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여진은 보살도 아니었고, 남을 가엾게 여길 만큼 여유로운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두 번이나 자신을 도와준 임재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차에서 내리던 그때, 민여진은 조현준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길가에 선 그녀는 피곤한 와중에 다정하게 말을 거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여진아, 오늘 우리 엄마랑 같이 나갔다며?”
“네.”
민여진은 딱히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조인화가 조현준에게 얘기해준 것 같았다.
“그런 자리에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해. 술은 되도록 입에 대지 말고. 넌 딱 봐도 술 잘 못 할 것 같거든. 누가 마시라고 하면 알콜 알레르기 있다고 둘러대.”
조현준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덧붙였다.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잘 쉬고.”
“알아요, 오빠.”
민여진은 익숙한 목소리에 마음이 편해졌다. 마치 친오빠에게 의지하는 것 같은 안정감이 들었다.
“이모는 내가 챙길 테니까 걱정 하지 마요. 술도 많이 못 마시게 할게요.”
“응.”
조현준은 낮게 대답한 후, 못 참겠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진아, 네가 너무 보고 싶어.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당장이라도 너한테 달려가고 싶어.”
민여진은 그 말에 순간 멍해져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생각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악력에 민여진은 본능적으로 박진성을 떠올렸다.
“누구세요?”
민여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수화기 너머의 조현준도 함께 긴장한 듯 되물었다.
“왜 그래, 여진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을 이장과 대화를 마친 조인화가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표정을 굳혔다. 그녀는 급히 민여진에게 다가와 물었다.
“재윤 씨, 여진이한테 무슨 볼일 있어요?”
‘임재윤?’
민여진은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조현준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오빠. 최근에 새로 알게 된 친구인데, 개발회사 쪽 사람이에요. 우릴 데리러 온 것 같아요.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요, 끊어요.”
통화를 끊고 나서야 민여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