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재벌가에 인정받지 못하는 난청 며느리이자 태어날 때부터 엄마에게 버림받은 딸이다. 결혼생활 3년 동안 그녀의 남편은 한순간도 그녀를 아내로 인정한 적 없다. 남편 친구들은 그녀를 ‘귀머거리’라고 불렀고 보는 사람마다 야유하고 모욕감을 줬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 주제에 얌전히 집에나 있어.”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첫사랑이 드디어 귀국했고 그녀 앞에서 대놓고 선전포고했다. “남준 오빠 민정 씨한테 사랑한다고 말한 적 있어요? 전에 나한테 엄청 많이 해줬는데 그때마다 유치하다고 짜증 냈거든요. 나 이번에 남준 오빠 다시 만나려고 돌아온 거예요.” 박민정은 묵묵히 들으며 지난 3년간 유남준과 함께 보낸 시간들을 되새겨보았는데 놀랍게도 모든 게 그녀의 오산이었다! 결혼한 지 3년, 박민정은 그를 무려 12년이나 사랑했는데 결국 헛된 마음이었다. 요즘 발생한 모든 일들이 그녀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남준 씨, 그동안 당신 시간만 허비했네요, 우리 이만 이혼해요.” 다만 유남준은 그런 그녀를 집에 가둬두었다. “나 죽기 전엔 어디도 못 가!”
ดูเพิ่มเติม호텔 방 안, 유남우는 침대에 반쯤 기대 누워 있었고 그 앞에는 한 여자가 울고 있었다.온몸이 멍투성이인 여자는 덜덜 떨며 애원했다.“둘째 도련님... 제발 저 좀 놔주세요.”유남우는 지루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나른하게 말했다.“오늘 있었던 일, 다른 사람 귀에는 들어가지 않길 바라.”여자는 순간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곧장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이제 나가도 돼.”여자는 얼른 바닥에서 일어나 자신의 가방을 챙겨 들고 허겁지겁 방을 나섰다.처음에 그녀는 돈줄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유남우는 생각과 달랐다.그녀는 후환이 두려워 유남우가 술에 취한 틈을 타 다른 사람을 시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을 찍게 했다.호텔 밖으로 나온 그녀는 다급하게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진 절대 유포하면 안 돼!”“어? 왜 이제 말해? 이미 언론사에 다 넘겼는데?”상대방의 말에 그녀는 핏기가 가셨다.“미쳤어? 진짜 나 죽일 셈이야?”전화를 끊은 그녀는 급히 핸드폰을 켰다.인터넷에는 이미 유남우와 함께 찍힌 사진이 기사로 올라와 있었다.그 순간 그녀는 더는 진주시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직감하고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짐을 챙기고 택시를 잡아 공항으로 향했다.같은 시각 유남우는 여전히 호텔 방 안에 있었다.그의 눈은 공허하게 떠 있었다.그때 핸드폰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아버지 유지욱에게서 온 연락이었다.[남우야, 기사는 어떻게 된 거야? 그 여자는 또 누구고?]유남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기사?’그는 포털 사이트를 열어 헤드라인을 훑어보았다.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의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뉴스를 발견했다.핸드폰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이 여자, 정말 미친 거 아냐?’오늘 그는 술에 취할 생각으로 바에 가 자신이 다른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그때 한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고 그는 그 여자와 함께 호텔로 들어왔다.하지만 그는 곧 그 여자에게
반사적으로 손을 빼낸 홍주영은 하민재의 눈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안 될 것 같아요. 그래도... 결혼하고 나서 같이 자는 게 좋지 않을까요?”하민재는 겁먹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손을 거뒀다.“그래요. 주영 씨 의사 존중해야죠. 일도 힘들었을 텐데 얼른 쉬어요. 저는 제가 알아서 잘게요.”홍주영은 고개를 저으며 이불을 펴주고 나서야 방을 나섰다.그녀가 떠난 뒤 하민재는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한참을 뒤척이던 그는 결국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연지석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왜 전화 안 받아?]밥 먹을 때 홍주영과의 대화에 집중하느라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두어 연지석의 연락을 제때 받지 못했다.그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형, 무슨 일이야?”“왜 이제야 전화 받아?”연지석의 걱정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방금 들어왔어. 핸드폰을 한쪽에 두고 있어서 제때 확인을 못 했어.”하민재의 답에 연지석은 그제야 안심하는 듯했다.“정민기 쪽 일은 이번에 네가 아니었으면 힘들 뻔했어. 앞으로 네가 필요로 할 때 정씨 가문에서 뭐든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거야.”“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이야.”연지석의 말에 하민재는 담담하게 답했다.정민기는 표면적으로는 연지석이 고용한 경호원이었지만 사실 세 사람은 친구였다.“그래.”연지석이 전화를 끊으려 할 때 하민재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형, 혹시 나중에 진주시에 다시 올거야?”연지석은 한참 침묵을 유지하고 나서야 하민재의 질문에 답했다.“네가 결혼할 때에는 가야지.”“그럼 다행이고. 시간 될 때 자주 내려와. 그런데...”하민재는 말을 흐리며 옆방을 슬쩍 바라보다 오랜 침묵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결혼을 무사히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그게 무슨 말이야?”하민재의 뜻을 눈치챈 연지석이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혹시 홍주영 쪽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연지석은 속으로 안타까워했다.자신이나 하민재나 좋아하는 여자가 하필이면 다 유
홍주영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아, 아니에요...”그녀가 겨우 입을 열기도 전에 하민재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정말 보고 싶었어요. 한 달 동안... 주영 씨는 나 안 보고 싶었어요?”그 물음에 홍주영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한 달 동안 두 사람은 거의 연락이 없었다. 가끔 안부만 묻는 메시지가 오갈 뿐 그 이상은 없었다.조금 머뭇거리던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럭저럭요.”하민재는 그녀의 말에 잠시 시선을 떨구더니, 방 안의 스탠드 조명을 켰다.부드러운 불빛 아래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그 눈빛이 닿는 순간, 홍주영의 가슴이 괜히 복잡해졌다.그가 다시 그녀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려는 찰나, 홍주영은 그의 품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언제 왔어요? 밥은 먹었어요?”그녀는 당황한 듯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하민재는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방금 도착했어요. 밥은 아직 안 먹었고요. 주영 씨는요?”“나도 방금 퇴근했어요.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제가 밥 해드릴게요.”“그래요. 같이 해요.”하민재는 그녀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홍주영은 자신이 왜 이리도 어색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공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냉장고에서 야채와 고기를 꺼내는 그녀 옆에서 하민재는 조용히 야채를 고르고 씻으며 도왔다.둘은 예전부터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할머니는 결혼할 사이면 당연히 같이 살아야 한다고 했고 그 말에 따라 홍주영은 하민재의 집으로 들어왔다.하지만 함께 산다고 해서 두 사람 사이가 약혼자처럼 자연스럽지도 연인처럼 가까운 것도 아니었다.“민재 씨, 방금 왔는데 좀 쉬세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그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숨이 막혀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괜찮아요. 피곤하지 않아요.”하민재는 여유 있게 웃었지만 주방 안에는 금세 정적이 내려앉았다.그 정적을 못 견딘 하민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시간은 어느새 흘러 아이들은 방학에 들어갔다.박민정은 두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곧장 유씨 가문의 옛 저택으로 향했다.요즘 그녀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이곳에 들렀다. 어린 두 아들을 보기 위해서였고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기 위해서이기도 했다.아이들이 방학에 들어가자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외지에 나가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고향으로 돌아오는 시기.그리고 바로 그날, 박민정은 마침내 연지석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민정아, 민기 소식이 확인됐어.”“정말? 지금... 지금 괜찮은 거야?”정민기가 사라진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그동안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던 박민정은 목소리부터 다급해졌다.“응. 괜찮아.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당장은 연락이 어려울 것 같아. 여자친구한테도.”연지석이 조심스레 말했다.“병원에 있다고?”박민정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무슨 일이야? 자세히 말해줘.”“구체적인 얘기는 민기한테서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연지석의 말에 그녀는 더는 묻지 않았다.“알겠어.”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곧장 진서연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요즘 진서연은 몹시 불안정했다.마음이 붕 떠 있었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며 실수도 잦았다.“진짜예요? 민기 씨, 정말 무사한 거예요?”진서연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정말이야. 지석이 말로는 지금은 연락이 어렵지만 조만간 너한테 꼭 연락할 거래.”박민정은 괜히 불안만 키울까 봐 병원 얘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진서연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속을 달랬다.“...무사하다니 다행이에요.”요즘 진서연은 거의 매일 악몽을 꿨다.꿈속에서 정민기가 자신을 떠나는 장면, 혹은 온몸이 피범벅이 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장면이 나왔다. 그 꿈들은 너무도 생생해서 아침이면 눈가가 젖어 있는 일이 많았다....한편, 다른 쪽에선 홍주영이 새 직장에서 퇴근한 후 집에 도착했다.현관문을 여는 순간, 갑작스레 안쪽에서 튀어나온 팔이 그녀를 끌어당겼다.“꺄악!”놀란
조하랑은 굳이 김훈에게 찾아가 따져 묻고 싶지도 않았다.그런 일로 따지자면 어차피 할아버지는 김인우 편을 들며 뻔히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그럼 병원에 가서 정식으로 검사라도 해봐요. 병이면 고쳐야지. 다음에도 이런 식이면, 진짜로 가만 안 둘 거예요.”조하랑은 싸늘하게 말을 던지고는 일어나 자리를 떴다.그녀가 더 이상 따지지 않자 김인우는 안도한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가 방을 나서자 조하랑은 서둘러 자신의 몸부터 확인했다.다행히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아 그제야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이른 아침, 김훈은 이미 모습을 감췄다.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이지원이 입원해 있는 정신과 병원이었다.“어르신, 환자는 이 방에 있습니다.”최 원장이 공손히 안내하자 김훈은 유리창 너머를 바라봤다.텅 빈 눈동자, 흐트러진 머리칼, 예전의 당당하고 교활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이제 그녀는 무너진 인간 그 자체였다.“정말 인우가 데려온 거라고?” 김훈이 낮게 물었다.“예. 확실합니다.”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곧바로 최 원장을 따로 불러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말해봐. 인우가 뭐라고 했고 이 여자가 여기서 어떻게 지냈는지까지.”최 원장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보고했다.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김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번엔 제대로 했구먼.”김훈은 확신했다.김인우는 이미 조하랑을 선택했고 더 이상 이지원에게 마음이 없었다.“어르신, 그럼... 이 환자는 퇴원 조치할까요?”최 원장이 조심스레 물었지만 돌아온 건 냉혹한 비웃음뿐이었다.“퇴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저 지경 된 게 오히려 덜 당한 거다.”그 말에 최 원장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이 어르신이 이렇게까지 말하다니... 저 여자, 진짜 보통 악질은 아니었나 보군.’“알겠습니다. 절대 함부로 퇴원시키지 않겠습니다.”김훈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문 앞까지 가서도 한참을 망설이다가 병실 문을
김인우는 슬며시 조하랑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진짜예요?”그는 조하랑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근데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요?”조하랑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더니 황급히 그에게 등을 돌렸다.“아마도... 좀 더워서요. 실내 난방이 너무 세게 돼 있어서... 조절 좀 하고 올게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난방 조절기로 걸어갔다.김인우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가며 부드럽게 말했다.“조심해요. 천천히 가도 돼요. 뭐가 급하다고요.”조하랑은 왜인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뭔가 마음도 허둥지둥했다.“...안 급하거든요.”괜히 말끝을 세우며 대꾸했지만 김인우는 다 안다는 듯 웃기만 했다.그의 시선을 의식하자 조하랑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온도를 조금 낮추고는 돌아섰다.“됐어요. 피곤하네요. 자고 싶어요.”두 사람은 지금 같은 방을 쓰고 있었지만 침대는 따로였다.조하랑은 빠르게 자기 침대로 가서 외투를 벗고 이불 속에 쏙 들어가 버렸다.김인우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고 조용히 자기 자리에 누웠다.아직 잠들기엔 이른 시간이었고 조하랑은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뒤척이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더 크게 울렸다.“잠 안 와요?”그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렸다.그도 아직 자지 않았다는 걸 몰랐던 조하랑은 잠시 머뭇이다가 작게 대답했다.“...조금?”“그럼 얘기 좀 해요.”김인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가 듣기로는 지금이 임신 중기라 그나마 편한 시기래요. 막달 가면 더 잠 못 자고 힘들다던데.”조하랑은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럼... 어떡하죠?”“조금만 참아요. 아기 낳고 나면 좀 나아질 거예요.”위로라고 하기엔 투박했지만 김인우는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밥 챙기고 잠 챙기고 말 대신 행동으로라도.“...네.”조하랑은 그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는지 조금 마음이 풀렸다.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근데... 아까 말했던 이지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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