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와 음모가 득실대는 궁중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복수! 쌍둥이 동생이 순결을 잃고 수모를 못 참아 자결한 뒤, 봉구안은 집안의 지시로 갑옷을 벗고 동생 대신 이 나라의 황후가 되었다. 폭군에게는 오래전 죽은 첫사랑이 있었고, 후궁 비빈들은 첫사랑의 대체품에 지나지 않았다. 첫사랑과 닮은 곳 하나 없는 봉구안이었기에 모두 그녀가 폭군에게 처참히 버려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사람들의 예상대로 혼인한 지 이듬해, 황제가 황후와 이혼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황제가 황후를 폐하는 게 아니라, 황후가 황제에게 이혼장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그날 밤, 폭군은 황후의 옷자락을 꽉 잡고 이를 갈며 말했다. “갈 거면 짐의 시체를 밟고 가라!” 뭇 비빈들도 처량하게 울며 황후에게 매달렸다. “마마, 저희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가실 거면 저희도 데려가 주십시오!”
Lihat lebih banyak봉구안은 완부옥에게 쫓겨나왔다.눈이 멀어버린 완부옥은 성정이 더욱 사나워졌고, 고왕을 어떻게 꺼낼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봉구안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필요하면 언제든 날 찾으렴.”그러나 그 말은 완부옥에게 있어 ‘언제든 네 목숨을 거둬 가겠다‘는 협박과 다를 바 없었다.봉구안이란 여인은 과연 마음이 새까맣구나. 고왕만 빼앗아 가려 들고, 나머지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장막 밖에서 갈십칠이 조심스레 물었다.“황후 마마, 사저는 정말 죽지 않는 겁니까?”봉구안은 단호하게 답했다.“지금은 기혈이 왕성하니 큰 탈은 없을 것이다.”갈십칠은 속으로 중얼거렸다.“기혈이 왕성하다니… 황후 마마 때문에 성질을 부리다가 그런 거 아니겠지…”봉구안은 몇 마디 당부를 남기고 돌아섰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완부옥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이 개 같은 놈!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냐! 고왕을 물려받으려고 그러는 거지!”“사저, 그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사저가 걱정되어서…”“어쨌든 너는 꿈도 꾸지 마라! 내가 고왕을 삼켜버릴망정, 너한테는 절대 안 준다!”갈십칠은 울분을 삼키며 되물었다.“사저, 그게… 먹을 게 되긴 합니까?”봉구안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곧장 말을 타고 소욱을 찾아 돌아갔다.……남제 장막 안.몇몇 장수들이 소욱에게 간언했다.“폐하, 대주의 잔당이 다시 기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뿌리째 뽑아야 합니다!”“신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담대연은 간계가 많고 사람을 휘어잡는 데 능했습니다. 그의 곁에 있던 자들은 거의 모두 길들여졌지요. 그 소무란 아이 또한 다르지 않을 겁니다. 만일을 대비해야 합니다, 폐하!”“담대연을 베고, 소무까지 죽여야만 대주의 기세를 완전히 꺾을 수 있습니다. 백성들에게도 납득할 만한 답이 되지요. 줄곧 담대연 무리들이 소무가 대주의 혈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싸워왔으니, 백성들은 모두 그를 같은 무리로 여기고 있습니다…”소욱은 겉으로는 그 말들을 듣는 듯했으나, 정작 마
완부옥이 고개를 들어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쓰디쓴 웃음이 번졌다.“제 몸속의 고왕을 빼앗아 가는 것보다… 차라리 소환 그대 손에 죽는 게 낫습니다. 그럼 저는 완전히 해방될 수 있으니까요.”세속의 다툼에 시달릴 필요도, 남강을 배신한 죄책감을 짊어질 필요도, 서린과 결이에게 끝내 지켜주지 못할 희망을 안겨줄 필요도 없었다.죽음만이 그녀가 바라는 최후의 해답이었다.봉구안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그 안에는 이해의 그림자가 비쳤다.“완부옥, 죽음은 정말 네가 갈 길이 없을 때, 그때 선택하는 것이다. 정말 모든 길을 다 걸어 봤느냐?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고, 원통함도 없다는 거지?”완부옥의 입술이 떨렸으나,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봉구안은 그녀의 팔을 옷자락 너머로 붙잡고 부축했다.그 힘에 기대어 완부옥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마치 천 길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듯, 조금만 헛디뎌도 산산조각 날 것만 같았다.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그녀는 봉구안의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조금만 더… 제게 말을 걸어주세요. 소환 그대가 제 곁에 있으면, 저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것 같아요.”봉구안의 시선이 단호하게 굳어졌다.“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잠깐이면 된다니까요!” 완부옥의 목소리가 강하게 치받았다.“남제가 이미 천하를 차지하려 하고, 담대연도 죽었습니다. 그런 판국에 도대체 뭘 바쁘다고 하는 겁니까? 제가 눈앞에서 죽어 시체가 되어야, 그제야 잠시라도 곁에 있어 주시겠어요!”봉구안은 담담히 응수했다.“담대연은 죽었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았지. 게다가 대군은 곧 황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나도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 하고.”완부옥의 입술이 비뚤게 휘어졌다.“정말 무정하시군요. …좋습니다. 떠나기 전에 제 몸에서 고왕부터 꺼내 주세요.”봉구안의 얼굴에 엄숙한 기운이 드리워졌다.“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냐?”“당연합니다. 아니면 제가 왜 그대를 찾았겠습니까?” 완부옥은 단호했다.“사실은… 내가 먼저 널 찾으
담대연이 죽은 뒤, 남제 군은 순식간에 전세를 장악했다. 몇 차례 공격 끝에 동산국의 남강 병사들은 모두 흩어져 도망쳤다.완부옥은 부상을 크게 입어 아직도 오주성에 머물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그날, 그녀는 서왕이 보낸 서신을 받았다.서신에는 그저 평범한 안부와 걱정이 적혀 있었다. 몸은 좀 어떤지 묻고, 또 결이의 근황도 전해왔다. 아이가 훌쩍 자랐다는 소식이었다.“사저, 담대연이 죽었습니다.”갈십칠이 천막 안으로 들어오며 소식을 전했다.완부옥은 그저 손에 쥔 서신만 똑바로 바라볼 뿐, 마치 다른 모든 것은 들리지 않는 듯했다.갈십칠은 다시 한번 말했다.“사저?”그제야 고개를 든 완부옥의 눈빛에는 싸늘한 빛이 스쳤다.“무슨 일이냐.”“사저, 이미 세 번이나 말했습니다! 담대연이 죽었다니까요, 죽었다고요!”사저가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무시할 줄은 몰랐다.완부옥은 담담히 대꾸했다.“알았다.”“대체 서왕이 뭐라 썼기에 이렇게 정신이 없으신 겁니까? 담대연이 죽은 게 얼마나 큰 일인데!”그러나 완부옥은 힘을 주어 편지를 움켜쥐더니, 그 자리에서 가루처럼 흩내버렸다.“사저, 설마 저까지 경계하시는 겁니까?”완부옥은 천천히 일어서며 차갑게 말했다.“갈십칠, 어서 내 아들을 되찾아 오거라.”갈십칠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해했다.“사저, 그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입니다.”“담대연이 죽은 지금 동산국은 더 이상 맞설 힘이 없고, 다른 나라들도 벌벌 떨고 있지 않습니까?”“이제 세상은 남제가 쥐락펴락하는 판인데, 하필 지금 아이를 빼오라고 하시면… 차라리 저더러 그냥 죽으라 하세요.”완부옥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냉소가 흘렀다.“역시 넌 쓸모없는 놈이구나.”“사저!” 갈십칠은 진지하게 달랬다.“이제 앞으로 어찌할지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밖에 있는 사람들도 다 사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그들이 남강에서 데려온 오천 명의 군사들 중, 오주성 전투를 거친 뒤엔 삼천 남짓만 남게 되었다.삼천
봉구안은 두 사람을 똑바로 주시하며 천천히 다가갔다.원 노인의 눈가에는 세월의 흔적과 함께 아직 젖은 기운이 맺혀 있었다.“폐하, 신은 물러가겠습니다.”그가 떠난 뒤에도 소욱은 여전히 긴장된 기운을 풀지 못했다.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봉구안의 손을 끌어 올렸다.“담대연이 죽자 남강의 병사들이 모두 성을 버리고 달아났다. 동산국을 함락하는 건 시간문제겠지.”“이제 안심하고 도성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서여국에 있는 아이들도 데려오고…”그는 줄줄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봉구안이 문득 물었다.“방금… 담대연과 무슨 말을 나누셨나요?”그녀의 눈빛이 단호히 소욱을 꿰뚫었다.소욱은 순간 멍하니 굳더니, 곧 냉소를 흘렸다.“다 소무 때문이다. 내가 소무를 죽일까 두려워서, 제발 살려 달라고 빌더구나.”봉구안은 겉으로는 담담했으나 마음속에는 의혹이 피어올랐다.정말 단지 소무의 목숨을 구걸했을 뿐이라면, 원 노인이 눈물을 흘리며 체면을 버릴 이유가 있었을까?하지만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언제 출발해 남제로 돌아가겠습니까?”소욱은 그녀 손등을 엄지로 천천히 문질렀다.“머잖아. 너도 아이들이 보고 싶지 않느냐.”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선은 멀리 허공을 향해 있었다.봉구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담대연과 그 일족에 관한 일 말이에요. 아직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소욱의 눈매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무슨 뜻이냐?”“아직 확실한 건 아닙니다. 뚜렷한 추측도 없고… 그저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봉구안은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히며 사색에 잠겼다.그 말을 이어받듯, 소욱의 표정도 깊어졌다.“그날 담대연의 몸은 꼭 약쟁이 같았다. 군심이 흉흉해질까 두려워, 이미 약쟁이가 되었다고 공표했지. 하지만… 그 자가 말한 장생의 도, 그 기이한 기운은 나도 분명 느꼈다. 지금 태의들이 조사 중이니 머지않아 결과가 나오겠지.”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녀는 소욱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만약 정말 불로장생할 수 있는
담대연의 얼굴은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그는 그 자리에 서서 황제 소욱을 곧게 응시했다.“약쟁이 독은 바로 장생의 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소욱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담대연은 입꼬리를 스치듯 올리며 비웃었다.“폐하, 영원토록 황후마마와 함께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제 말을 들으시지요. 남제를 계속 정벌하여 천하를 통일하시옵소서.”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듣는 이의 정신을 흔들고, 이성을 잠식하는 듯했다.소무는 멍하니 서 있다가 중얼거렸다.“사형, 저 자식…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죠? 미친 거 아니에요? 장생이라니…”그 순간 봉구안이 앞으로 나서더니 황제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낮고 고요한 목소리로 속삭였다.“폐하, 저 자의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저와 함께 살아오며 똑똑히 겪은 생로병사를 믿으시겠습니까.”그 말에 소욱의 눈빛이 번쩍 빛나며 제정신을 되찾았다.곧이어 봉구안의 주먹을 꽉 쥔 채, 준엄하게 외쳤다.“담대연, 너는 괴물에 불과하다! 내 반드시 너를 베어내리라!”담대연은 눈살을 좁히며 뜻밖이라는 듯 황제를 노려보았다.병사들이 일제히 그를 포위하고 공격을 퍼부었다.그러나 담대연은 쓰러지지 않았다.얼굴에는 오히려 서늘한 빛이 스쳤다.“폐하, 끝내 미혹에서 벗어나지 못하시는군요.”병사들과 동방세까지 합세하여 공격을 가했으나, 아무리 베이고 찔려도 그는 약쟁이처럼 쓰러지지 않았다.장수 몇은 차가운 전율에 사로잡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저건 사람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도 죽지 않습니다!”소무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이거 진짜 요상하네! 사형, 저 담대 놈 정체가 뭐죠? 무슨 사술이라도 익힌 거 아닌가요?”그러나 황제조차 담대연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봉구안의 눈빛은 살얼음처럼 차가워졌다.만약 단순한 사술이라면 반드시 파해법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몸짓은 사술보다는 오히려 깨어 있는 약쟁이에 가까웠다.“역시… 괴물이다! 담대 가문은 전부 괴물이야!”어느 병사가
그 거대한 거미는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앞발을 땅에 짚고 몸을 우뚝 세웠다. 그러자 배 밑으로 수많은 화살통과 화약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봉구안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고개를 들어 점점 커져가는 그 괴물 같은 형체를 올려다보았다.“구안아!”소욱이 그녀를 급히 잡아끌며 외쳤다. “어서 여기서 벗어나거라!”이곳에는 섬뜩하고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진한길이 즉시 호위들에게 명했다. “폐하와 마마를 모시고 나가라!”그 혼란 속에서 담대연의 두 눈에는 광채가 차오르며 거대한 거미만을 곧게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죽은 물건이 아니었구나...”쿵!무거운 굉음과 함께 거대한 거미의 복부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독이다! 어서 피하거라!”소욱 일행은 지하 진안을 빠져나와 서양제의 무덤으로 올라간 뒤 곧바로 입구를 봉쇄했다. 천만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 동방세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들은 바로는 담대 가문이 만든 무기라고 합니다. 겉은 갑옷으로 둘러싸여 무적이며, 안에는 온갖 기계장치가 있어 그 속에 든 사람이 직접 조종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소욱의 얼굴이 단호하게 굳었다. 만약 그 '거대한 거미'가 정말 그런 용도라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봉구안은 줄곧 말 없는 담대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진안에 들어간 순간부터 예전과는 전혀 다른 눈빛을 하고 있었다.“우선 올라가시지요.”봉구안이 제안했다. 확실히 이곳은 오래 머물 곳이 아니었다.……밀실 밖.밖에서 대군들은 철저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담대 가문의 잔당들을 놓치지 않았다. 황제와 황후가 무사히 모습을 드러내자 장병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두 분께서 아래에서 변고라도 생겼다면 그 뒤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밖으로 나온 후 소욱은 곧바로 진안 입구에 병력을 배치하도록 했다. 그는 여전히 그 '거대한 거미'를 포기할 수 없었다. 만약 그것을 남제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터였다.물론, 그것을 끌어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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