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마요! 그냥 말 안 하고 사다주기만 하면 돼요.”
낯빛이 창백해진 채 입술을 깨물며 말하는 민여진을 거절하기가 힘들어 일단 알겠다고는 했지만 서원은 결국 박진성에게 이 일을 보고했다.
“대표님, 사드릴까요?”
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박진성이 분노 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사, 대신 피임과 관련된 건 일절 사지 말고 그냥 같은 크기의 영양제만 사다 줘.”
전화를 끊은 서원은 박진성이 설마 민여진을 임신시키려는가 싶어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렇다고 확신한 그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사의 말대로 민여진에게 영양제만 사다 주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민여진은 고맙다며 그걸 받아먹고는 그제야 안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 든 민여진은 꿈속에서 해외에서 돌아온 엄마를 보았다.
정상적인 사람처럼 말도 잘하는 엄마를 꿈에서라도 보니 기분이 좋은지 민여진은 오랜만에 웃으며 잠에서 깼다.
마치 어둠 속에 한줄기 찬란한 햇살이 깃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 뒤로 며칠이 지나도록 박진성은 별장을 찾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도구일 뿐이니 당연히 문채연이랑 함께 있겠지만 박진성이 오지 않으니 엄마의 소식을 알려줄 사람도 없어 민여진은 답답한 마음에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 참다못한 어느 날, 그녀는 또 서원에게 부탁했다.
“혹시 핸드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진성 씨한테 전화하려고요.”
“네.”
서원은 친절하게 다이얼까지 눌러준 핸드폰을 민여진 귓가에 가져다 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통했고 수화기 너머로 문채연의 웃음소리와 박진성에게 나쁘다며 투정을 부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함께 흘러나왔다.
“왜 말을 안 해?”
한참이 지나서야 들리는 박진성의 목소리에 민여진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나야.”
“네가 왜 서원이 핸드폰으로 전화해?”
자신의 핸드폰을 뺏어간 장본인이 저런 질문을 하는 게 어이가 없었던 민여진은 언짢은 듯한 그의 말투에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시간 있어? 한번 와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