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제, 북부 제석 전야.
하얀 눈이 북풍을 타고 세차게 흩날리는 가운데, 성 안은 다가오는 정월을 맞아 설레는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봉구안과 소욱의 마음은 가벼울 수 없었다.
서태상의 집에 머무르던 중, 서소현의 무심한 한마디가 심장을 세차게 울렸다.
“폐하께서 미복으로 사찰 중이라 길을 비워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 말에 소욱의 눈매가 깊어졌다.
자신이 출순하는 일을 알린 자는 단지 소수의 측근뿐이건만, 어떻게 북부 관부가 이를 알아차린 것인가?
시선은 곧 봉구안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그 역시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눈빛을 나누었으나, 서로의 속마음은 같았다.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예상하고 있었던 터였다.
황제가 궁에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미복 출행 중이라는 건 이내 추정되기 마련이었다.
허나 관부가 멋대로 길을 정비한 정황을 보건대, 이는 혹여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한 것일 수도, 반대로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급한 조치일 수도 있었다.
그 순간, 아직 어린 서소현이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
“황제께서 출순하시면서 백성들을 이렇게 고생시키다니요. 모두들 폐하께서 현명하다고 칭송하지만, 제가 보기엔…”
“콜록!”
서태상이 헛기침으로 동생의 말을 끊었다.
어디 황제 앞에서 그런 말을 입에 올리다니, 목숨이 여러 개란 말인가!
그는 즉시 분위기를 수습하며 웃음을 띠었다.
“폐하의 출순은 백성을 위하심이다. 다만 아래 관리들이 마음가짐이 바르지 못해, 그만 백성에게 해를 끼친 것이지.”
서태고도 급히 거들었다.
“형님 말씀 맞습니다!”
“폐하께서 출순하실 때마다 탐관오리를 엄벌하시는 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진짜 문제는 위로는 황제를 속이고 아래로는 백성을 기만하는 자들입니다.”
“이들이야말로 가장 큰 악이지요!”
서태상은 부인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안으며 따뜻이 말했다.
“부인, 뜨거운 물도 준비되어 있소. 방으로 들어가 몸부터 녹이시오.”
서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