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술이란 건 마시다 보면 멈출 수 없게 된다.
심문헌은 죽도록 인정하기 싫었지만 슬픈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소이연은 조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육현경은 이미 한 줌의 재가 되었는데 그녀가 도대체 무엇을 지키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소이연의 마음이 진짜 강철로 만들어진 것이란 말인가?
심문헌은 생각하면 할수록 슬퍼져서 술을 점점 더 많이 마셔댔다.
“이봐요, 적당히 마셔요.”
천우진이 그가 목숨을 걸고 술을 마시려 하자 그를 제지하려 했다.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군요. 방금은 분명히 나에게 술을 권했죠, 근데 이제 와서 마시지 말라고요? 이봐요 우진 씨, 내가 그렇게 재수 없는 놈인가요? 내게 태클을 걸어야만 속이 후련한 건가요?”
심문헌의 눈은 어느새 초점을 잃었고 눈앞의 사람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취했다.
“내가 문헌 씨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술을 권한 거지 목숨을 걸고 마시라고 권한 게 아니잖아요.”
천우진은 어느새 쌀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마시고 일어나 자러 가세요.”
“천우진, 내가 말이야... 억!”
심문헌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자기가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것 같았고 다시 보니 그는 이미 천우진의 어깨에 들려져 있었다.
‘이 자식이 이거... 내가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데 아직도 날 이렇게 괴롭힌다고? 나를 죽이려고 작정한 건가?’
“잘 시간이에요.”
천우진은 심문헌을 큰 침대에 올려놓고 이불을 강제로 덮어주며 위협했다.
“얼른 자세요. 자지 않으면 내일 당장 우리 저택에서 쫓아낼 겁니다. 문헌 씨가 다시는 이연 씨를 볼 수 없게 말이에요.”
“너 진짜 잔인한 놈이구나!”
심문헌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분노했지만 이내 불만을 품고 눈을 감았다.
원래는 조금도 졸리지 않았는데 눈을 감자마자 잠이 밀물처럼 몰려와 고작 10분 만에 심문헌은 스르르 잠들었고 심지어 코도 골았다.
천우진은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사람이 고집이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