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 중 한 명이 무례할 정도로 친근하게 굴며 민여진의 손에 술잔을 쥐여주었다.
"자! 다 같이 건배하자고! 나중에 저 산골이 관광지로 대박 나서 리조트라도 들어서면 우리 안진 마을도 유명해지겠지! 이럴 땐 제대로 축하해야지!"
민여진은 조금 난감했다. 그녀는 술을 마시지 못했다.
멀찍이 앉아 있던 조인화는 망설이다가 용기 내어 말했다.
"죄송해요. 전 술을 못 마셔서요. 차로 대신해도 괜찮을까요?"
“차로 대신해?”
술을 건넨 남자는 불쾌한 기색의 얼굴로 말했다.
“다들 외지에서 돌아온 사람들이라면서, 술 한 잔 못 할 리가 있나? 설마 나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
“그런 게 아니고요...”
“그러면 마셔! 반 잔밖에 안 되는 게 뭐가 무섭다고. 설령 취한다 해도 누가 너를 건들기라도 하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크게 웃었고 주위의 마을 사람들도 함께 웃어댔다. 마치 민여진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듯했다.
곁에서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고 나서야 남자는 깨달았다. 임 대표라고 하는 분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남자의 표정은 약간 굳어졌다. 분명한 적의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임재윤을 소홀히 대한 탓이라 여기며 다시 웃으며 임재윤에게 말했다.
“임 대표님, 저희 안진 마을은 임 대표님과 진시우 대표님을 환영합니다. 제가 먼저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는 술을 단숨에 들이켰지만 임재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당황한 남자는 다시 한번 불렀다.
“임 대표님?”
민여진이 대신 설명했다.
“그분은 말씀을 못 하세요.”
“못 하신다고?”
남자는 눈을 굴리며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속으로 비웃으며 생각했다.
‘벙어리에 장님이라,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군.’
“그럼 여진아! 우리끼리 마시자고! 다 같은 마을 사람인데 네가 큰 도시에 가서 세상 구경 좀 했다고 나를 무시하면 안 되지!”
남자는 다시 술을 따라 민여진의 잔과 부딪혔다.
“내가 먼저 마신다!”
그는 꿀꺽꿀꺽 술을 들이켰다. 민여진은 잔을 꽉 쥐었다. 분위기를 망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