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 지나서야 관병들이 분노에 찬 백성들을 겨우 진정시켰다.
조금 전까지 돌을 던지고 황제를 욕하던 자들은 군중 속에서 끌려 나와 땅에 꿇어앉혀졌다. 그들은 모두 황제의 처분을 기다려야 했다.
사방이 조용해지고, 더는 아무것도 날아들지 않자 봉구안은 우산을 걷었다. 그녀의 손놀림은 빠르고 정교했으며, 그것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누구도 보지 못했다.
소욱은 싸늘한 얼굴로 땅에 엎드린 소막을 바라보았다.
"이게 네가 다스리는 범려성이더냐?"
소막은 일어나지 않고, 고개를 조아린 채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척했다. 그의 비대한 등이 떨리고 있었으나, 그것은 황제의 위엄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다.
"폐하! 모두 신의 잘못이옵니다. 백성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죄, 전부 신의 불찰이옵니다!”
"저런 역도 같은 것들이 감히 폐하를 모독하다니, 죽어 마땅하옵니다!"
마지막 말끝은 유독 날이 서 있었다.
그의 속내는 전혀 달랐다. 소막은 생각했다. 자기는 고작 봉지를 이탈해 도성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황제에게 혹독한 벌을 받았건만, 이 모든 재앙을 불러온 소욱은 지금 그 자리에서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니. 이건 분명히 그를 죽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자신은 살아남았고, 곧바로 지방 관리들과 친분을 쌓아 누구도 자신을 손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소욱은 달랐다. 범려성을 이렇게 만든 자, 결국 모두의 분노를 사게 될 운명에 놓일 것이다.
'대체 어떻게 감히 여기까지 온 것이냐.'
소막은 땅을 짚은 손에 힘을 주었다. 손톱이 자갈에 박혀 피가 맺혔다.
소욱은 곁눈질로 백성 몇을 흘겨보았다. 그들은 이미 팔이 뒤로 묶인 채 땅에 꿇려 있었고, 어떤 이는 이제야 두려움에 떨었으며, 어떤 이는 여전히 이를 갈며 고함쳤다.
"남제놈들, 썩 꺼져라! 여긴 북연 땅이다!"
소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명령을 내렸다.
"모두 구금하여 법대로 다스리라."
명령은 짧고 단호했으며, 그 어떤 타협도 없었다.
그는 더는 미련 없이 봉구안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등 뒤로는 끝없이 쏟아지는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