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만하세요.”
에리가 박민정을 감싸며 말했다.
“제 문제예요, 민정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
에리는 어려서부터 말 잘 듣고 착했지만 연애와 결혼 문제만큼은 고집이 셌다.
조미연은 아들이 다른 여자를 두둔하는 걸 보자 질투심이 더 치솟아 화살을 박민정에게 돌렸다.
“이름이 박민정이라고 했죠?”
조미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아가씨 남편은 아가씨가 우리 에리랑 이렇게 엮인 거 알아요?”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결혼도 했고 애도 있다면서요? 우리 에리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젊은 남자 다루는 법은 잘 알겠네요? 이 일 남편한테 알려지면 어쩔 건데요?”
평소 같으면 박민정도 가만있지 않았겠지만 상대는 에리의 엄마였다.
“아주머니, 저랑 에리 그런 사이 아니에요. 흥분했다고 저한테 너무 막말하시는 것 같네요. 그리고 에리도 이제 20대인데 그 정도 판단도 못 하겠어요?’
박민정이 또렷하게 받아쳤다.
에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박민정과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엄마, 가요.”
그는 어머니의 팔을 끌었다.
조미연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박민정에게 말 몇 마디 들었다고 자신이 어린 후배에게 훈계받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박민정을 차갑게 흘겨보았다.
“말은 따박따박 잘하네요. 나는 아가씨 같은 여자 많이 봤어요. 집은 버릴 수 없고, 그런데 우리 에리도 탐나고. 남편이 우리 에리만 못하니까 이러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제가 왜 댁 아드님보다 못한 거죠?”
차가운 목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크지 않은 음성이었지만 묵직한 위압감을 품고 있었다.
모두 고개를 돌리자, 깔끔한 코트를 입은 유남준이 걸어 들어왔다.
그는 막 고객과 통화를 끝내고 돌아오다가 마침 이 장면을 본 것이었다.
“누구시죠?”
조미연은 눈앞의 남자를 보며 물었다. 단정한 이목구비와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범상치 않았다.
유남준은 곧장 박민정 옆에 서서 그녀를 품에 감쌌다.
“저는 이 사람 남편입니다.”
그는 신분을 밝힌 뒤 조미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