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37화

Author: 라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조용히 비웃었다.‘왜 자꾸 사람을 그렇게 추하게 몰아가지? 양창수가 양석진을 따라다닌다고 해서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건 아니잖아?’

양석진은 지금의 나이와 위치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사생활이 문득 궁금해졌다.

양지원은 문득 눈을 뜨더니 몸을 반쯤 일으켜 무심결에 그의 침대 옆 탁자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노트북과 시계 옷깃 단추 같은 작은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어 서로 섞이지 않았고 생활감이 느껴지는 남성용 물품은 보이지 않았다.

양지원은 겉으로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중얼거렸다.

‘역시나 따분하군. 변한 게 하나도 없어.’

그녀는 서랍을 닫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이제야 잠이 올 것 같았다. 양을 세기 시작한 지 세 번째쯤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원래는 낮잠 정도만 자려던 참이었지만 최근의 피로와 익숙한 그의 방 때문이었을까 눈을 떴을 땐 이미 오후 4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창밖으론 해가 지기 시작했지만 기온은 여전히 후텁지근했다.

그 나은설이라는 똑똑한 소녀는 아침부터 더위를 식힐 간식을 준비해 두었고 저녁 식사 역시 놀랄 만큼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양지원은 작은 디저트를 손에 쥔 채 아래층 거실에 앉아 영화 한 편을 틀었다.

시계는 어느새 저녁 7시를 가리켰지만 양석진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더 이상 그가 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다시 침실로 올라온 그녀는 지루함을 달래려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양지원은 이번 방문을 양석진에게는 알리지 않았고 오직 양창수에게만 조용히 귀띔해 두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석진에게서는 단 한 통의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

‘양창수라면 입이 가볍지 않으니 분명 전했겠지.’

그녀는 그렇게 혼잣말처럼 생각했지만 이 모든 생각들이 그다지 의미 없다는 걸 알았다.

‘어차피 나는 왔고 양석진이 알든 모르든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그녀는 할 일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8화

    이 잡지들은 새것이 아니었고 분명 양석진이 이미 본 적이 있는 잡지들이었다.양지원의 머릿속에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그녀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를 진지하게 읽던 양석진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 장면에 웃음이 터져 침대 위로 쓰러졌다.그 순간 그녀가 들고 있던 잡지에서 두 장의 사진이 살며시 흘러내렸다.‘응?’그녀는 사진을 집어 들다가 말고 잠깐 멈칫했다.오래된 색감을 고스란히 품은 결혼사진이었다.그녀는 양석진과 함께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정장을 차려입었고 그녀는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 속 양지원은 유난히 행복해 보였다.마치 시간의 틈새로 빨려 들어간 듯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그 시절로 돌아갔고 사진 뒷면을 뒤집자 예상대로 날짜가 적혀 있었다.‘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눈가가 뜨거워졌고 그녀는 감정을 누르기 위해 살며시 눈을 감았다.그해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고 양석진은 물론 양창수와 그 무리의 모습까지도 생생했다.양지원은 코끝을 훌쩍이며 잡지를 내려놓고 떨어진 다른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사진 속 그녀는 옆으로 누워 잠들어 있었고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 손의 주인은 다른 손으로 사진을 찍은 듯했다.생각할 필요도 없이 분명 양석진일 것이다.그는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 그런 모습을 찍게 두지 않을 사람이다.사진 뒤를 넘기자 날짜가 적혀 있었는데 대운산 기지 공사 당시였던 것 같았다.‘쿵쿵쿵.’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그녀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잡지를 재빨리 가방에 넣고 외투를 걸치며 급히 문 쪽으로 달려갔다.문을 열자 밖에는 나은설이 서 있었다.“무슨 일이에요?”나은설은 웃으며 말했다.“양석진 씨가 돌아오셨어요.”“네?”“바로 아래층에 계세요.”나은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양창수가 양지원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큰아씨?”그녀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거실에 있던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다.양석진은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양지원이 내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9화

    양석진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나 2층에 올라가서 샤워하고 옷 좀 갈아입을게. 넌 잠깐 여기 앉아 있어.”“아...네.”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그가2층으로 올라간 뒤에야 자신이 그의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서둘러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었을 때 아래층 거실에 서 있는 양석진의 뒷모습이 보였다.양지원의 캐리어는 침실 문 옆에 놓여 있었고 하이힐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벗어져 있었다. 갈아입은 드레스는 소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양지원은 이마를 살짝 두드리며 설명했다.“나은설 씨가 여기서 자라고 했어요. 다른 방들은 전부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고요.”짐을 다시 옮기기 귀찮았던 그녀는 몸을 돌리며 마치 당연하다는 듯 덧붙였다.“오빠는 객실 방에서 자요. 내일 내가 떠나면 그때 다시 방으로 오면 되죠.”양석진은 그녀의 말투에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소매 단추를 풀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알았어.”그가 조용히 손님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양지원은 문틀에 기대선 채 미소 지으며 그를 배웅했다. 그리고 곧장 침실로 달려가 금고 근처의 장식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특히 눈에 띄는 지문 자국은 꼼꼼히 닦았다.그때 아래층에서 다시 양창수가 그녀를 불렀다.양지원은 눈을 굴리며 긴 숄을 걸치고 아래로 내려가 무심한 듯 물었다.“또 뭐에요?”양창수는 웃으며 그릇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옆에 놓인 한약을 가리켰다.“의원님의 수면을 돕는 한약이에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은설이 2층에 올라갈 수가 없대요. 큰아씨 미안하지만 나중에 좀 올려줄래요?”그와 양석진의 관계를 생각하면 굳이 '의원님'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양창수는 줄곧 ' 큰아씨'라는 호칭으로 은근히 비꼬는 태도를 드러냈다.양지원은 속으로‘나이 들어도 입은 여전하네’ 하고 생각하며 대꾸했다.“저한테 주세요.”양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툭툭 풀며 문을 열고 나가면서 투덜댔다.“이 늙은이는 체력이 안 좋아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40화

    양지원은 황당하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나 이제 어린애 아니에요.”‘짓궂다.’최근 1년 동안 양시연 덕분에 그녀를 예전보다 자주 마주쳤지만 그럴 때마다 여전히 그들 사이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서로 몇 마디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고 그는 그녀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늘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그가 수면제를 다 마시자 양지원은 자리를 뜰지 아니면 이제야말로 양시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그 아이는 더 이상 그녀 혼자만의 존재가 아니었고 양석진에게도 반드시 알아야 할 권리가 있었다.양석진이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바빠?”‘응?’양지원은 의아해했다.양석진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등을 그녀에게 내보였다.“온몸이 뻣뻣해서 불편해.”양지원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의 말 하나하나를 곱씹듯 마음속에서 되새겼다.“내가 마사지를 해줄까요?”“응.”양석진은 짧고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덧붙였다.“내 방 침대 오른쪽 탁자 위에 오일이 있어.”양지원은 어이없었다.“...”‘정말 적극적이네.’그녀는 그가 이렇게 '격의 없이' 대해주는 것이 기뻤다. 정확히 말하자면 약간 들뜬 기분이었다. 그의 금고 속 물건들을 떠올리며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방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며 세찬 에어컨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녀는 이상하게도 더운 느낌이 들었고 숄을 벗어버리고 싶었다.그녀는 결국 숄을 벗었다. 거울 앞에 서서 그 숄을 바라보니 잠옷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역시 이전에 입었던 긴 코트가 더 잘 어울렸다.객실로 돌아오니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는 침실로 들어가 그가 이미 목욕가운을 벗고 침대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았다. 허리 아래는 이불로 덮여 있었다.그녀는 잠시 시선을 돌린 후 침대 옆에 앉아 평소처럼 말했다.“척추가 좋지 않은 것 같네요. 병원에 가본 적 있어요?”양석진은 양지원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눈을 떴다.“가봤지만 별 효과는 없었어.”“푹 쉬지 않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화

    비 오는 날, 검은색 벤틀리 뒷좌석에서.차 안의 어두운 불빛 때문에 남자의 허리춤을 휘감고 있는 여자의 희고 부드러운 다리가 어렴풋이 보였다.간지럽고 야릇한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안시연의 초점 잃은 눈동자는 젖어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문 채 허리를 튕기면서 눈앞의 사람이 빨리 끝내길 바랐다.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받쳐주곤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줬다.“읍!”안시연이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고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탄 남자가 몸짓을 멈추었다.“처음이야?”안시연은 몸을 불태우던 열기가 조금 식은 것 같았다. 잇따라 허전한 기분이 들더니 그녀는 저도 모르게 두 다리를 더 단단히 감아 들었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연정훈의 몸놀림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그는 여자의 눈가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긴장 풀어.”차 안의 온도가 급상승했다.정신은 흐릿했지만 이상하게 감각은 예민했다.안시연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더니 어금니를 깨물고는 애써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았다.그녀는 이 상황이 황당하게 느껴지기만 했다.두 달 전, 그녀는 주지혁의 팔짱을 끼고 성진대학교 동문 모임에 참석했었다. 연정훈은 성진대학교의 우수 졸업자 겸 학부 특임 교수로서 그 동문 모임에 참석했는데 두 사람에게 선남선녀라며 칭찬했던 적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주지혁은 바람을 피워 곧 명문 가문 아가씨와 결혼한다.그리고 그녀는 연정훈의 아래에 누워 그가 순결을 앗아가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다.경인시에서의 연씨 가문은 권력이 대단했다.연정훈은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었지만 몇 년 전에 갑자기 교수직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정인 그룹을 맡았다.그리고 지금의 그는 경인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사람들 앞에서는 번듯해 보이더니 이런 일을 할 때는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안시연을 사정없이 괴롭혔다.안시연은 하마터면 그의 차에서 숨이 멎을 뻔해 그대로 죽는 줄 알았다.일이 끝난 후, 그녀는 옷을 꼭 껴안고는 힘이 풀린 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2화

    안시연은 경찰서에 세 시간의 취조를 받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는데, 이때 주지혁에게서 전화가 왔다.그녀는 어금니를 깨물다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지혁 씨, 우리는 이미 헤어졌어요. 굳이 내 인생을 망칠 생각인가요?”그 8억은 분명 그가 그녀에게 직접 전화해 빼내라고 한 것이다.주지혁은 그녀의 분노를 예상했는지 덤덤하게 말했다.“시연 씨, 나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면 안 되었어요.”“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안 꺼내면 당신이 어떻게 조이현 씨를 안을 수 있겠어요?”안시연이 비꼬며 말했다.주지혁은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이 뻔뻔스럽게 말했다.“나 다음 달에 이현이와 약혼해요. 하지만 난 이현이를 사랑하지 않아요. 시연 씨, 3년만 기다려요. 3년 뒤면 내가 이혼하고 꼭 시연 씨와 결혼할게요.”안시연은 헛웃음이 나왔다.“그럼 3년 동안 나는 어떡하라고요.”“외국으로 유학 보내줄게요.”뻔뻔스럽네!명문 가문 출신인 조이현과 결혼은 해야겠고, 또 그 돈으로 안시연을 ‘내연녀’로 만들게 하다니, 어떻게 이런 염치없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가?안시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지만 난 이미 다른 남자와 잤어요.”주지혁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그녀의 말이 믿기지 않는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농담은 하지 마요. 나 화나게 만들면 시연 씨에게 좋을 것 없어요.”안시연이 심호흡하고는 어금니를 깨물었다.“도대체 원하는 게 뭐예요?”“나 찾으러 와요. 내가 시연 씨 외국 보내줄게요.”“꿈 깨요!”주지혁이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시연 씨, 만약 내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시연 씨는 돈의 행방을 모두 찾아내는 것으로 결백을 증명해야죠.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 줄 알아요? 나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8억이면 시연 씨 감옥에서 10년 갇히고도 더 남아요. 시연 씨가 감옥에 들어가면 누가 외할머니를 돌보겠어요?”안시연에게 힘이 남아돌았다면 진작 그에게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내가 정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3화

    안시연은 그제야 연정훈 눈빛의 의미를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그녀는 빠르게 거울 앞을 지나 옷을 벗고는 욕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다 씻고 나서야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욕실 안에는 남성 가운 하나밖에 없었다.안시연은 어젯밤 연정훈을 떠올렸는데 그가 여색을 밝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어쩌면 이미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녀는 가운을 입고 문을 열고는 조심스럽게 연정훈을 불러보았다.“연 교수님?”아무런 대답도 없었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빠르게 나가 데스크에 전화해 옷을 부탁하려고 했다.침대에 앉아 이제 막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정이슬이 그녀에게 보내준 스크린샷이었다.“시연아, 무슨 일이야? 전민준에게 부탁하러 간 거 아니었어? 왜 싸우게 된 거야? 그 새끼가 단톡방에서 너 꽃뱀이라며 욕하고 있어.”안시연이 단톡방을 확인하자 아니나 다를까, 정말 정이슬의 말대로 전민준은 그녀에게 온갖 욕설과 비난을 퍼붓고 있었다. ‘생동감 넘치는’ 거짓말에 사람들은 그에게 위로도 건넸다.[걸레 같은 년은 나도 싫어. 그 와중에 보답 없이 부탁하는 것 좀 봐. 퉤!]안시연은 이 보름 동안 불행의 시간을 보냈다.그녀에게 도움을 베푼 사람이 있기는커녕 지금 단톡방에서 또 이런 비난을 받고 있으니, 그녀는 분노가 끓어올랐고, 또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 코끝이 찡했다.“옷은 이따가 누가 가져다줄 거야.”맑고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안시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그제야 연정훈이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다는 걸 발견했다.‘뭐야? 왜 소리를 안 내?’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안에 속옷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연정훈은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느긋하게 말했다.“난 대답했는데 당신이 못 들은 거야.”그 말인즉 자기 탓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안시연은 어이가 없었다.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발목에서 고통이 몰려와 그녀는 작은 신음을 뱉고 다시 침대에 주저앉게 되었다.연정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화

    안시연이 얼어붙었다.잠깐 생각하고서야 그의 뜻을 알아챘다.어제는 그녀의 첫날밤이었고 연정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니 그의 뜻은 전에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안시연의 얼굴이 점점 빨개졌는데 그녀는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그녀와 잠자리를 가져본 사람은 연정훈밖에 없었다.주지혁이 바람피우기 전 두 사람의 스킨십은 포옹과 키스에 그쳤고, 잠자리는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다.그녀는 경험도 없어 이런 얘기가 꺼내질 때마다 어색한 마음이 들곤 했다.연정훈이 또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그녀는 겨우 대답했다.“습관 되지 않아서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어요.”사실이었다.연정훈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맑은 눈을 가진 그녀였기 때문이다.“넌 참 착한 여자야.”연정훈이 덤덤하게 뱉은 말에 안시연은 입술을 꽉 물었다.방금까지 단톡방에서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받은 불공평한 대우까지 떠오르니 그의 말에 그녀는 왠지 모르게 억울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분명 그녀는 잘못한 게 없는데 보는 사람마다 그녀를 비난하곤 했다.연정훈이 무심하게 말을 뱉고는 약을 다 바른 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안시연이 서둘러 몸을 뒤로 뺐는데 허벅지 사이로 약간의 고통이 전해졌다.어젯밤의 부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연정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리를 모을 때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포착했다.“다리에도 상처가 있어?”그 얘기를 듣자, 안시연은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들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그녀의 눈가, 그리고 코끝이 빨개졌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마치 비바람 속에 피어난 장미꽃 한 송이 같았다.연정훈이 한 발짝 다가서자, 안시연은 몸을 더 뒤로 뺐다.“안시연.”연정훈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녀는 긴장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뒤에 있는 침대 시트를 꽉 잡았다.연정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화

    안시연은 테이블 위에 누워있었는데 마침 주인을 기다리는 정교한 선물 같았다.연정훈이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고는 달콤한 입술을 맛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여자가 입고 있던 가운의 끈을 풀었다.뜨거운 손바닥이 그녀의 가는 허리에 달라붙어 이리저리 누비고 있었다.사실 아까 병풍을 사이 두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부터 그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때 안시연은 전민준에게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연정훈은 목덜미를 물어뜯자, 안시연은 온몸에 전율이 퍼지는 것 같았다.점점 거칠어지는 남자의 숨소리와 손길, 그리고 자연스럽게 버클을 푸는 남자를 보며 안시연은 얼굴이 빨개져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어두운 불빛 아래 뭔가가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젖은 눈을 크게 뜨고는 빛이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것의 형체를 똑똑히 보려고 했다.연정훈 손에 낀 반지였다.그것도 약지에 끼어 있었다.순간 뜨겁게 달아오르던 안시연의 몸이 차갑게 식어버렸다.대충 세어보니 연정훈도 거의 서른 되는 나이였다.명문 가문의 후계자라면 이 나이에 진작 결혼했을 텐데 말이다.“집중해.”남자는 여자의 귓불을 깨물며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다리를 꽉 잡아 벌리려고 하자 안시연이 갑자기 몸을 뒤로 빼며 남자를 밀어냈다.“안 돼요!”연정훈의 새까만 눈동자는 욕망으로 타올랐다.그는 안시연이 그에게 도움을 부탁할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이 조건을 내세울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그는 여자의 발목을 잡았다. 물론 상처 난 부위를 피해 잡았다.그리고 그녀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고는 힘으로 제압했다.안시연이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의 입술을 피했다.연정훈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숨을 헐떡이고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왜 그래?”“결혼하셨잖아요!”안시연이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주지혁이 바람피워서 마음고생한 그녀는 누구보다도 ‘내연녀’라는 존재를 싫어했다. 그래서 절대 다른 사람의 결혼에 끼어들 생

Latest chapter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40화

    양지원은 황당하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나 이제 어린애 아니에요.”‘짓궂다.’최근 1년 동안 양시연 덕분에 그녀를 예전보다 자주 마주쳤지만 그럴 때마다 여전히 그들 사이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서로 몇 마디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고 그는 그녀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늘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그가 수면제를 다 마시자 양지원은 자리를 뜰지 아니면 이제야말로 양시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그 아이는 더 이상 그녀 혼자만의 존재가 아니었고 양석진에게도 반드시 알아야 할 권리가 있었다.양석진이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바빠?”‘응?’양지원은 의아해했다.양석진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등을 그녀에게 내보였다.“온몸이 뻣뻣해서 불편해.”양지원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의 말 하나하나를 곱씹듯 마음속에서 되새겼다.“내가 마사지를 해줄까요?”“응.”양석진은 짧고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덧붙였다.“내 방 침대 오른쪽 탁자 위에 오일이 있어.”양지원은 어이없었다.“...”‘정말 적극적이네.’그녀는 그가 이렇게 '격의 없이' 대해주는 것이 기뻤다. 정확히 말하자면 약간 들뜬 기분이었다. 그의 금고 속 물건들을 떠올리며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방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며 세찬 에어컨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녀는 이상하게도 더운 느낌이 들었고 숄을 벗어버리고 싶었다.그녀는 결국 숄을 벗었다. 거울 앞에 서서 그 숄을 바라보니 잠옷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역시 이전에 입었던 긴 코트가 더 잘 어울렸다.객실로 돌아오니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는 침실로 들어가 그가 이미 목욕가운을 벗고 침대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았다. 허리 아래는 이불로 덮여 있었다.그녀는 잠시 시선을 돌린 후 침대 옆에 앉아 평소처럼 말했다.“척추가 좋지 않은 것 같네요. 병원에 가본 적 있어요?”양석진은 양지원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눈을 떴다.“가봤지만 별 효과는 없었어.”“푹 쉬지 않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9화

    양석진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나 2층에 올라가서 샤워하고 옷 좀 갈아입을게. 넌 잠깐 여기 앉아 있어.”“아...네.”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그가2층으로 올라간 뒤에야 자신이 그의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서둘러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었을 때 아래층 거실에 서 있는 양석진의 뒷모습이 보였다.양지원의 캐리어는 침실 문 옆에 놓여 있었고 하이힐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벗어져 있었다. 갈아입은 드레스는 소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양지원은 이마를 살짝 두드리며 설명했다.“나은설 씨가 여기서 자라고 했어요. 다른 방들은 전부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고요.”짐을 다시 옮기기 귀찮았던 그녀는 몸을 돌리며 마치 당연하다는 듯 덧붙였다.“오빠는 객실 방에서 자요. 내일 내가 떠나면 그때 다시 방으로 오면 되죠.”양석진은 그녀의 말투에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소매 단추를 풀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알았어.”그가 조용히 손님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양지원은 문틀에 기대선 채 미소 지으며 그를 배웅했다. 그리고 곧장 침실로 달려가 금고 근처의 장식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특히 눈에 띄는 지문 자국은 꼼꼼히 닦았다.그때 아래층에서 다시 양창수가 그녀를 불렀다.양지원은 눈을 굴리며 긴 숄을 걸치고 아래로 내려가 무심한 듯 물었다.“또 뭐에요?”양창수는 웃으며 그릇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옆에 놓인 한약을 가리켰다.“의원님의 수면을 돕는 한약이에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은설이 2층에 올라갈 수가 없대요. 큰아씨 미안하지만 나중에 좀 올려줄래요?”그와 양석진의 관계를 생각하면 굳이 '의원님'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양창수는 줄곧 ' 큰아씨'라는 호칭으로 은근히 비꼬는 태도를 드러냈다.양지원은 속으로‘나이 들어도 입은 여전하네’ 하고 생각하며 대꾸했다.“저한테 주세요.”양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툭툭 풀며 문을 열고 나가면서 투덜댔다.“이 늙은이는 체력이 안 좋아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8화

    이 잡지들은 새것이 아니었고 분명 양석진이 이미 본 적이 있는 잡지들이었다.양지원의 머릿속에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그녀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를 진지하게 읽던 양석진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 장면에 웃음이 터져 침대 위로 쓰러졌다.그 순간 그녀가 들고 있던 잡지에서 두 장의 사진이 살며시 흘러내렸다.‘응?’그녀는 사진을 집어 들다가 말고 잠깐 멈칫했다.오래된 색감을 고스란히 품은 결혼사진이었다.그녀는 양석진과 함께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정장을 차려입었고 그녀는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 속 양지원은 유난히 행복해 보였다.마치 시간의 틈새로 빨려 들어간 듯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그 시절로 돌아갔고 사진 뒷면을 뒤집자 예상대로 날짜가 적혀 있었다.‘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눈가가 뜨거워졌고 그녀는 감정을 누르기 위해 살며시 눈을 감았다.그해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고 양석진은 물론 양창수와 그 무리의 모습까지도 생생했다.양지원은 코끝을 훌쩍이며 잡지를 내려놓고 떨어진 다른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사진 속 그녀는 옆으로 누워 잠들어 있었고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 손의 주인은 다른 손으로 사진을 찍은 듯했다.생각할 필요도 없이 분명 양석진일 것이다.그는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 그런 모습을 찍게 두지 않을 사람이다.사진 뒤를 넘기자 날짜가 적혀 있었는데 대운산 기지 공사 당시였던 것 같았다.‘쿵쿵쿵.’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그녀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잡지를 재빨리 가방에 넣고 외투를 걸치며 급히 문 쪽으로 달려갔다.문을 열자 밖에는 나은설이 서 있었다.“무슨 일이에요?”나은설은 웃으며 말했다.“양석진 씨가 돌아오셨어요.”“네?”“바로 아래층에 계세요.”나은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양창수가 양지원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큰아씨?”그녀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거실에 있던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다.양석진은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양지원이 내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7화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조용히 비웃었다.‘왜 자꾸 사람을 그렇게 추하게 몰아가지? 양창수가 양석진을 따라다닌다고 해서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건 아니잖아?’양석진은 지금의 나이와 위치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사생활이 문득 궁금해졌다.양지원은 문득 눈을 뜨더니 몸을 반쯤 일으켜 무심결에 그의 침대 옆 탁자 서랍을 열었다.안에는 노트북과 시계 옷깃 단추 같은 작은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어 서로 섞이지 않았고 생활감이 느껴지는 남성용 물품은 보이지 않았다.양지원은 겉으로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중얼거렸다.‘역시나 따분하군. 변한 게 하나도 없어.’그녀는 서랍을 닫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이제야 잠이 올 것 같았다. 양을 세기 시작한 지 세 번째쯤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원래는 낮잠 정도만 자려던 참이었지만 최근의 피로와 익숙한 그의 방 때문이었을까 눈을 떴을 땐 이미 오후 4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창밖으론 해가 지기 시작했지만 기온은 여전히 후텁지근했다.그 나은설이라는 똑똑한 소녀는 아침부터 더위를 식힐 간식을 준비해 두었고 저녁 식사 역시 놀랄 만큼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양지원은 작은 디저트를 손에 쥔 채 아래층 거실에 앉아 영화 한 편을 틀었다.시계는 어느새 저녁 7시를 가리켰지만 양석진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더 이상 그가 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다시 침실로 올라온 그녀는 지루함을 달래려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양지원은 이번 방문을 양석진에게는 알리지 않았고 오직 양창수에게만 조용히 귀띔해 두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석진에게서는 단 한 통의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양창수라면 입이 가볍지 않으니 분명 전했겠지.’그녀는 그렇게 혼잣말처럼 생각했지만 이 모든 생각들이 그다지 의미 없다는 걸 알았다.‘어차피 나는 왔고 양석진이 알든 모르든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그녀는 할 일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6화

    나은설은 현장에서 들켜 멋쩍은 미소를 지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양지원은 끝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쳐다보는 거지?’나은설은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당신은 정말 아름다우세요. 잡지 속 모습보다 훨씬 더 우아하고 눈부셔요.”양지원은 침묵했다.“...”그녀는 칭찬에 말문이 막혀 그저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과찬이세요.”“아니에요. 정말 예쁘세요. 저도 이 헤어스타일 시도해봤지만 양지원 씨처럼 잘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드레스도 아주 정교하고 우아해요. 정말 잘 어울리세요.”양지원은 순간 당황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나은설은 적당한 선에서 칭찬을 멈추고 양지원의 피곤한 얼굴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큰아씨, 잠시 휴식하시겠어요? 방을 준비해 두었어요.”그 제안은 양지원 마음에 들었다.길에서 양석진을 어떻게 마주할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그가 부재중이라면 굳이 마음을 소모할 이유는 없었다.밤에 한 번 더 마주칠 수 있다면 그때 조용히 인사를 나누고 아침에 편안히 떠나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그럼 안내해 주세요.”“네. 이쪽으로 오세요.”방은 2층 가장 안쪽에 있었다. 양지원이 나은설을 따라 들어서자 문틈 사이로 은은한 나무 향이 스며들었다.커튼이 드리워져 있어 눈 부신 빛은 조용히 차단되어 있었다.그녀는 작은 거실의 소파 앞에 서서 조선 시대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고풍스러운 장식을 둘러보았다. 고요하고 평온한 공간은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여기 괜찮으신가요?”나은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양지원은 침실도 살펴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나은설 씨는 가서 일 보세요. 저 신경 안 쓰셔도 돼요.”그 말에 나은설은 활짝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나갔다.방 안에 조용히 혼자 남은 양지원은 시계를 풀어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신발을 벗은 뒤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맨발로 침실 안으로 들어서며 불을 켜지 않고 곧장 침대에 몸을 눕혔다.나은설은 정말 준비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5화

    [중년기]양지원은 화서시를 떠나 세운으로 향했다.이혼 서류를 막 받아 든 그녀는 비로소 오성호와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그동안 그녀는 오직 딸만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곧장 시연을 만나러 가려던 순간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양석진을 먼저 찾아가라는 단호한 말씀이었다.“지금 한가하잖아. 오빠한테 한번 다녀와. 그리고 시연이 일 내가 모를 거로 생각해? 양석진이랑 이야기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정리해.”할아버지의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고 양지원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입술을 꼭 다물고 침묵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란 말이지. 설마 양석진에게 양육비라도 요구하라는 건가? 내가 시연을 키울 수 없는 것도 아닌데.’게다가 그 짧은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은 어딘가 이상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다.이전에는 잇따른 문제들로 마음 둘 곳조차 없었지만 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진 지금 오히려 그를 만나도 할 말이 사라져 버린 듯했다.그녀는 점점 짜증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차가 양석진이 머무는 저택 근처에 다다르자 무심결에 거울 속 자기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오늘 입은 연회색 드레스는 새로 맞춘 것이었고 세심한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녀는 해마다 드레스에 대한 애정을 더해갔다.긴 머리는 옆으로 넘기고 끝을 큼직하게 웨이브로 말아 올렸는데 드레스와 잘 어우러져 지나치게 단조롭지도 않았다.생각에 잠긴 사이 차는 속도를 늦췄고 그녀는 귀 옆에 꽂은 보석 클립에 시선을 두었다.집에서도 자주 착용하던 것이지만 오늘따라 조금 과하게 반짝이는 듯했다.차가 멈추기 직전 그녀는 망설임 없이 클립을 떼어내 가방 안에 넣었다.바로 그때 창밖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고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문을 내렸다.밖에는 처음 보는 젊은 여성이 서 있었고 나이는 서른쯤으로 보였다.양지원은 무심히 상대를 훑어보다가 그녀가 미소를 띠며 몸을 숙여 인사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여성이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4화

    “차에 타셨어요. 의원님이 바쁘셔서 저희는 먼저 출발해야 해요.”양지원이 어깨를 떨구자 양창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며칠 뒤 이곳에서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 아마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그래?’양지원은 고개를 들었다.양창수는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주얼리 상자를 조심스레 그녀에게 내밀었다.“그때는 일정이 너무 많아서 직접 뵙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건 의원님이 큰아씨께 드리는 생일 선물이래요. 미리 생일 축하도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양지원은 상자를 멍하니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 안에는 섬세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고요히 놓여 있었다.상자 안에는 작은 종이쪽지 한 장이 들어 있었고 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지원아, 생일 축하해.]양지원은 오늘뿐 아니라 이틀 뒤 그가 다시 오더라도 아마 그를 만날 수 없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최대한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려 애썼다.“알겠어요.”양창수는 그녀의 마음이 흐트러져 있다는 걸 눈치채고 말을 건넸다.“의원님에게 쿠키 구워주기로 했잖아요?”양지원이 잠깐 멈칫하자 양창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큰아씨가 이렇게 손재주가 좋은 줄은 몰랐네요. 다음엔 더 많이 구워서 의원님 드릴 때 저도 한두 개 나눠주세요.”그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마무리하며 카드 한 장을 건넸다.“무슨 일 생기면 사람 시켜서 우리에게 연락해요.”양지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네.”“그러면 이만 갈게요.”양창수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며 손을 흔들고는 돌아섰다.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자 양지원은 양석진과의 인연이 겨우 닿았다가 다시 끊어지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사실 주차장까지 배웅할 수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을 용기가 부족했고 감정이 넘쳐흘러 억누를 자신이 없었다. 만나더라도 결국 아무 의미 없었다.복도에서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보석 상자를 꼭 쥔 채 땀에 젖은 채로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밖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3화

    하지만 양지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관계는 가까워질수록 그녀에게는 짐이 될 뿐이었다. 양석진은 승승장구했지만 그만큼 그의 위험도 커졌다. 몇 년 후에는 그녀를 잊고 집안과 어울리는 명문가의 딸과 결혼해 그의 출세에 도움이 될 것이다.그녀는 심혜설을 떠올리며 그들이 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는지 궁금해했다.양지원은 심혜설을 싫어했지만 심혜설은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며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을 것이다.그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거실 소파에서 잘게. 필요하면 날 불러.”양지원은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조용히 누워 그의 깊은 눈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고개를 끄덕였다.정신을 차리고 그가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보며 다시 기뻐했다.밖은 조용했고 그녀는 그가 소파에서 자고 있음을 알았다.그녀는 ‘소파가 너무 작으니 오빠가 침대에서 자고 내가 소파에서 잘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침대와 소파라는 말이 다소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양석진은 정리를 마치고 잠이 든 듯했고 그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문이 닫혀 있었고 그녀는 그 문을 응시하며 문 너머에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몸이 뻐근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고 새벽이 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거실에는 미세한 달빛만이 비치고 있었다.그는 소파에서 자고 있었고 옆으로 누워 몸을 살짝 웅크리고 있었다.양지원은 숨을 죽이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소파 옆으로 갔다.양석진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양지원은 소파 옆에 쭈그리고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턱에 모기에게 물린 듯한 붉은 자국이 있었다.양지원은 살짝 한숨을 쉬고 조심스럽게 일어나 방으로 돌아가 특수한 구슬 형태의 약통을 가지고 다시 쭈그리고 앉아 그의 턱에 조심스럽게 발랐다.오래 머무를 수 없었기에 양지원은 양석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2화

    맞은편에 앉은 양혁수는 그녀의 긴 침묵에 점점 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또 내 말 안 듣고 밤늦게까지 일한 거죠?”“아니야.”대화가 시작되자 그녀는 자연스레 양혁수의 말에 휘말렸고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그 존재를 숨기려 했다.“몇몇 어른들과 프로젝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너무 오래 얘기하게 돼서 널 깜빡했어.”“근데 목소리가 이상한 것 같은데요?”양지원은 그에게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코가 막혔어.”“약 먹었어요?”“먹었어.”“믿을 수 없어요. 나중에 조 비서한테 직접 확인해 볼 거예요.”‘녀석, 예의가 없네. 내가 비서를 조 비서라 부르는 걸 흉내 내다니.’“아팠으니까 서두르지 말고 급하게 오지 마요. 괜찮아지면 차 타고 오세요.”양지원은 그의 말에 감동하여 말했다.“난 괜찮아. 내일은 안 돌아가고 모레 돌아갈게. 너 내 생일 케이크 만든다고 했지? 내가 돌아가면 같이 만들자.”“흥.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알겠어, 알겠어. 너 대단해”양혁수와의 통화를 마치자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었다. 양지원은 전화를 끊고 나서 양석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양석진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말했다.“케이크 만들 줄 알아?”양지원은 그가 그 부분에 집중하는 것에 조금 놀랐다. 사실 그녀는 케이크를 만들 줄 몰랐고 양혁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겨우 케이크 반죽에 크림을 바를 정도였다.“방금 배웠어요.”그녀는 체면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양석진은 약간 관심 있는 표정으로 등을 기대며 물었다.“혁수를 위해 배운 거야?”양지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가끔 혁수에게 간단한 쿠키나 타르트를 만들어줘요.”‘어차피 거짓말을 했으니 좀 더 과장해서 말해야지.’양석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쿠키?”“네. 틀로 찍어내기만 하면 돼요. 아주 간단해요.”양지원이 말했다.양석진은 고개를 숙이고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