그런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만 해도 분노가 치솟았다.“정아야, 난 지금 두 사람 키스했냐고 물은 거야.”임정아는 대답하지 않고 도발하듯 송지원을 빤히 쳐다봤다.송지원은 애간장이 타서 미칠 것 같았고 주먹을 임정아 옆의 벽을 향해 내꽂았다.벽에 걸려있던 거울이 산산조각이 나고 그 조각에 긁힌 송지원의 손등에도 피가 뚝뚝 떨어졌다.하지만 임정아는 봐도 못 본 척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이런 임정아의 태도에 송지원은 또 가슴이 철렁했다.‘내가 어떻게 되든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과거엔 송지원이 채소를 썰다가 손이 작게 베어도 눈물을 뚝뚝 흘리던 임정아였다. 하지만 지금 송지원을 향한 태도는 차갑기 그지없었다.심지어 지금 당장 눈앞에서 죽어버려도 임정아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무기력함이 서서히 송지원을 덮어오고 송지원은 이제 정말 두려워졌다.어느 날인가 임정아가 정말 자신을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면 송지원은 정말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고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었다.“정아야, 나 다쳤어. 손등에서 피 나.”낮은 목소리에는 슬픔과 절망이 섞여 있었다.처음 듣는 말투에 임정아는 깜짝 놀라버렸고 그러나 곧 다시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로 말했다.“나도 눈 달려있으니 당연히 알고 있어요. 지원 씨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