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헌은 천우진 옆을 스쳐 지나갔다.
“저기요.”
천우진이 그를 불렀지만 심문헌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자신을 그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천우진의 옆을 스치는 순간, 손 하나가 심문헌의 몸을 강하게 붙잡았다.
심문헌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반항할 틈도 없이 천우진에게 질질 끌려갔다.
“이봐요, 지금 뭘 하자는 거죠?”
심문헌이 천우진에게 고함을 지르며 욕했지만 천우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붙잡고 끌어갔다.
소이연은 그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문헌이 나에게 고백했다고 천우진이 심문헌을 두들겨 패려는 건 아니겠지?’
게다가 그녀는 그 고백에 아직 동의하지도 않았다.
물론 소이연은 천우진의 행동에 개입하지 않았다.
천우진은 항상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적절한 행동을 하니까.
만약 천우진이 심문헌을 때렸다면 그건 분명 심문헌이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소파에 털썩 앉아 갑자기 움직이기 싫어졌다.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로 지냈는데 신기하게 이 늦은 시간에도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방금 심문헌의 고백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그녀가 심문헌에게 어떤 태도로 대했든 사람 마음이라는 게 딱딱한 기계도 아니고 감정으로 꽉 찬 이상 심문헌을 거절한 것에 대해 그녀도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소이연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오늘 육현경과 임아영이 함께 있던 장면이 그녀 눈앞에 얼른거렸다.
‘육현경, 내가 널 계속 기다릴 만큼의 가치가 정말 너에게 있기나 해?’
...
천씨 저택.
심문헌의 방.
테이블 위에는 맥주가 가득했다.
심문헌의 고백이 소이연에게 거절당했는데 천우진이 왜 끼어들어 이 난리를 벌이는지 심문헌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백 실패가 술을 마시며 축하할 정도로 신나는 일인가?
천우진의 사촌 여동생이 이제 더 이상 심문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되어서?
‘X발, 이 새끼는 왜 이렇게 비겁하지?’
심문헌은 쌀쌀한 표정으로 천우진이 술병을 여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까부터 적어도 열 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